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차, 알베르게 Santa Maria
순례자들의 배낭을 들어주는 일이 얼마나 고마운 지는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하루의 일정을 다 걷고 알베르게에 도착하면 어깨에서 배낭 내리는 것도 힘들다.
알베르게 숙소 등록을 마친 후,
다시 자신의 배낭을 메고 내 침대를 찾아갈 때의 배낭의 무게는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다.
아침에 도마니크와 나탈리에와 헤어졌다.
나탈리에는 먼저 출발하고, 도미니크는 아침을 먹느라고 늦게 출발했다.
우린 첫 번째 타운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기에 서로 달리 출발했다.
중간에 도미니크를 만날 줄 알았는데, 우리가 우회로를 선택하는 바람에 못 만난 것 같다.
캐시와 잔이 배낭을 꽉 조이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서 좀 더 가볍게 걸을 수 있었다. 고맙다.
하지만 여전히 어깨는 아프고, 왼쪽 무릎아래 부분에 쥐가 난 것 같이 근육이 뭉쳐서 계속 주무르는 중이다.
다리가 아픈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된다.
그렇게 많이 걷는데 아프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중간에 villalcazar de sirga에 도착하니 유리가 있었다.
정말 유리는 굉장하다.
분명 부르고스에서 하루 쉰다고 했는데.
10시간 정도 걸었단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늘 우리보다 앞설 수 있는지…….
오늘 우리가 우회로를 걸어서 이후, 못 만난 듯싶긴 하다만 앞으로 유리와 이따금씩 만나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린 "또 만나 (See you again)"라는 의미 없는 작별 인사를 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 "어딘가에서 또 만나 (See you somewhere!)"라는 인사를 하게 되었다^^
우린 또 만날 것이다. 어딘가에서…….
씩씩한 유리에게 존경과 격려를 보낸다.
마침 성당 종소리가 들렸고 그저 방문하려고 들어갔는데 왠지 미사를 볼 분위기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였다.
그래서 또 미사를 보게 되었다.
스페인어로 늘 미사를 보지만, 그래서 알아들을 수 없지만,
페레그리노스, 까미노, 산티아고, 묵시아, 피니스테라 등을 자주 언급하는 것으로 보아 우리 순례자들을 위한 말씀을 계속하시는 것 같다.
그리고 순례자를 위한 기도도 드려주었다.
벌써 4번째 미사를 드린다.
피레네를 넘던 날 론세스바예스에서,
산후안레오르테가 아주 작은 교회에서,
그리고 부르고스에서,
그리고 오늘은 우연히 또 일요미사를 보게 되었다.
한국에 있을 때는 교회도 잘 다니지 않던 내가 이곳에 와서 미사를 더 자주본다.
예수님도 괜찮다고 하실 거라 믿는다.
미사를 드리면 참 좋다.
아마도 나의 길을 걷는 동안 누군가 나를 위해 축복을 내려주는 그 고마움 때문일 것이다.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도보 중에 성당에 들어가 가만히 앉아있으면,
마음이 고요해지면서 정돈이 되고, 정화가 됨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신부님께서 내려주시는 페레그리노를 위한 축복의 기도가 전달될 것이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오늘 도착한 알베르게는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마운 곳이었다.
한국인이라 했더니 한국말로 “어서 오세요”, “앉으세요" 한다. 고맙다.
그리고 자기들 알베르게 특별프로그램에 대한 안내를 해준다.
4시에는 뮤직타임이 있고 6시에는 순례자를 위한 미사가 있고, 이후 8시에는 음식을 함께 나눈단다.
그저 오기만 하란다.
젊은 스페인 여자들이 친절하게 웃으며 안내해 주고 옆에 있는 건장한 아저씨 둘이 힘든 배낭을 2층까지 들어다 준다. 진심으로 눈물 나게 고맙다.
순례자들의 배낭을 들어주는 일이 얼마나 고마운 지는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하루의 일정을 다 걷고 알베르게에 도착하면 어깨에서 배낭 내리는 것도 힘들다.
알베르게 숙소 등록을 마친 후, 다시 자신의 배낭을 메고 내 침대를 찾아갈 때의 배낭의 무게는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무겁다. 그렇기에 이 아저씨들이 우리를 위해 베풀어준 선의는 우리들 마음을 꿰뚫고 우러나온 그런 선의였을 것이다.
늘 그렇다.
선의라는 것도 정말 내가 상대방이 되어서, 그 사람에게 진심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를 돌아보면, 더 값지고 더 감동적인 선의가 될 수 있다.
