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을 마치고 나의 일상으로
우리가 Semester로 알고 있는 학기를 영국에서는 Term으로 사용한다.
영국 모든 학교의 새 학년은 9월에 시작된다.
Autumn term(9월-12월 중순)을 시작으로 Spring term(1-3월), Summer term(4월 중순-7월 중순) 이렇게 3개의 Terms로 학교가 운영된다.
학교마다 1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영국의 Term 은 보통 6주 수업, Term 중 1주 중간 방학(half term), 또다시 6주 수업, 2주 방학(End of term)으로 되어 있고, 여름방학은 무려 6주가 주어진다.
학교의 일과는 대개 9시에 시작하여 3시에 마친다.
그러니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할 때마다 영국은 '아이들이 맨날 방학이라 좋겠다'라고 신기해하는 건 어쩜 당연하다.
공휴일은 결코 한국만큼 많지 않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연말에 새해 달력이 나올 때마다 내년에는 보너스 같은 공휴일이 몇 개 인지 세어보고, 주말과 연결되어 있는 공휴일을 보며 탄성을 불렀던 소소한 기쁨이 있었다.
그에 비해, 공휴일을 의미하는 영국의 Bank holidays는 거의 대부분 아이들 방학기간에 분포가 되어 있다.
특정 날짜가 아닌, 몇 월 몇째 주 월요일 등으로 지정하므로 왕 대관식 등 특별한 국가적 행사가 없는 한, 매년 비슷한 개수의 공휴일이 있다.
소소한 설렘은 없지만, 예측하기가 용이하여 미리 계획을 할 수 있다.
학원이나 스포츠 클럽, 스카우트 활동 등도 대부분 방학에는 멈춘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휴가 일정을 1년 전부터 계획하기도 한다. 영국의 사회 시스템, 많은 부분이 학교 일정과 맞물려 돌아간다.
영국의 주요 Bank holidays의 예
New Year’s Day : 새해 첫날, 1월 1일
Easter Monday : 부활절 다음 날(주로 4월 1-둘째 주)
Early May bank holiday : 노동자의 날, 5월 첫째 주 월요일
Spring bank holiday : 5월 마지막 주 월요일
Summer bank holiday : 8월 마지막 주 월요일
Christmas Day : 성탄절, 12월 25일
Boxing Day : 성탄절 다음 날
10살 이하의 어린이는 보호자가 반드시 등하교를 책임져야 한다.
맞벌이 부부들은 육아도우미의 힘을 빌리거나, 근무시간을 조정하여 아이의 픽업을 교대로 수행하기도 한다.
아이들 학기가 시작되면, 아이는 아이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학교 루틴에 익숙해진다.
좀 익숙해졌다 싶을 때쯤 학기 중 반을 알리는 Half term 방학이 나를 반긴다.
6주 동안 애써 익숙해져 있던 학교 루틴의 일상이 깨어지고 만다.
휴식을 갖고 다시 학교생활에 익숙해질 때쯤 학기가 끝났음을 알리는 방학이 또 기다리고 있다.
학기 중에 나의 일상은 아이들 방과에 맞추어 블록화 된 나만의 계획으로 채워져 있다.
가족 중 가장 먼저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묵상 시간을 갖고, 인강을 듣거나 독서를 하는 것으로 오롯이 나만을 위해 새벽시간을 Me time으로 사용한다.
방과 중에는 아이가 학생으로서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 역시 가정을 돌보는 일을 하고,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며 정성을 다하여 나의 하루를 채워간다.
방학이 되면, 아이의 등하교를 책임지지 않아도 돼서 여유가 생기기도 하지만, 내 하루는 엄마의 역할만이 크게 부각된다. 하루의 느슨함은 어쩔 수 없게 겪게 되는 시간들이 된다.
그래서,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은 새벽시간의 Me Time 은 방학 동안에 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아침 식사 시간이 한 시간 늦어지기 때문에 그 시간만큼 나에게 덤으로 주어진다.
방학에는 아이가 깨어있는 시간 거의 대부분은 아이에게 쓰이기에, 시각을 달리해 보기로 한다.
아이의 시간표를 나의 계획을 수행하는 시간으로 관점을 고쳐 본다.
아이의 레슨 시간 - 가족을 위해 장을 보거나, 친구와 친밀감을 나눌 수 있는 시간, 독서시간, 산책하며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의 시간
아이와 이동하는 시간 - 아이와 교감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
TV를 보는 시간 - 맨손체조를 하거나 빨래를 개는 등 작은 일 처리 시간
식사 시간 - 서로를 바라보며 생각을 나누는 대화의 시간
아이의 공부시간 – 함께 공부하며 성장하는 시간
아이와 야외활동 – 건강관리 시간
아이의 악기 연습 – 라이브 음악 감상하며, 가족을 먹여 살리는 요리사가 되는 시간
아이의 게임시간 – 휴식 시간
아이와 가족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만, 내 성장과 행복을 기억해 본다.
관점을 달리해 보면 보이지 않던 것도 보이기 시작하고, 긍정적으로 그 시간을 즐기게 되는 변화도 맛보게 되는 듯하다.
오늘 아이들이 학교로 복귀하는 날이라 더없이 기쁘다. 마침내 해방이다!
아이들은 9월 새 학년이 시작되고 워밍업을 이미 마친 상황이라 이번 2번째 학기는 낯설지 않아 덜 긴장한다. 나는 일상 루틴을 재 정비하고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신년계획을 마무리해야겠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시간을 지배할 줄 아는 사람은
인생을 지배할 줄 아는 사람이다.
- 에센 바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