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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경빈 Dec 05. 2019

국내 중소 제조기업의 빅데이터 활용 활성화 방안


이 글은 2019년 3월,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산업입지' 제69호에 기고한 전문가 논단 기고문입니다.



 1. 빅데이터 정책사업의 합리적인 추진방안


 바야흐로 데이터 시대이다. 대부분의 분야에서 조직의 리더가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데이터 기반 사업 추진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빅데이터를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바르게, 합리적으로 추진하느냐이다.

 제조 산업은 금융, 마케팅 산업 등과 함께 빅데이터라는 패러다임의 부상 이전부터 이미 데이터 분석을 적극 활용해오고 있는 분야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생산 효율성 향상, 비용절감 이슈 분석 등은 예전부터 데이터 분석이 자주 시도되어 온 분야이다. 그래서 이미 이 분야에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적지 않은 노하우가 쌓여있고, 이런 경험을 함께 한 베테랑 분석가들이 활동 중이며, 크고작은 성공사례들이 있다. 그런데 이런 경험의 대부분은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들의 이야기이다. 이 글에서는 중소 제조기업들의 빅데이터 활용 활성화 방안과 이것을 산업단지 차원에서 어떻게 다루는 것이 효과적인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림 1> Data is the new oil

(이미지 출처 : https://www.flickr.com/photos/emcuki/8008798697)



 우선 ‘빅데이터 활용의 기본 개념’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 빅데이터 프로젝트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데이터일까 데이터분석가일까 분석주제일까 아니면 분석모델일까? 정답은 분석주제이다. 빅데이터 프로젝트라고 하니까 일단 데이터를 많이 모아놓는 것이 우선이고, 대규모 데이터 셋을 구축해놓으면 뭔가 마술같은 일이 벌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이것은 빅데이터를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에 벌어지는 실책인데, 우리가 슈퍼컴퓨터를 갖고 있어도 이것을 무엇에 사용할지 정확히 정하고 목적에 맞추어 운용하지 않으면 비싼 돈을 들이고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듯이, 빅데이터 프로젝트 역시 아무리 많은 데이터와 값비싼 솔루션을 갖고 있어도 분석주제가 구체적이지 않으면 성과가 제대로 나올 수 없다. 빅데이터 프로젝트는 하나의 문제해결을 위한 프로젝트이지 데이터서버를 구축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지금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문제에 대한 정의를 구체적으로 하는 것이 첫걸음이자 가장 중요한 일이다. 데이터를 모으는 것은 그 다음 단계이며, 문제 해결이 도움이 될 수 있는 데이터만 모으면 되지, 이 데이터 저 데이터를 다 긁어모을 필요도 없다. 목적 없이 데이터를 모으는 것은 불필요하게 아까운 시간과 비용과 자원을 낭비하는 일일 뿐이다. 그래서 빅데이터 프로젝트는 정보화팀에서 추진하는 것보다는 데이터를 활용할 ‘주제’를 갖고 있는 현업부서에서 추진하는 것이 맞다.

 빅데이터 프로젝트의 일반적인 절차는 ①일단 해결하려는 문제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하고, ②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데이터를 모은 후, ③오류값을 제거‧보정하는 정제 과정과 목적에 맞게 형태를 바꾸는 가공 절차를 거치고, ④모아진 데이터로부터 답을 얻기 위해 데이터 분석 모델을 개발하며, ⑤모델로부터 얻은 답을 문제 해결에 적용해보는 단계로 진행된다.




 데이터 분석 모델은 분석결과의 정확도, 즉 성능에 따라 전통적인 통계기법을 쓸 수도 있고 딥러닝과 같은 최신기법을 쓸 수도 있다. 한번 만들어진 분석 모델은 그대로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환경변화에 따라 주기적으로 보완하고 개선하게 된다.

