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 축하해.
졸업식 언제야?
맞다. 유치원도 졸업을 하지.
노리끼리한 액자 속 까무잡잡한 얼굴로 학사모를 쓰고 동그랗게 눈을 뜬 유치원 졸업식 사진이 나도 있었다.
벽에 걸려있었던가, 서랍장 위에 올려져 있었던가.
가방을 벗어두다가, 엄마가 구워 준 핫케이크를 먹다가, TV를 켜다가 그 액자 속 나와 늘 마주쳤던 기억이 있다.
한 해가 지나고 똑같이 노리끼리한 액자 속에 이번엔 졸린 듯 눈을 반쯤 감고 있는 빨간 칼라의 동생도 옆 자리를 차지했다.
속눈썹이 나보다 훨씬 길었던 동생은 언제나 반쯤 졸린 듯한 모습이었다. "잠 안 왔다니까!" 졸린 눈으로 늘 항변했던 동생. 어우 그 동생은 이제 서른아홉이 되고 내일모레 결혼식을 한다. 졸린 속눈썹보다 훨씬 긴 속눈썹을 가진 아름다운 사람과 함께.
액자 속 자리는 이제 큰 아이가 차지할 예정이다.
예비소집에 가고 초등학교 입학 준비를 하면서 새로운 생활에 대한 설렘만 가졌지, 졸업식은 예상 못했네.
어린이집도 안 보내고 5살이 될 동안 옆에 끼고 있다가 겨우 보낸 유치원. 아이는 친구들을 향해 가방도 내던지고 뛰어가는데, 땋은 머리가 교실 문 안으로 찰랑이며 사라질 때까지 유리에 코를 박고 아쉬움을 보듬었다.
어떤 친구가 이름을 불러주는지, 꼭 안아주는 친구는 누구인지. 밝은 얼굴로 손을 흔드는지. 아이가 5살이 될 동안 오히려 엄마가 미처 5살이 되지 못했다.
입학식 날 앞 친구 어깨에 손을 얹은 노란 카디건의 기차가 식장으로 들어오는데, 엄마를 찾는 아이의 눈과 마주친 순간 울컥해버린 건 5살이 못 된 엄마뿐이었다. 아이의 이름 스티커가 붙여진 책상과 조그만 의자에 앉아보고, 자기 꽃을 심을 꽃밭을 둘러보고, 작은 놀이터 모래밭을 살짝 밟아보면서 하루에 몇 시간, 그동안 보지 못할 아이의 모습을 미리 아쉬워했다.
작은 손으로 열심히 고구마를 캐오고, 엄마를 위해 만들었다며 종이비행기를 건네고, 운동회 날을 위해 열심히 연습해야 한다며 이해하지 못할 동작들을 하면서 아이는 쑥쑥 자랐다.
입학식 이후에도 나는 종종 울었다.
어버이날이라며 어설픈 종이 카네이션을 만들어 올 때.
달리기에서 1등은 아니어도 나는 아주 잘한 거라며 연필 상품을 자랑할 때.
유치원에서 배웠다며 세배를 곱게 할 때.
오늘은 엄마를 위해 쉬는 시간에 뭘 만들어볼까? 하며 물어볼 때도.
"엄마는 우리 딸이 그려준 그림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선물이야." 했던 말을 참 오래도 기억하고 있다.
이번 주 금요일, 졸업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고운 한복이 준비물.
언제까지고 우리 집 벽에 걸려있을 아이의 빛나는 순간을 위해서 금요일 아침에는 머리를 곱게 땋아줘야겠다.
아이가 너무 좋아하는 은은한 핑크색 한복도 구김 없게 미리 잘 걸어두어야지.
용감하고 씩씩하게 엄마에게서 한 발짝씩 멀어져 가는 아이에게 환하게 웃어주어야겠다.
졸업 축하한다.
우리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