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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 만에
오래된 아지트에 왔습니다.
오면서 막걸리와 양파링, 맥콜을 샀죠.
도착해서 우선 짐을 옮겨 넣어두고
그동안 잘 있었는지 주변을 돌아봤습니다.
어. .
오동통한 밧줄 같은 것이 바닥에 풀어져 있길래
발로 살짝 밟듯 건드려 보았죠.
뭔가 밟히는 질감이 밧줄의 그것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말랑이라고 해야 할까요.
마치 녹아버린 튜브 아이스크림을 밟는 느낌이라면
설명이 좀 될 것 같습니다.
아 뭐지? 뱀인가?
이런 위트 있는 생각이 번뜩 들었는데
바로 이어서
진짜 그런 거 아니야?
어두컴컴해서 가까이 얼굴을 내려봐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느낌은 계속 불길한 거죠.
짐 속에서 손에 잡히는 핸드폰 플래시로 확인했습니다.
꽤나 긴 뱀이었어요.
턱을 하늘로 향해 뒤집은채
8자 모양으로 몸이 크게 말려 있었죠.
아까 밟은 오른발 바닥의 느낌이 간질거립니다.
치우기 싫어서 놔두었는데
뇌는 뱀이 있는 쪽 방향을 계속 의식하고 있네요.
어쩌다 여기에 와서 멈춘 걸까요.
아주 오래전에 읽은 '뱀을 밟다' 라는
소설 생각이 납니다.
그때 아주 재미있게 읽었었거든요.
지금은 이 상황은 그리 재미있지는 않지만
소설처럼 어여쁜 사람이 갑자기 방문이라도 한다면
막걸리 한잔 같이 마시며 밤새
저도 이 모든 것을 소설로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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