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

서류탈락, 면접 그리고 합격

by 아침이슬

"맡고 있는 과목의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수업 중 학생이 선생님께 욕을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담임을 맡게 되면 학급운영을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중학교 기간제 교원 면접에서 받은 질문 중 일부다. 당황해서 말도 안 되는 답변을 한 것도 있고, 예상했던 질문이라 제법 그럴듯하게 답변한 것도 있다. 질문의 종류는 달랐지만, 기간제 교원에게 요구하는 바는 거의 비슷한 듯했다. 수업이야 기본이고 담임을 맡을 수 있는 역량, 학생 생활지도를 충분히 해내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담임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또 하나의 도전을 하는 셈이었다.


기간제 교원 경력이 짧아서인지 조건이 좋아 보이는 학교는 지원서를 낸 후 아무 연락이 없었다. 지난 2주간, 정 갈데없으면 집에서 아이들 케어하며 지내는 것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지냈다. 자녀가 수영강습 다닐 수 있도록 픽업해줄 수 있어서 좋고, 오전에 요가를 꾸준히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합리화시키고 있었다. 브런치에 새로운 연재를 할 수도 있고, 관심 있던 부동산 공부를 할 기회가 생길 거라고 위로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채용 담당자가 지원메일을 수신했는지 수시로 확인했다. 1차 합격자 발표 예정시간이 다가오면 가슴이 콩닥거렸다. 알림음이 들리면 부리나케 휴대전화를 들여다봤다. 혹시라도 착각했나 싶어서 교육청의 채용공고란을 두 번 세 번 확인했다. 합격발표 시기가 지난 학교 이름을 하나씩 지우면서 2학기를 노리면 된다고 위안하고 있었다. 잠들기 전, 합격자 발표가 남은 학교를 꼽으며 위로와 기대 사이를 수차례 오갔다.


'2025학년도 기간제교사 채용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면접 본 두 군데 중 한 곳에서 최종합격 통지를 받았다. 근무하고 싶었던 우선순위에 있던 학교라 더 반가웠다. 합격 후 마음이 가볍고 편해졌다. 그날 밤, 약간의 설렘을 느끼며 기분 좋게 잠들었다. 그래, 나는 매우 일하고 싶었다. 뽑히고 싶었다. 합격하고 싶었다. 혹시라도 원치 않는 결과를 마주할까 봐 미리 합리화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던 내 지난날이 조금은 안쓰러웠다. 남편에게조차 속 시원하게 털어놓지 못했던 그 마음을 이제야 비워낼 수 있었다.


학교에 지원서를 내고 기다리는 동안 느꼈던 감정을 떠올리다 보니, 기간제 교사의 애환이라며 끄적인 내 글들은 배부른 투정이었던가 싶기도 하다. 남은 2월을 마음 가볍게, 그리고 3월을 기대하며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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