쉽게 한 이혼,어렵게 한 이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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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진 이혼
'나는 솔로', '우리 이혼했어요.', '돌싱글즈'. 2022년을 사는 우리가 TV, 유튜브 등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들의 이름이다. 언제부턴가, 이혼은 평생을 이고가야하는 상처나 짐으로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점차 사라졌다. MZ세대들은 살다보면 일어날 수 있는 흔한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그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다.
결혼보다 쉬운 이혼
준기(가명,남)는 대학을 막 졸업한 여진(가명,여)과 결혼했다. 이 둘의 결혼식은 5성급 호텔에서 치뤘고, 집 한채 버금갈 정도의 최고가 예물이 오갔다. 한남동의 몇 십억하는 저택에 신혼집을 차린 이 둘은 모든 이들의 부러움을 샀다. 성공한 셀레브리티처럼 모든 것을 누리며 남 부럽게 살 것 같았던 이 둘의 결혼 생활은 3개월을 넘지 못하고, 종지부를 찍었다. 준기는 다른 여자와 사랑을 나누었고, 이에 화가난 여정도 다른 남자와 사랑을 나눴다. 서로에게 작별을 고하고, 이혼 도장을 찍는데는 이들의 연애부터 결혼까지 이른 시간보다 짧았다. 준기는 결혼보다 이혼이 더 쉬웠다고 한다. 처음이 힘들지, 그 후에는 아무렇지 않게 살게 되었다고 했다. 많은 재산과 좋은 학벌, 좋은 직장으로 부유한 삶을 즐긴 준기는 결혼도, 이혼도 여유가 넘쳤다. 이후 준기는 두 번 더 결혼했다. 세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을 한 사람은 어떤 감정을 갖고 있을까? 친구들 사이에서는 그가 헐리우드의 다혼 배우들처럼 전에 헤어진 친구들과 아무 거리낌 없이 연락하고 지내는 것이 늘 화제다. 이러다가 네 번 결혼하는 거 아니냐며. (아니면 이혼이든가)
어렵게 한 이혼
자원(가명,여)은 남준과 몇 번의 만남과 불붙은 사랑으로 아이를 임신했다. 새 생명의 소중함과 존귀함으로 이 둘은 결혼을 했고, 아이가 태어났다. 갑자스럽게 결혼한 이들에게 첫 날부터 문제가 생겼다. 남준(가명,남)은 자원과 결혼하기 전 다른 여자와 결혼해 아이까지 낳았던 사기꾼이었다. 심지어 자기 분수를 넘치는 소비와 벌인 덕에 많은 빚이 있었다. 결혼할 때까지 자원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남준은 자원에게 끊임없이 폭력을 휘둘렀다. 아이를 가졌을 때 자원은 신하수라는 심각한 진단을 받았고, 온몸이 피로 물든 채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이런 극단적 상황에서도 남준은 자원을 돌보지 않고, 사업을 벌이며, 다른 여자들을 부지런히 챙겼다. 채무자들은 간혹 자원을 찾아와 괴롭혔고, 그 때마다 남준은 어디론가 사라져있었다. 아이가 태어난 후에도 남준의 폭력적인 행태는 그치지 읺았다. 간혹, 아이는 그의 폭력으로 인해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자신 몸 하나 돌볼 수 없었던 자원은 이대로는 살 수 없다며 이혼하자 얘기하지만, 남준은 이를 무시한 채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이어갔다. 이혼의 압박감을 느낀 남준은 약해진 자원의 심리와 체력을 틈타 모든 것을 뺏어오고 싶었다. 어느 날 아이가 사라졌고, 자원은 견딜 수 없는 공황상태로 기절하고 만다. 남준은 자원 몰래 아이를 마트 화장실 양변기에 넣고 물을 내린 채, 집으로 돌아와 시치미를 뚝 떼며,아이를 찾기 시작했다. 아이가 없어진 것이 모두 자원의 탓이라며, 키울 자격이 없다고 정신병자 취급했다. 남준은 경찰에 신고해 자원이 아이를 고의적으로 숨겼다며, 돌볼 자격없는 사람이라 몰아세웠다. 만신창이가 된 자원에게 경찰과 가족이 출동해 사건의 정황이 잡히고, 다행이 아이도 자원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처음부터 잘 못 끼워진 단추로 자원을 괴롭혔던 남편은 결국 구치소로 향했고, 자원은 힘들었던 2년 여간의 결혼 생활을 어렵게 끝낼 수 있었다.
