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추측입니다만

기간제 교사의 재계약을 앞두고

by 아침이슬

2월 첫 주. 개학 첫날.

"OOO 선생님, 좀 와보실래요?"

교감 선생님의 호출이다.


겨울방학 포함 5개월짜리 기간제 교사로 맞이하는 5개월 차. 그동안 교감선생님을 대면할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조퇴나 외출 신청할 때 구두 보고 하러 가거나, 매달 안전점검 서명을 받으러 갈 때 정도였다.


"다른 학교에 지원했나요?"

"아니오."

"희망업무분장을 봤는데, 올해는 담임을 맡아야 될 겁니다. 괜찮겠어요?"

"네."


기존 교사의 육아휴직 연장으로, 지금 근무 중인 학교에서 더 일 할 기회가 생겼다. 채용전형이 끝나야 확실해지겠지만, 특별히 문제가 없는 한 기존에 근무한 기간제 교사를 우대한다고 알고 있고 그렇게 믿고 싶다. 그 누구도 명확하게 내 거취를 말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교감 선생님과의 몇 마디에 큰 확신을 얻었다.


42세, 난생처음으로 일 년짜리 기간제 교사가 되기 직전이다. 그동안 기간제 교사로 한 학교에서 최대 한 학기씩만 근무했다. 그 이상은 겁이 나기도 했고, 기회가 없기도 했다. 일 년짜리 계약은 시간강사로 딱 한번 해봤다. 그땐 매일 출근하지도, 업무를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별 느낌이 없었다. 그런데 이젠 다르다. 누군가 잘 차려놓은 밥상을 맛있게 먹고 치우거나, 밥상 치울 걱정 없이 차리기만 했던 과거와는 다르다. 내가 밥상을 차려서 먹고 치우는 것까지 해야 된다.


40살에 처음 기간제 교사가 되었고, 어느덧 42살이 되었다. 어쩌면 난생 처음 담임교사라는 타이틀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아직 계약서를 쓰지도, 새 학기 업무분장이 나오지도 않았으니 조심스레 추측만 해본다. 제법 기분 좋은 추측이다.


나의 근황과 3월 이후의 계획을 묻는 지인들의 인사에 대답하기 한결 수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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