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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태리 Feb 09. 2024

같이 철인 3종 하실래요?

20240209_그믐날 달리기

4킬로미터 40분


설 연휴 중 시댁식구들과 일본 여행을 가야 한다는 핑계로 친정에 가지 않았다. 나는 가고 했지만 남편이 원하지 않았고 자동차까지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우기는 것조차 귀찮아서 그냥 연휴 첫날을 집에서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 팬트리로 활용하는 곳에서 마늘 냄새가 나서 모았더니 마늘이 다 썩어버렸다. 집에서 가져온 호박도 썩어서 형체가 내려앉아 있었다. 고목나무도 입이 말라있고 산세베리아 입도 돌돌 말려있다. 냉장고 속 치즈에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다. 집안일에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으니 여기저기서 삐걱대기 시작한다. 


나는 왜 집안일에 신경 쓰지 않기로 한 걸까? 집안일은 왜 나만 신경을 써온 걸까? 위계질서 없이 업무분장 구분 없이 두 사람에게 책임을 주면 서로 안 하게 마련이다. 나 혼자서 맡아서 해 오다가 나도 손을 놓기로 결심을 했다. 답답해서 공원 한 바퀴를 걷는 수준의 속도로 뛰고 들어와 보니 아니나 다를까 저녁 차리기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주방대신 목욕탕에 들어가 한참을 있다 나오니 남편이 저녁준비를 하고 있다. 맛있게 먹어주고 식기세척기를 돌렸다. 남편이 그동안 살아왔던 대로 행동하니 이리 편할 수가 없다. 그믐날을 그렇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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