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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배우자 외도부터 이혼까지 과정

마지막글 |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이 인정하기 싫었던 지난날들의 기록

by 하루한끼

1. 외도 사실


차에서 잤다는 말, 주말출근, 술집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 등등

그 모든 것이 사실이길 바랐고 만약 바람을 피웠다면 실수한 거라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명백히 외도를 했다.

본인의 의사에 따라 미래를 계획하면서

(결혼생활은 유지하고 애인은 두려는 의도)



2. 나를 사랑하지도, 존중하지도 않는다는 사실


바람은 펴도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있기를

무릎 꿇고 미안하다 울고

편지 쓰고 잘하려는 모습 보면서

나를 사랑할 수도 있다는 단서를 1%라도 발견하면

거기에 온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상처로 무너지는 아내와 가정의 상황을 알면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 사람은 나를 사랑하지도 존중하지도 않는 것이었다.



3. 자식보다 자신이 소중한 사람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라면

아이의 아빠로 살아가길 바랐지만

결국 그는 가정도, 아이도 아닌

자신을 위한 삶을 원했다.

본인도 처음에는 몰랐던 모양이다.

자식보다 자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4. 남녀관계는 이미 끝났다는 것


신뢰가 없는 관계는 껍데기이다.

남편을 믿지 못할수록 감시는 더 심해진다.

나 자신의 선택을 믿지 못활수록

익명으로 카페에 수백 번 되물어보게 된다.

확신에 차 있는 글도 결국 믿지 못하는 것으로 인한

불안 때문이라는 것을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5.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


알면서도, 골백번 그래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가장 어려운 단계였다.

왜, 내가?? 잘못도 없는 내가??

그동안 잘 쌓아 올린 가정을 깨야하는가?

왜 불완전한 삶을 살아야 하는가?


하지만 뒤돌아보면 나도 완벽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훨씬 편해졌다.


6. 예전의 남편과 지금의 그 사람을 분리시켜야 했다.


한 때 서로 사랑해서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행복했던 그 시절의 남편은 이미 없다.

지금은 다른 사람이다.




7. 이혼 후 이제 나에겐 배우자가 없다는사실


머리로는 알면서도 마음으로 받아들이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6개월가량 지나야 익숙해지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8. 이혼 후 내가 바로 서지 않으면 아이들이 그 몫을 감당해야 한다.


가끔 완전히 무너진 날이 있었다.

그런 날은 아이들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프다고 둘러댄 후 집안일도 밥도 안하고 시체처럼 누워 있기도 했다.


양육자인 내가 무너지면

삶의 무게를 아이들이 감당해야 한다.

그것은 아이들이 성장하고 살아가는 데 어떤 영향을 줄지 아득했다.



9. 이혼 후, 내가 바로 서지 않으면 아이들이 무시를 당한다.


아이들에게도 둘러싼 관계라는 것이 있다.

그 관계 속에서 부모의 이혼과 양육자의 태도가 어떤지에 따라

사람들은 아이들을 판단하기도 한다.

양육자가 엉망으로 살면 친척들도 아이들을 무시한다.

혹시나 피해올까 봐 피하기도 하고

바람피운 배우자의 유전자를 닮았다고 수군대기도 한다.

양육자는 아이들의 버팀목이자 우산이기도 하다.




10. 이혼 후 친정도 남이다.


태어나고 자란 어쩌면 가장 친하고 내 맘을 알아줄 것 같지만

결국 친정도 남이다.

부모도 말로는 위로하지만 뒤돌아서면 그런 딸을 부끄러워한다.

형제들도 마음 아파하지만 뒤돌아서면 피해올까 봐 걱정도 한다.

어스순간 이혼녀인 나는

친정에서 부끄러운 존재가 되었다.



11. 이혼 후 멀어지는 인간관계


처음엔 비밀로 하려고 했다.

하지만 큰 비밀을 가진 관계가 친구인가? 하는 의문이 들어

솔직하게 밝혔을 때 대부분 멀어졌다.


멀어지는 이유는 배려가 지나쳐도 그렇고

친구의 불행이 전염될까 싶어 그리기도 하고

어쩌면 잘 지내고 싶어 예전처럼 속엣말을 다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친구도 어차피 남이다.

노력해서 바뀌지 않는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12. 이혼 후 생활비 규모는 반으로 줄여야 한다.


양육비가 있어도 혼자 벌어서는 예전처럼 살 수 없다.

생활을 재정비해서 씀씀이를 반이상 줄여야 한다.

마음이 힘든 것도 어렵지만

현실이 힘든 것은 더 가혹하다.

아이들이 잘 따라줄 수 있게 설득해야 한다.



13. 자식도 엄마(양육자) 편이 아니다.


가슴 아프지만 아이들도 독립된 인격체라

엄마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대신 살아줄 수 없고

나 역시 아이들의 입장을 100%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엉망으로 살면

그 과정에서 아이들도 나를 평가하고 판단할 것이다.



14. 이혼 후 아이들에 대한 책임은 양육자에게 있다.


비양육자들은 아이들을 못 봐서 힘들어하지만

양육자는 아이들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과 의무감에 짓눌린다.

그런 책임에 밀려 세상 밖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그 현실이 마음의 고통보다 더 힘들다면

그 무게가 얼마나 될지 가늠할 수 없다.



15. 아이들도 남 탓을 한다.


청소년기가 되면

공부가 잘 안 되어도 짜증이 나도 엄마와 다툼을 해도

본인의 잘못마저 부모의 이혼으로 돌리려고 한다.


남 탓만큼 쉬운 것이 있을까?

아이들도 본인의 잘못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가장 편한 방법을 찾기도 한다.


잘 훈육시켜야 한다.

사춘기가 가장 어렵다.




16. 분노와 독한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진정 편해지는 길이다.


내 마음이 편해지고 여유가 있을 때 분노도 사그라든다.

사르라들지 않는다면 마음이 아직도 힘든 것이다.


안정된 삶을 살다 보면

작은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 살다 보면 굳이 내 마음을 훼집어놓을

그런 감정을 남겨놓을 이유가 없다.


외도한 배우자를 둔 억울한 아내라는

보이지 않는 감옥 속에 살면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았다.



17. 나만 겪는 고통이 아니다.


세상엔 수많은 고통이 있다.

고통을 비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배우자의 외도나 이혼보다 더 아픈 고통도 분명 존재한다.


글로 옮기기에도 머뭇거려지는 많은 고통이 있다.

그런 삶들을 보다 보면

삶에 대해 더 겸손해지게 된다.



18. 인생은 결국 혼자이다.


인간은 결국 혼자이다.

바쁘고 가정을 이루고 살 땐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나 나는 혼자였다.


내 행복은 배우자가 자식이 주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이 찾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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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쓴 글들을 옮겨보았습니다.

사라질 글들을 살렸네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평안한 삶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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