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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 Apr 02. 2024

[ArTalk] '아니시 카푸어' 피렌체 특별전

[UNTRUE UNREAL] 

고독한 '반타블랙(Vantablack)'으로 향하는 ‘카푸어’의 그로테스크한 여정


“ 한없이 고결한 블랙이여, 모든 색을 흡수하는 블랙이여

그곳으로 수렴하는 과정은 고난이었다네. “


'아니시 카푸어' [UNTRUE UNREAL] 특별전/ 피렌체 PALAZZO STROZZI


지난, 2023년 9월 28일부터 10월 8일까지 이탈리아아의 중원이며, 꽃의 왕국인 ‘피렌체’에서 '플로렌스 아트 위크'가 개최됐다. 행사의 일환으로 ‘폰다치오네 팔라초 스트로치(Fondazione Palazzo Strozzi)’는 ‘아니시 카푸어(Anish Kapoor)' 특별전 [Untrue Unreal]을 성대하게 준비했다. ‘팔라초 스트로치(Palazzo Strozzi)’는 피렌체의 황금기를 일궈놓은 ‘메디치’ 가문과 대척점에 있었던 ‘스트로치’ 가문의 성으로 유명하다. 르네상스 시대의 정원과 넓은 공간, 높은 층고가 압독적인 이곳은 아니시 카푸어의 작품들을 전시하기에 최적의 공간이었다. 예술의 가치와 작가의 의도가 관객에게 잘 전달되려면, ‘예술가’, ‘기획자’ 그리고 ‘공간’의 3박자가 잘 맞아 떨어져야 하는데, 이 전시는 특유의 공간과 어우러져, '아니시 카푸어' 작품을 관객들이 전방위적으로 접근하고 감상할 수 있게 해줬다.



전시의 주최측인 ‘폰다치오네 팔라초 스트로치’의 총괄이자, 이번 전시를 기획한  ‘아르투로 갈란시노(Arturo Galansino)’는 ‘아니시 카푸어’의 예술과 ‘팔라초 스트로치’의 건축 그리고, 관객 사이에 독창적이고 매혹적인 대화를 형성할만한 기념비적인 설치물과 친밀한 환경을 만드는데 많은 노력을 쏟았다. 


[아니시 카푸어 작품의 스냅샷, UNTRUE, UNREAL]

국제갤러리에서 주최했던 ‘아니시 카푸어’ 개인전은 반타블랙 시리즈와 더불어 그의 최근작인 [그림자(Shadow)], [섭취(Ingest)], [혀(Tongue)] 등을 통해 잔인하고, 숭고하며, 장엄한 인체적 세계관에 초점을 맞춘 전시였다. 

이번 [UNTRUE UNREAL] 특별전은 그의 초기, 중기 및 최근의 다양한 작품까지 ‘아니시 카푸어’ 아카이브의 스냅샷을 관객들이 직접보고, 경험할 수 있게 했다.  

뚜껍고 커다란 벽을 뚫고나오는 시안 블럭 덩어리가, 움직이며 다차원적 색의 접근을 보여주는 작품 [99% Invinsible] 은 심장에서 힘차게 뿜어내는 동맥혈처럼 강렬한 인상을 준다. 여기에, 옐로우-레드의 아이콘화 [Family kit]와 붉은 기둥 하나로 높은 천정고의 방을 관통하는 스케일을 선사하는 [Endless Red], 아니시 카푸어의 시그니처인 반사체(구)를 하나의 방에 이야기처럼 배치해놓은 [Vertigo], [Speak Loud], 그리고, 반타블랙(Vantablack)의 집결체 등은 그의 모든 다재다능함과 예술적 불협화음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Anish Kapoor- 99% Invinsible
Anish Kapoor- Vantablack
Anish Kapoor- Vertigo]/Speak Loud
Anish Kapoor- Endless Red

[참선적 조형, 반추적 색채.... 저 너머에 있는 반타블랙]

초-중기 '아니시 카푸어'는 돌, 철, 흙 등 소재를 탐구해 기하학적인 관념들을 조소적 결과물로 창조했다. 이는 자신의 태생적 뿌리인 인도와 유대의 정신적인 것과 연결되어 있었으며, 흰두교의 선(Zen)과 명상, 유대교의 구원과 환희적 구원과도 궤를 같이 했다. 그의 작품은 거대한 물체와 빛이 일궈낸 환각과 명상의 매개체 같았다. 시카고 AT&T에 있는 [구름 문 (Cloud gate,2006)] , 리움에 전시된 [하늘 거울 (Sky mirror, 2001)], [사원 (Temple 2003)], [C-curve(2007)], [프로토 프로토(Proto Proto, 2008)] 등이 그렇다. 

반타블랙이 '아니시 카푸어'의 예술적 색채 중심이 된 2014년 이후부터 그는 Cyan-Magenta- Yellow 인 3대 염료를 씨앗으로 블랙(K)의 열매를 맺어가는 과정과 결과물에 집중하고 있다. 


마치 자신의 반타블랙은 ‘이브클랭 (Yves Klein)’의 IKB(International Klein Blue)’와 궤를 함께하는 거라고, 반타블랙은 자신에게 그런 의미이자, 존재이자, 소유물이기에 독점할 수 밖에 없다고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듯 하다. 

그는 강렬하고, 도발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색의 실험을 통해 자신이 획득한 반타블랙의 독점권을 단지 색의 독점을 너머 색의 깊이와 본질에 수렴했다. 그의 반타블랙은 우리가 앱스토어에서 받는 애플리케이션처럼 Black 1.0과 Black 2.0을 거쳐 빛흡수율 99.96%를 자랑하는 반타블랙 Black 3.0에 도달했다. 


거짓과 비현실의 탐구가 진실과 현실에 대한 탐구로 이어지고, 그 경계가 용해되고 없어지며, 이 모든 것으로 우리의 삶으로 복잡하게 연결된 과정은 모든 빛들이 블랙으로 함몰되는 것과 닮았다. 

피렌체에서 열린 '아니시 카푸어'의 [UNTRUE UNREAL] 특별전은 작가를 회화와 구상의 영역에 놓여진 한 명의 아티스트가 아닌, 건축과 조형, 빛과 어둠, 공간과 가상에 놓여진 단독자로서 아니시 카푸어를 바라보게 해준다. 때론, 예술과 아티스트를 바라보는 다른 관점들이 평소 우리가 직면하는 색과 세계에 대해 다른 사유의 시간을 선물해준다. 



전시는 2024년 2월 4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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