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짧은 일기. 흔들릴 필요 없이 우리 부부는 충분히 행복하니까
내가 시험관 1차를 진행하기 한 달 전에 첫 아이의 임신 소식을 전해준 회사 친구가 이제는 둘째를 임신했다고 알려주었다. 한 동안 잠잠했던 마음에 작은 돌멩이가 던져졌다. 내 몸 상태가 달라진 것도 나의 삶에 변화가 생긴 것도 아니면서 타인의 경사에 이렇게 감정이 요동치다니.
갑자기 초조해진 마음에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남편은 바쁜 업무 시간임에도 바로 답장을 보내왔다.
신경쓰지마. 우리도 지금 충분히 행복하잖아
우리는 우리 페이스대로 가자.
사실 병원을 계속 다니는 게 이제는 좀 지쳐간다는 것 말고 대체적으로 나는 행복하다. 회사도 가정도 적당히 안정적이다. 삶의 한 순간에도 행복과 불행은 공존하기 마련인데 괜히 불행의 원인에만 집착할 필요는 없으리라. 불행의 원인(내가 임신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내가 컨트롤할 수 없다면, 내가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 최대한 행복을 만끽하는 수밖에 없다.
부러운 마음만큼 더욱 신나게 놀고, 더욱 오래동안 쉴테다. 주말에는 마음껏 늦잠을 자고, 언제든 피곤하면 낮잠도 자리라. 많이 읽고 많이 먹고 많이 달리고, 남들보다 더욱 신경써서 힘껏 행복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