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수연 옮김, 책책
조현병은 100명 중 1명이 앓는 흔한 질병이지만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관련자료를 찾아봐도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이해를 돕기 위해 읽을 만한 도서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았는데 몰입하여 읽었다. 그러다 이것이 현실이라니 싶어 저자의 가족들, 가장 먼저는 병을 앓았던 당사자인 저자의 큰 아들 조너선을 걱정하게 된다.
병증이 나타나기 전 이웃들은 조너선을 보며 '성품이 너그럽고 미소가 아름다운 청년'이라 말했다. 10대 후반 증세가 드러나자 그는 자꾸 집을 나갔고 생활이 무너졌으니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고 자기만의 암호를 개발한다.
다큐멘터리 제작자이며 방송인인 저자는 조현병 가족으로서 겪었던 일들을 몰입감 있게 써내려 간다.
[ 우리는 정신병에 대해 무지하고 이를 경멸의 대상으로 여기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러나 잠시 동안이라도 이것을 낭만적으로 묘사하고 싶다. 나는 빈 건물 같은 누추한 곳에서조차 집 없이 떠도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유대감을 느끼고 서로를 인정하고 돌본다고 믿고 싶었다. 그래서 채소 씨앗을 가지고 가 오랫동안 버려져 있던 정원에 심었다. 그러나 아무도 물을 주지 않아서 모두 말라 죽었다. 가끔 음식도 가져갔다. 가끔은 조너선과 클레이턴(조너선의 친구로 조현병이다)을 데리고 애들레이드 시내에 있는 시장에 갔다. 그곳은 만남의 장소이자 좋은 냄새와 멋진 볼거리가 가득한 장소이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 더미, 독일 소시지와 잘 구워진 달콤한 빵, 검은 색과 초록색 올리브를 담은 통, 쌀자루, 볶은 커피의 짙은 내음, 수제 초콜릿, 우리는 시장 주변에 늘어진 좌판을 좋아했는데 거기에서는 인도 의상과 보석, 샌들과 은제품, 중고책과 신선한 허브 화분 등을 팔았다.
시장에 다녀오면 조너선은 집으로 와 서성이곤 했다. 때로는 이 발에서 저 발로 걸음을 옮기거나 고개를 끄덕이거나 중얼거렸다. 아니면 현관이나 거실, 베란다에 등을 대고 납작 누웠다.
그는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청으로 인해 평화가 거의 없었다. 환청은 그를 괴롭히고 꼬드기고 협박했다.
'네 뇌가 쪼그라들고 있어, 조너선. 조... 네 뇌는 암에 걸렸어.... 썩어가고... 너는 악마야.. 아무 쓸모가 없어.. 왼발을 먼저 내밀지 않으면 넌 죽을 거야... 이제 왼발을 먼저 내딛어.'
때때로 환청으로 농담을 듣고 낄낄거리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듣는 환청에 대해 거의 말하지 않았고 환청이 들린다는 사실도 대부분 부인했다. 환청이 정신이상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미치지 않았어!"
그가 갑자기 식탁을 내리치자 포크, 나이프가 흩어졌고 우리는 모두 놀라서 펄쩍 뛰었다.
모두가 알아볼 수 있는 지도책이 존재하는 세상에 사는 우리가 미쳤다는 것에 대한 헤어질 수 없는 공포를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그 얼굴이 눈 앞에서 와해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유리잔을 잡으려고 손을 뻗으면 그것은 있으리라 예상하는 위치에 있다. 우리는 자신을 죽이라고 말하는 소리를 듣지 않는다. 텔레비전에서 우리의 가장 비밀스러운 생각을 방송한다고 믿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을 바라볼 때 그들의 얼굴이 사악한 얼굴로 일그러지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 ]
약물 치료로 도움을 받는 케이스가 늘고 있긴 하지만
강제 치료나 입원이 불가능하고 환자가 투약을 거부하는 경우도 많단다.
100명 중 1명이고 우리나라는 군대에서 발병하는 케이스가 많아
100명 중 1명 이상일 거라고 들었는데. 부디 좋은 약이 어서 나왔으면.
읽다보니 고통스러워서, 읽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데
곁에서 겪는 가족은 어떨까, 본인은 또 어떨까. 걱정도 되고
그동안의 무지가 미안하기도 하고. 복잡해지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