이혼할 수 없는 결혼
진수(가명, 남)와 인희(가명, 여)는 대학교 때부터 오래 사귄 선후배였다. 세월이 쌓이고, 어쩌다 결혼했다. 세월이 지날 수록 설렘도 아낌도 예전같이 않아졌고, 둘은 무뎌졌다. 그리고, 둘은 점점 무관심해졌고, 진수는 단란주점에 빠져, 오빠를 남발하는 여자들과 술을 마셨고, 인희는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둘은 서로의 민낯을 알게 되고, 결혼기념일즈음 지방법원에 이혼 서류를 제출했다. 인희와 진수는 엄마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두 어른은 한달음에 그들의 집으로 찾아와 "그래도 살아야한다, 참고 살아야 한다."며, 둘을 계속 달래고 달래, 이혼을 말렸다. 진수와 인희는 아무 일 없는 척하며 그런 채로 살게 되었다. 별 일없이 사는 척하게 되었다. 그냥 그렇게 되었다.
결혼하는 사람들 Vs 이혼하는 사람들
한해 동안 대략 21만 4천 커플이 결혼하고, 10만 7천 커플이 이혼한다. (2020년 기준) 결혼하는 인구의 반이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다. 결혼이 더 이상 행복만을 의미하지 않듯, 이혼도 더 이상 불행을 의미하지 않는다. 미디어에 속속 등장하는 뉴스나 예능 '우리 이혼했어요.' 같이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다뤄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혼을 보는 시선 또한 예전처럼 예민하지 않고, ‘갔다왔어.’,’반품됐어’ 등의 농을 주고 받을 정도로 이혼을 하나의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내 주변을 한번 보면 친구들 중 반은 돌아왔고, 반은 꾸역 꾸역 살고 있다.
혼자면 혼자라서 외롭고, 둘이면 두배 더 외롭다.
내 나이 올해로 40이고, 싱글이다. 결혼과 이혼을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둘을 이야기하는게조심스럽다. 막상 나조차 비혼자인지 결혼을 원하는 사람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도 가지고 있지 않아서, 관찰자로 남아있다.
가족보다 더 남같던 사람을 가족으로 맞이하고, 서로의 테두리가 공고한 인연의 끈으로 엮이고, 사랑과 행복이 가득할 것 같은 결혼 생활은, 지금 시점에서 굉장히 현실적인 문제들 투성이다.
내 주변의 대부분은 결혼을 앞에 두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제들로 서로 투쟁한다. 집을 소유하느냐 전세로 사느냐, 내 부모와 상대의 부모를 누가 챙기냐, 아이를 낳느냐 마느냐, 서로의 생활을 어느 정도 범위까지 존중해주어야 하느냐 등...
서로의 동반자를 만나고 결혼이라는 법적 테두리를 지키려고 애를 쓰지만, 막상 현실은 둘이 함께 할 수 없는 현실적 낙차에 괴리감이 커진다. "야! 둘이면 혼자일 때보다 두 배 더 큰 외로움이 찾아와." 친구의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없으면 이혼하기도 힘드네
최근 들어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은, 이혼도 결혼과 마찬가지로 한 개인이 가진 아비투스 (물질적/지적 재산과 기질)에 굉장히 많이 영향을 받고 있다. 이젠 있는 사람들이 만남과 생산에 더 자유롭고, 헤어짐에도 더 여유로운 시대가 된거 같다. 하긴, 우린 지금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니까.
플레이리스트 그냥 6편 이혼하자
선우정아 - 이혼
서태지와 아이들 - 슬픈아픔
Kool and the Gang - Celebration
*글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허구의 인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