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15년 후 세상

15년 후 세상

by 채현

이 글의 부제를 “15년 후 세상”이라고 정한 이유는 단순한 상상력이 아니다. 나는 AI 기술 변화가 개인의 체감과 사회의 구조를 동시에 흔드는 임계점(critical point)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누군가는 5년이라고 말했고, 누군가는 10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개인이 “이제 과거 방식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라고 느끼는 시점은 대체로 그보다 늦다. 기술 변화가 현실이 되기까지 시간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현재 30대가 은퇴 연령에 도달하기 전, 즉 15년이라는 시간을 부제로 선택했다. 이 시간은 과거의 교육을 받은 세대가 더 이상 “재교육”이라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없는 시점이다. 기술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구조의 변화는 늦게 찾아온다. “15년 후 세상”이란 단지 미래를 상상하는 말이 아니라,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의미한다.


이 글에서 나는 네 가지 주장만을 검증한다. 첫째, 30대 이후 인지구조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 둘째, 따라서 30대 이후 재교육은 효과가 거의 없다. 셋째, 문해력과 메타인지가 결합된 구조적 인지 능력자는 전체 성인의 약 5%에 불과하다. 넷째, 기업은 수행이 아닌 선발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 네 가지 주장은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국제 연구와 세계 기구의 조사 결과와 일치한다.


30대 이후 인지구조의 변화는 가능하지만 매우 제한적이다. 신경과학 연구는 인간의 시냅스 가지치기(synaptic pruning)가 25세 전후에 급격하게 감소한다고 보고한다.¹ 이는 사고 구조의 형성이 임계기를 갖는다는 뜻이다. 이후 변화는 “축적”이 아니라 “미세 조정”에 가깝다. 즉, 재교육은 정보를 더 많이 알게 만드는 데 효과적일 수 있지만, 사고의 구조를 바꾸는 데는 거의 효과가 없다.² 이것은 교육의 실패가 아니라,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이다. 30대 이후 재교육 전략이 반복되는 이유는 이 한계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문해력과 메타인지를 모두 갖춘 성인은 전체의 약 5% 수준이다. OECD PIAAC(성인 역량 국제조사)에 따르면, “문제 해결 능력과 자기 조절 능력”을 동시에 갖춘 성인은 대개 상위 5%에 해당한다.³ 이 수치는 교육 정책의 한계를 보여준다. 교육은 인지구조를 완전히 만들지 못한다. 그러나 일정 부분 확장할 수는 있다. 즉, “완전한 변화는 불가능하지만, 폭을 넓히는 변화는 가능하다.” 이것이 교육에 대한 과학적 접근법이다.


기업은 이제 수행 능력을 가진 사람을 대량으로 뽑는 시대에서 소수의 기획과 판단 능력을 가진 사람을 찾는 시대로 진입했다. 현장에서 이미 이러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기업의 최대 리스크는 기술 부족이 아니라 인재 선발 실패”⁴라고 보고했다. 맥킨지 연구 역시 “기획·판단 역량을 가진 경력직 확보가 향후 10년간 기업 생존의 핵심이 된다”⁵고 분석한다. 이 지점에서 기업이 겪는 모순이 발생한다. 신입을 뽑아서 길러내는 방식은 실패하고, 그래서 기업은 검증된 인재를 찾는다. 그러나 이런 인재는 많지 않다. 결국 기업은 상위 5%를 서로 스카우트하며 인건비 경쟁을 벌이게 된다. 기술이 자동화를 가능하게 할수록 인재 확보는 어려워진다.



이제 대책을 이야기해야 한다. 대책은 개인에게 있지 않다. 개인은 이미 구조 속에 들어와 있다. 따라서 대책은 두 갈래로 나누어야 한다. 하나는 현재 성인 세대를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다.

현재 사회를 구성하는 성인들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역할이다. 고용이 아니라 역할을 분배해야 한다. 이는 소득이 아니라 존엄에 관한 문제이다. 지역 갈등 조정, 공공 데이터 감시, 시민 평가 위원회 등의 역할은 기획과 판단의 능력을 사회 전체로 분산하는 방식이다. 역할은 참여이며, 참여는 소속이다. 고용이 줄어들더라도 역할을 설계할 수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한 대책은 교육 방향의 전환이다. 전달과 훈련 중심 교육은 실패한다. 인지구조를 형성하는 교육만이 유효하다. 문해력과 메타인지 교육을 기초 역량으로 가르쳐야 한다. 정답을 찾는 교육이 아니라, 질문을 만드는 교육이다. 정보 습득이 아니라, 문제 정의를 목표로 해야 한다. 30대 이후 인지구조를 바꾸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교육이 나빠서가 아니라, 시작이 늦어서이다. 미래 세대는 이 늦음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AI 시대의 위기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교육과 역할 설계의 문제이다. 국가가 개인의 존엄을 위한 교육 대책을 세우지 못한다면, 그 사회는 무대책이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문제가 개인의 변화가 아니라 구조의 변화라는 사실을.





미주

Michael Merzenich, Soft-Wired, 2013.

John Sweller, Cognitive Load Theory, 2011.

OECD, PIAAC Literacy and Problem Solving, 2019.

World Economic Forum, Future of Jobs Report, 2020.

McKinsey, Global Skill Shift,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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