그저, 내가 마음이 편하고 싶어서,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선의가 이 정도이니,
어쨌든 선의를 베푼 것이니,
상대방에게 필요 없더라도 '나만 마음이 편하면 그만이지 뭐'라는 그런 마음이 아니라,
상대방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헤아려서 진정으로 그것을 해주고 싶은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선의일 것이다.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상대방이 무얼 원할 것인가를 자세히 살펴보는 시간이.
그런 시간을 내는 것이 진정한 정성이다.
이런 선의는 굳이 돈이 많이 들어갈 필요가 없다.
그저 좀 더 관찰하고, 그의 입장에 서 보려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오늘 우리가 머무른 "Santa Maria" 알베르게는 그렇게 우릴 진심으로 감동시킨 알베르게였다.
5시쯤 함께 노래 부르는 시간을 가졌다.
필그림들이 모두 모여 스페인어나 영어나 프랑스어로 노래를 부르고 함께 즐겼다.
대부분 찬송가이기도 해서 내가 익히 아는 멜로디가 많아 정말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스페인어나 불어 혹은 영어로 노래를 했는데, 따라 하기 힘들면 신나게 고갯짓을 하고, 손뼉을 쳤다.
그 모든 시간을 이끄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자기들은 그곳 알베르게에서 자원 봉사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기타를 치면서 분위기를 리드하는 분은 영어는 물론 스페인어와 프랑스어 그리고 이태리어까지 능통했다.
이윽고 서로 자기소개를 하며 왜 이 길을 걷는지 이유를 이야기하도록 시켰다.
어쩌다 보니 내가 맨 처음으로 발표를 하게 되었다.
서투른 영어지만, 한국에서 왔고, 이 길에서 난 나를 돌아보고, 내 미래를 생각해 보기 위해, 그리고 거리의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왔다고 대답했다.
중간에는 춤도 추었고, 맨 마지막에는 잘 아는 음악으로 율동을 하며 마무리했다.
노래를 함께 부르는 것도 좋고, 사회 보시고 기타 치시면서 리드하시는 분도 너무 좋아서 난 그 분위기에 취해버렸다. 시간이 끝난 후, 봉사자들에게 노란 리본을 주면서 무척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고맙다고 했더니, 다들 좋아했다.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했다. 그리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다음으로 미사를 보러 갔다.
미사 후 신부님은 페레스리노들을 앞으로 불러들여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를 하나하나 묻고는 환영한다고 말해 주었다.
이어 한 사람씩 앞으로 나오게 해서 축복의 십자가를 머리에 그어주었다.
그리고 이곳 자원봉사자들은 직접 만든 예쁜 종이별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마지막으로 신부님은 우리들 크레덴셜에 하나하나 스탬프를 찍어주고는 부엔 까미노라고 말해주었다.
정말 감사한 순간이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을 다해주는 신부님과 그 봉사자들에게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하다.
언제라도 이곳을 기억할 것이다…….
성당에서 도미니크를 만났다.
이미 미사가 끝난 후였지만, 잔과 도미니크는 오랫동안 교회에 앉아 기도하고 있었다.
그들은 무슨 간절한 기도를 드리고 싶었던 것일까?
이 아름다운 젊은이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 하길 진정으로 바란다.
그리고 저녁을 근사하게 제공받았다.
빵과 샐러드 치즈 소시지, 샹그리아 와인 그리고 맛있는 수프…….
그리고 후식으로 쿠키를 주었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모두 함께 노래 부르고, 인사를 나눈 터라 그곳의 순례자들 모두 즐겁고 기쁜 얼굴로 서로 건배를 하며, 행복한 저녁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살면서 감동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그러한 감동은 대부분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진심을 다해 우리가 만난 사람들에게 마음을 표현하면, 그것이 사랑이 되고 그런 사랑을 경험하면 감동으로 다가온다.
아름다운 감동을 선사해 준 분들 덕분에 까미노는 점점 더 내게 깊은 울림과 의미를 주고 있다.
이제 오늘내일이면 거의 400km를 걷는다.
마치 축하라도 하듯 정말 좋은 알베르게에 머물게 된 것 같아 감사하다.
오늘은 정말 잊지 못할 까미노의 아름다운 날로 기억될 것이다.^^
휴,
다 좋은데,
잔은 베드버그에 잔뜩 물렸고,
나도 온몸이 가렵다.
잔은 생각보다 심하다.
베드버그에 물리리라고는 사실,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2015년 9월 6일 까리온 데 로스콘데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