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나는 1천 명 규모의 공기업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다.
대학 졸업 후 입사해서, 결혼 후 가족이 늘어나기까지
나의 20-40대 전 시간을 함께 한 직장이며 일이었다.
처음 사람을 만나면 흔하게 하는 질문, "어떤 일을 하시나요?"라고 물었을 때,
"공기업에서 근무합니다."라고 대답하면,
‘신의 직장’이라며 부러움의 눈길을 보내주는 것이 싫지는 않았었다.
우리 가족이 영국에서 살아보기를 시작했을 때도 마찬가지, "어떤 일을 하시나요?"라고 물으면,
"공기업 기획실에서 근무 중인데, 휴직을 하고 영국에 잠깐 와 있습니다."라고 답했었다.
사실이긴 했지만, ‘육아휴직’이라는 방패뒤에 나는 아직 중요한 사람이라고,
지금은 비록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일을 잠시 쉬고 있긴 하지만,
다시 돌아갈 곳이 있는 커리어우먼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던 것 같다.
돌아가야 하는 3년째가 되었을 때, 심각한 고민은 시작되었다.
첫 해는 나도, 아이들도 이질적인 문화와 언어사이에서 문맹자의 좌절감을 맛봐야 했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 아이들은 학교 생활에 적응을 잘해주었고,
나도 스트레스가 적은 영국 교육시스템이 점차 맘에 들어왔다.
가족은 함께 붙어있어야 한다는 부부의 신념으로 선택지는 이미 두 가지로 축약된다.
다 같이 돌아가느냐, 다 같이 남느냐.
경제문제, 아이들 교육, 생활방식의 대전환 등 복잡한 생각과 고민 끝에 우리는 결국 영국에 계속 남기로 결정했다. 맘 속에 끝까지 놓고 싶지 않았던 것이 커리어였다.
영국 이민을 결정하고 퇴사를 했을 때 더 이상 돌아갈 소속이 없다는 것,
내 청춘의 시간이 부정당한 것 같은 상실감에 한동안 힘들었었다.
상실감과 이 우울의 본질을 마주하는 데는 꽤 시간이 걸렸다.
무슨 일을 하는지를 내가 누구인지와 동일시했다는 것,
중요한 사람처럼 보이려고 애쓰며 살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런 나를 인정하게 되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은 멈추게 되었다.
일이란,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 가는 과정에 있어 스쳐가는 정거장 같은 것임을.
일은 사람의 가치를, 사람의 인격을 판단할 수 없는 것임을 바로 보게 되었다.
일과 나를 분리시키니 중요한 사람처럼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자유로워진다.
무슨 일을 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향해 노력하는지,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그 일을 왜 하고 있느냐이다.
영국에서의 제2의 인생을 살겠노라고 결심하고,
40일간의 여정으로 구성되어 있는 릭 워렌의 ‘목적이 이끄는 삶,
The purpose Driven Life’를 통해서 인생의 목적을 점검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나 자신을 잃는 다면 그것은 의미 없는 노동일뿐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신념, 관계, 건강 등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어떤 사람이 되어 가는지가 중요하다.
우리의 목적은 살아가는 동안
점점 아름다운 성품을 갖추며 선한 일들을 실천하며 품격 있게 성숙해져 가는 것이다.
지금은 ‘할 줄 아는 것’, ‘해왔던 것’을 버리고
‘해보지 않았던 것, 이전에 하고 싶었던 것’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하며 찾아보는 중이다.
몇 가지를 시도해 보고 영 아니다 싶을 때 그때 중단하면 그만이다.
그중 하나가 글쓰기, 무작정 써보기로 작정했다.
Done is better than perfect. 내가 즐겨 사용하는 말이다.
나의 5년 뒤에 모습은 내가 지금부터 5분 뒤에 하는 일에서 출발함을 믿기에 그냥 해본다.
그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속도는 차이가 있겠지만 멈추지만 않는다면 목적하는 그곳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안에 숨겨진 잠재력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하는 삶,
그리고, 그 능력과 성실을 활용하여 사람들을 돕는 일.
그것이 내 인생의 목적임을 정의했다.
내가 원하는 삶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해 주고 싶은 삶
이 두 가지가 조화로운 일을
시간과 노력을 들이다 보면 언젠가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생각만으로는 변하지 않는다.
오직 행동만이 힘이 있다.
혹여나 실패하더라도
그 결과가 내 가치, 내 인격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없음을 기억한다면,
결과에 대해서 자유로울 수 있다.
결과는 내 소관이 아니다.
목적을 기억하고 매 순간 진심을 다해 살아내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나의 몫이다.
하나님 안에서 평안을 찾고
세상 속에서 나의 자리를 찾고
현재 있는 자리를 지키려 최선을 다하라.
방해받지 않는 삶 by 밥 고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