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주변사람들에게 상처받지 마세요.
지나야 보입니다.
남편의 외도는 나의 세계가 붕괴되는 경험이었습니다.
갈 길을 잃어 누군가에게 터놓고 싶은 마음에
가장 가까운 친정가족들에게 알렸어요.
처음에는 속상해하고 마음 써주십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훈수(?)를 두기 시작하죠.
바람 그까지 게 뭐라고 참고 살아라
니도 잘못이 있다.
그렇게 못하겠으면 이혼을 하든가? 등등
어느 누구도 오늘 몸 좀 괜찮아? 밥은 먹었어?
안부를 물어오기보다는
갈팡질팡하는 저를 보는 게 답답하고 짜증이 났던 것 같아요.
그때 반응들에 너무 놀라 저는 한 달 만에 입을 다물고
아파도, 죽을 듯이 힘들어도 혼자서 울었습니다.
남편의 외도만큼이나 아픈 현실이었죠.
결국은 나 혼자구나
내 편에 서서 이해해 줄 줄 알았던 사람들의 예상치 못한 반응,
저도 겪어봐서 잘 압니다.
아직 미혼인 절친이 밥 굶지 마라고 전복죽 사다준 게
아직도 고마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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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3년 넘는 시간이 흘렀죠.
이성이 돌아오고 나니
주변사람들에 대한 반응도 나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가족들도 그런 상황이 처음인 거라서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던 거라는 걸..
그리고 본인만큼은 아니지만 가족들도 상처를 받습니다.
우리 집을 얼마나 우습게 알면 저러나
무시당했다 생각해요.
친정가족도 아픕니다.
내 핏줄, 형제가 그런 아픔을 겪는 걸 보는 게 힘든 거예요.
빨리 털고 일어났으면 좋겠는데
갈팡질팡하는 걸 보니 답답할 수도 있겠죠.
물론,
배려있는 행동은 아니었지만
나 역시 완벽한 사람은 아니니
그럴 수도 있겠다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다들 먹고사는 거 버거운데
형제 일에 언제까지나 매달려있을 수도 없는 거고요.
이면에 그 형제들 역시 말 못 하는 속사정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꼭 외도가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당신이 훌훌 털고 씩씩하게 살아가면
그 어떤 결정을 했더라도
가장 응원을 해줄 사람은 친정가족입니다.
당신이 좋은 일이 있으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할 사람도 친정가족이에요.
지금 마음 아프더라도 시간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 믿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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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이외에는 절친과 지인에게 털어놓았는데요.
이 글을 보신 분 중
아직 주위에 알리지 않았더라면
알리지 마시라 알려드립니다.
꼭 말하고 싶으시다면 여러 가지 상황을 염두해 주세요.
대나무숲이라도 찾아서 털어놓고 싶으면
외도를 겪은 분들과 얘기를 나누세요.
넷상으로든 실제 모임에서든
그 편이 훨씬 위로가 되고 도움도 될 거예요.
친구 같은 경우는
처음에는 위로를 해줍니다.
같이 울어주기도 했지요.
행여, 당신이 친구들에게 끝없는 슬픔을 토로한다면
어느 순간 연락이 끊기고 말 거예요.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대부분 멀어집니다.
특히나 이혼을 결정하지 않는 분들은
친구 보는 것이 껄끄러워지기 시작할 겁니다.
이혼 못하는 자신에게 자책감이 있는데
그 모든 사실을 아는 친구를 보는 것이 힘들어질 거예요.
만약 이혼을 선택하더라도 불편해집니다.
그 친구는 더 이상 당신에게
남편이야기, 시댁이야기, 부부간 좋았던 일 등등
편하게 얘기를 꺼내놓을 수 없을 거예요.
착한 친구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그 외에도
친구의 남편은 이혼한 친구를 만나는 걸 탐탁지 않게 생각할 겁니다.
불행이 전염된다?
외도를 아는 여자들은 조금만 의심스러운 상황을 겪어도
바로 촉을 세우니
친구 남편도 불편할 수도 있다는
어떤 분의 글에서 읽었습니다.
대한민국 남자들이 다는 아니지만
사회생활하면서 유흥에 한 발 담그고 있는 분들이 많으니깐요.
이러저라 한 사정으로
그러다 보면 어색해지고 점점 멀어집니다.
이것은 경험자로써 조언이지
꼭 제 말이 다 옳은 건 아닙니다.
그러니 털어놓더래도 이런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걸
염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