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처음 가보세요?

네 우리 동네에선 처음입니다

by Khan의 일하는 방법

얼마 전에 아파트와 접하는 대로의 바로 건너편에 스타벅스가 생겼다. 파리바게트의 유무로 좋은 동네를 구분하던 것처럼 요즘은 스타벅스가 근접해 있으면 좋은 동네이거나 좀 더 발전할 여지가 있는 동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파트 카페에는 스타벅스가 언제 영업을 시작하는지, 어떻게 하면 사은품을 주는 머그잔을 받을 수 있는지 글들이 올라왔고, 직접 다녀온 사람들의 인증샷까지 올라왔다. 사실 좀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타벅스야 조금만 번화한 곳에 가면 몇 블록 지나지 않아 몰려있는 것이 일반적이고, 서울에는 뉴욕보다 더 많은 수의 매장이 있는 상황이지 않나. 그런데 생전 스타벅스 한 번 못 가본 사람들처럼 행세를 하고 있으니 재미있다.


와이프와 근처를 지나가면서 들러 딸기 프라푸치노를 샀다. 와이프에게도 살짝 핀잔을 주었다. 새로 생긴 스타벅스가 뭐가 대단해서 굳이 딸기 프라푸치노를 사 먹냐고. 그랬더니 딸기 프라푸치노가 먹고 싶었단다. 나야 잠실이고 강남이고 돌아다니니 언제라도 사 먹을 수 있는 거고, 살을 빼야 하니 딱히 사 먹지도 않겠지만, 동네에서만 활동하는 와이프라면 그럴 수도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하여 아파트 카페에 글을 올린 아줌마들도 그런 마음으로 스타벅스를 반긴 것이 아닌가 싶었다.


오늘 다시 스타벅스로 갔다. 선물 받은 상품권이 있어서 금액을 맞추느라 카페라테는 그랑데 사이즈로 두 잔을 시키고 생크림 카스텔라까지 주문했다. 살찌는 내 몸에 죄책감이 들었지만 카스텔라는 매우 맛있었고, 카페라테를 같이 머금었을 때는 천상의 맛이었다. 와이프와 윈도가 딱 붙어있는 자리에 나란히 앉아 알콩달콩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았다. 젊은 커플들이 어디로 걸어가나 했더니 스타벅스로 쏙 들어왔다. 벌써 두 커플째다. 스타벅스가 이 지역의 명소가 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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