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안부

아직 올해 계획을 세우지 못한 이유

by 아침이슬

대학 동기들 중 지금까지 연락하고 지내는 Y와 O. 재수 후 임용에 합격해 교사로 재직 중인 둘은 경력 10년이 훌쩍 넘은 배테랑 교사다. 다른 지역에 살고 있어 학기 중에는 각자의 생활로 연락을 거의 못하지만, 방학마다 한 번씩 모이는 편이다.


우리의 2월 안부는 늘 똑같다.

"올해는 어느 학교에 근무해?"

내가 둘에게 묻는 건 학교를 옮기는지 정도이다. 세부사항은 잘 모르기도 하고, 근무연한을 채우기 전까지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어떻게 됐어?"

그들이 나에게 묻는 건 새로운 자리를 구했는지 여부다.

시시콜콜한 질문까지 할 수 있는 친구들이기에 처음 학교에 나갈 때부터 지금까지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채용공고를 보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포지션인지 J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고등학교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한 J는 앞뒤 사정을 대충 듣더니 그 정도는 내 경력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용기를 줘서 지원하기도 했다. 물론 J의 예상은 적중했고, 덕분에 혼자라면 지원하지 않았을 포지션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평가나 수업자료 등의 자문도 구한다. 십수 년간 쌓은 노하우를 상세하게 알려주는 친구들 덕분에 학교 생활이 더 수월했다.


새 학기를 위한 기간제 면접을 보고 돌아오는 길, O에게 전화했다. 내가 받은 면접 질문의 모범답안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녀는 자신조차 같은 질문을 받으면 난감할 것 같다며 위로했다. O는 근무연한이 아직 1년 남아서 학교 이동은 없고, 겨울방학을 맞아 계속 집에서 쉬는 중이며 다음 주에 유럽여행을 떠날 예정이라고 했다.

내 근황을 묻는 O에게, 아직 몇 군데 결과발표가 남아 있고 기간제 채용 전형이 다음 주쯤이면 마무리될 것 같다고 했다. O의 격려와 응원을 받으며 통화를 끝냈다.


안타깝게도 올해 계획은 아직 세우지 못했다. 어떤 곳에 어떤 형태로 채용이 되는지에 따라 이후 계획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퇴근 시간까지 아이가 다닐 학원을 알아보며 시간표를 짜게 될지, 내가 다닐 문화센터를 알아보며 오전강좌 시간표를 짜게 될지 아직은 모른다. 유럽여행을 다녀온 O를 만날 때쯤이면 내 거취가 결정되어 있겠지.


당분간 2월의 안부를 묻는 인사에는 몸 건강하고 집에 우환이 없는 걸로 만족해야겠다.

이전 14화교사가 불안을 느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