 빅데이터 프로젝트를 처음 시도하는 조직은 아무래도 전문기업이나 컨설턴트 등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고,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일단 작은 성공의 경험들을 많이 쌓는 것이 좋다. 빅데이터 프로젝트의 모범사례로 자주 일컬어지는 서울시 심야버스 노선 구축 사업과 같이 간단하면서도 성과가 금방금방 나올 수 있는 소규모의 과제들을 많이 시도하면서 ‘작은 성공의 경험’들을 토대로 장기, 대규모 과제를 기획‧추진하는 것이 좋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막연하게 데이터를 모으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무엇에 쓸지도 모르면서 천연자원이나 원자재들을 일단 모아보는 것과 같다. 우리가 철광석이나 원유, 목재, 천연가스, 목화, 시멘트, 석탄 등등을 되는대로 모으게 되면 이것들을 과연 어디에 쓸 수 있을까? 종류도 다양한 이 많은 자원들 각각을 조금씩 모아놓는 것은 아무 쓸모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다량으로 모아놓는 것은 공간과 비용이 낭비되는 일일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우리가 만들려는 것이 집인지 자동차인지 옷인지 정하고, 자동차라면 엔진을 만들지 타이어를 만들지 유리창을 만들지 정해야 우선 필요한 자원을 판단할 수 있다. 엔진을 만들고자 한다면 철광석을 수입하여 이를 정제한 후 강판을 만들고, 이 강판을 녹여 잘 설계된 금형에 부어 원하는 부품을 찍어내게 될 것이다.     



 2. 산업단지 내 기업들의 빅데이터 활용여건 개선 방안


 데이터 분석 기반의 과학적‧합리적 의사결정, 미래예측 능력은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제품 생산과정의 수율향상, 품질제고, 설비운영‧유지비 절감, 원가절감 뿐만 아니라 생산품목 선정, 마케팅 전략 수립, 인사관리 등 기업경영 전반에 걸쳐 데이터 분석을 활용할 수 있는 포인트는 무수히 많다. 따라서 이를 잘 활용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경쟁력 격차는 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빅데이터 프로젝트라는 것이 고급 지식과 인력, 솔루션을 요구하는 것이다 보니, 규모가 작은 회사들 입장에서는 너무 높은 곳에 매달려있는 열매처럼 여겨진다. 또한 이것이 보통 한걸음 앞을 내다보고 투자하는 일이기 때문에 장기적 투자 여력이나 거시적 전략을 갖고 있지 않은 한 관심을 두기 어렵다. 인력 운영이나 재정 측면에서 늘 빠듯하게 움직이는 중소기업은 한해한해 살아나아가기 바쁘기 때문에 투자 대비 수익이 구체적이고 확실하지 않으면 실천에 나서기 쉽지 않은 것이다. 이와 더불어 대기업은 다양한 요소에서 데이터를 많이 집적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데이터라고 불리울만한 것을 별로 갖고 있지 못하고, 그나마 데이터라 할 수 있는 것들도 분석에 활용할만큼 체계적으로 수집‧관리하고 있지 못한 점도 취약요인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점점 빅데이터 활용은 대기업의 전유물이 되어가고 있다.

 빅데이터 활용여건 개선은 물리적 환경에 대한 개선이 아니다. 관심과 이해도를 높이는 인식 개선의 문제이고, 전문인력을 요구하는 인적자원 개선에 대한 문제이며, 비용이 소모되는 재정적 문제이고, 고품질의 데이터를 생산‧유지‧관리하도록 하는 체계 개선에 대한 문제이다.

