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추측은 완벽히 빗나갔다

도둑맞은 기간제 교사의 일 년

by 아침이슬

5개월 계약만료를 앞두고, 기존 교사의 휴직이 일 년 연장되어 학교에서 다시 채용을 진행했다. 기존에 근무하던 기간제 교사와 별도의 채용과정 없이 계약을 하는 경우도 봤는데, 굳이 모든 전형을 다시 진행한단다. 어쩔 수 없다. 따를 수밖에.


올해는 희망하지 않더라도 담임을 맡아야 된다고 언질을 준 교감 선생님, 이 학교에서 이 시기를 보냈던 선생님들이 건네는 한두 마디 인사를 통해 확신에 가까운 추측을 하고 있었다. 의리인지 확신인지 모르겠지만 그러한 이유로 다른 학교에는 지원을 아예 하지 않았다. 곧 맞이할 새 학기를 조심스레 그리며 면접을 기다렸다.


면접 분위기는 나쁘지도 좋지도 않았다. 그동안 경험했던 면접과 비교해 면접관 수가 가장 많았고, 질문도 가장 많았다. 예상했던 질문을 받고 준비한 답변을 하면서, 나를 몇 달간 봐온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질문이라고 이해했다. 날카로운 질문을 받고 조금 당황했지만, 더 잘해보라는 격려와 채찍의 의미로 받아들였다. 짧지 않은 면접이 끝났다. 퇴근까지는 30분 넘게 남았다. 종업식을 앞두고 전교직원 송별회가 있는 날이었다. 명색이 최종면접인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마음이 뒤숭숭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친하게 지냈던 선생님들과 함께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전근이 결정된 선생님들이 앞으로 나가 한분씩 마이크를 잡고 인사했다. 휴직자가 복직하는 등의 이유로 내년에 함께 하지 못하는 기간제 선생님들도 인사했다. 순간, 궁금했다.


'내가 면접에서 탈락하면 모두에게 인사를 할 기회는 없는 건가?'

'오늘 여기서 인사를 안 시킨다는 건 합격했다는 건가?'


송별회 다음날은 종업식이자 면접 결과가 발표되는 날이었다. 기간제 교사가 10명 가까이 되는데, 인사할 기회가 없는 나머지 사람들은 그대로 남는 건가. 만약 탈락하면 하는 대로 그냥 떠나는 건가. 합격여부와 관계없이 일 년 계약한 사람들이니, 일 년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인사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은데.


그 자리에 있는 많은 선생님들과 일일이 안부를 나눌 만큼 친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내 거취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인사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냥 밥이나 먹자. 같은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배부르게 먹었다.


공식적인 자리가 끝나고, 하나 둘 귀가하기 시작했다. 배는 터질듯한데 기분이 묘하게 찝찝했다. 면접 후 교감선생님 이하 면접에 참석했던 선생님들과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이대로 집에 가면 잠이 안 올 것 같았다. 주섬주섬 겉옷을 입고 있는 부장님에게 갔다.


"부장님, 저는 어떻게 되나요?"


부장님의 곤란한 표정을 보고 말았다. 뭐지? 평소 유쾌하고 호탕하고 친절한 분인데. 어색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결과는 내일 교감 선생님이 알려주실 거예요."


내일? 교감 선생님? 마침 내 앞으로 교감 선생님이 지나갔지만 왜인지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잠이 안 올까 봐 먼저 말을 꺼낸 건 난데, 답을 알고 있는 교감 선생님이 바로 앞에 있는데, 그저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공정하게 하려고 오늘 미리 안 알려주는 거겠지?'

'어차피 알게 될 거, 오늘 같은 날 살짝 귀띔해 줄 수도 있었을 텐데?'

'혹시 안 좋은 결과라서?'


그리고 알게 됐다. 합격자 명단에 내가 없음을. 송별회 때 이미 결정이 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그 어떤 언질도 주지 않았다. 나는 그것도 모른 채 웃고 떠들며 밥을 먹었다. 알았더라면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었을까. 표정관리가 됐을까. 밥이 들어가기나 했을까.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인사할 기회라도 주지. 내가 그 정도로 별로인가? 그보다 당장 다른 자리를 알아봐야 된다. 아뿔싸. 대부분의 서류제출 기한이 이미 지났다. 심지어 몇 시간 전까지 서류를 낼 수 있는 곳도 있었다. 미리 알려주기라도 했다면 다른 길을 찾을 수도 있었는데. 완전히 고립된 기분이었다.


다음 날, 교감 선생님이 먼저 면담을 요청했고 불합격을 통보했다.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나보다 나은 지원자가 있어서 그를 뽑았다면 그건 내 탓이다. 마흔에 처음 기간제 교사가 되었고, 화려한 경력이나 대단한 실적이라고 할 것도 딱히 없다. 그러면 나에게 희망을 주지 말았어야지. 다른 학교에 지원하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구체적인 업무까지 이야기하면서 내년을 기대하게 해 놓고 이제 와서 미안하다고 하는 건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더 속상한 건,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내 상황을 잘 아는 동료 선생님이 눈시울을 붉히며 사과했다. 함께 더 있을 생각에, 만약을 대비해 다른 방법을 도모해 보라는 말을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종업식과 졸업식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빠르게 자리를 정리했다. 같은 실에 있던 선생님들과 짧게 인사했다. 다들 입을 떡 벌리며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아주 조금 위로가 됐다. 내가 알기로 이런 상황에선 기존에 일했던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편이라던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개경쟁에서 탈락될 만큼 내가 별로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남은 사람들은 나의 빈자리를 보며 뭐라고 생각할까. 줘도 못 받아먹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조금은 두렵기도 했다.


이후에 알게 된 부당한 정황을 낱낱이 기록할 수 없는 건 내 용기가 부족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뉴스에서만 보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물론 증거는 없다. 모든 기록은 내가 아닌 학교에서 만들고 보관하기 때문에.

이번 일로 큰 교훈을 얻었다면,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지 말 것. 모든 일은 완전히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님 또한 알았다. 내 길은 내가 부지런히 닦아서, 하나의 길이 막히면 또 다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언제나 준비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 되고 보니, 이제야 보였다. 두 개 이상의 갈림길에서 어느 길로 갈지 고민하고 선택하는 영리한 자들. 하나밖에 없는 길 앞에서 마냥 기다리다가 갑자기 고립된 기분이다. 아직 이곳을 벗어날 방법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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