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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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전기버스는 대단했다.
정류장을 벗어날 때마다 깊게 밟은 엑셀은 몸을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로 밀어붙여 같은 형태로 만들었다. 절대자가 버스 안을 들여다봤다면 매번 진공 포장되는 한 세트의 육가공 제품들처럼 보였을 것이다.
공장 안의 모든 머리 들는 운전자의 손과 발의 지휘에 맞춰 흔들거렸다. 그 움직임에는 어떠한 개인의 의지도 반영할 수 없었다. 세상을 구하러 가는 길이던, 종말을 시키려 가는 길이던지 멈추면 숙이고 돌면 기울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드라이버는 자신의 권력을 잘 알고 있었다. 출입문의 긴 닫힘 막대 스위치를 내리는 순간부터 어쩌면 그는 즐기고 있었다. 공기를 뒤로 밀어 진공을 만들고 자신과 승객을 분리하는 작업이 곧바로 이어졌다.
일련의 반복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머뭇거림이나 주저함은 느낄 수 없었다. 밟기로 한 엑셀은 밟았고 멈추기로 한 이상 브레이크는 원하는 포인트에 맞춰 멈추었다. 거대한 버스는 피스톤 기계처럼 간결한 움직임으로 원래 그랬던 것처럼 아무 고민과 저항 없이 굴러갔다.
한 번 두 번.. 압축이 이어지고 내려야 할 정류장이 다가올수록 하루 정도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만큼 마음이 단단해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삑!..
결국 카드를 찍은 나는 출하되었다.
이런 식이라면 내일도 전기버스로 당신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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