 사실 국내에 빅데이터 전문인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이 데이터 분석가를 직접 고용하고 수시로 빅데이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개별 사안에 특화된 다양한 분석기법, 지식과 노하우를 요구하는 빅데이터 프로젝트들의 특성 상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중견기업, 대기업들에게도 많은 경우 전문기업을 활용하는 아웃소싱이 합리적이다. 정책적으로 빅데이터를 활성화한다 하여 투자 여력이 없는 기업들에게 단순히 빅데이터 과제 추진 예산만을 지원해주는 정책은 그리 친절하지 않은 정책이고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들이 ‘빅데이터를 통해 열매를 따먹어본 경험’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빅데이터 활용 가치에 대한 인식과 이해도가 높아지면 투자 여력이 생겼을 때 자발적으로 나서는 CEO들이 차츰 늘어날 것이다. 현 상황에서 돈과 인력이 없어도 쉽게 빅데이터 활용으로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중소기업이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는 컨설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중소기업 빅데이터 활용지원 사업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빅데이터 활용 수요조사를 실시한 후 지원 필요성이 높은 대상을 선정하여 전문 빅데이터 솔루션 기업과 연결시켜 주는 사업이다. 주로 데이터 분석 주제가 명료하고 좋은 성과가 예상되는 기업이 우선 선정된다. 이 사업의 특징은 중소기업들이 빅데이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점을 감안하여, 수요조사 단계에서부터 빅데이터 전문기업이 중소기업들과 미팅과 교육을 진행하며 같이 추진과제를 발굴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중소기업들의 빅데이터 역량 강화와 우수과제 발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진행하면 괜찮은 성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림 2> NIA의 중소기업 빅데이터 활용지원 사업 개요

출처: 중소기업 빅데이터 활용지원사업 우수사례집(2018,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중소기업의 빅데이터 활용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들의 역량 강화 뿐만 아니라 인프라 개선도 필요하다. 빅데이터 인프라 개선 사업이 다루어야 할 핵심은 각각의 산업단지 내 입주기업들이 갖고 있는 원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생산‧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생산‧공정 데이터, 판매‧유통 데이터, 원자재 구매 데이터 등과 같이 기업 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정보들이 대상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기업 내부적으로 표준화된 규격과 기준을 갖지 못한 채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고, 그나마도 그 데이터들이 유실되거나 아예 저장‧관리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중소기업들이 향후 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를 잘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내부적인 문제 개선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 내 데이터 생산의 표준체계 구축, 데이터 저장‧관리 시스템 마련 등을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빅데이터 활용여건 개선이라 하여 각각의 산업단지마다 물리적인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개념은 합리적이지 않다. 어떠한 형식의 얼마나 큰 데이터들이 쌓이게 될지 알 수 없고 어떤 데이터 분석도구가 필요한지 모르는 상태에서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게 되면 무척 어정쩡한 플랫폼이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트럭인지 승용차인지 포크레인인지 불도저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일단 다 사놓고 보자는 식의 접근은 합리적이지 않다. 빅데이터 솔루션이라는 것도 용도에 따라 다양한 솔루션이 존재하는데, 이런저런 상황에 다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설령 무리해서 구축한다 해도 소요되는 예산은 무척 크고, 들인 돈에 비해 활용도가 낮게 될 것이다. 데이터서버, 분석서버 등의 물리적 환경은 필요 시 그때그때 필요한 규모‧요구사항을 판단하여 서비스업체의 것을 잠시 빌려쓰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한 산업단지 내 빅데이터 활용 방안이라고 하여 하나의 산업단지 내에 있는 여러개의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데이터들을 하나의 빅데이터 플랫폼 위에 모아 활용하도록 유도한다는 개념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좋은 데이터이든 나쁜 데이터이든 기업 입장에서는 그것을 통해 자신이 갖는 강점 또는 단점을 경쟁자에게 노출시킬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공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 게다가 고부가가치의 다양한 활용도를 갖는 데이터라면 더더욱 그럴 수 밖에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확실하게 보장받는 이익이 있어야만 공유를 고려할 수 있다. 데이터의 공유‧융합‧연계는 바람직하고 시너지가 매우 크지만, 이해관계에 있어서 첨예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쉽게 진행되지 않는다. 이 일이 얼마나 걸림돌이 많은 일인지는 데이터가 자원, 즉 돈이라는 것만 명확히 이해하면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데이터의 공유‧활용은 각각의 협력 사안을 면밀히 살펴 가능한 일인지 여부를 판단하고, 각 협력주체의 이해관계를 잘 따져 차근차근 추진해야 할 일이다.     



2019년 3월.  NIA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송경빈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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