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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산책 Oct 02. 2023

나는 어떻게 아마존 출판대행 프리랜서가 되었나.

아마존 출판 이야기 1

들어가는 글


대학교 1학년때 같은 과 친구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넌 너 자신의 작품을 쓰는 것보다는 남의 작품을 해석하는 것으로 성공할 것 같다."


38년이 지난 지금, 나는 다른 사람의 책을 만들어서 아마존에 출판해 주는 프리랜서가 되었다. 원고를 받아서 번역하고, 표지를 디자인하는 것은 결국 다른 사람의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요소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 친구가 오래전에 한 말이 조금은 맞는 셈이다.


구글에서 아마존 출판대행을 검색하면 사이트 몇 개가 뜨기는 하지만, 실제로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사이트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네이버에서 같은 단어를 검색하면, 상위 결과들이 모두 나의 아마존 출판대행 크몽 링크 거나, 나의 네이버 블로그 글들이다. 어쨌든 구글과 네이버에서 아마존 출판대행이라는 키워드에 대해서 광고를 제외한 검색결과의 1위는 둘 다 나의 크몽 페이지다.


사직


2019년 초까지만 해도 나는 안정된 직장을 가진 중년남자였다. 남들이 들으면 바로 아는 유명한 회사에서 14년째 일하고 있었다. 2009년부터 개인적으로 불행한 일이 생겨, 거의 3년을 죽을 정도로 고생하다가 결국 그 일도 마무리가 되어서, 서서히 상처를 잊어가면서, 전에는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회사 일에도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2019년 초에 나의 인생을 바꾸는 일이 일어났다.


아마 내가 하던 일을 하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나밖에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전문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면서, 외국인에게 그 전문분야에 대해서 상담을 제공하는 일이었는데, 그 자격증 소지자 중에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영문 문서를 제대로 작성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내가 알기로는 한국에 4명도 안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를 뺀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자신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었으니, 결국 이 나라에서 그 일을 하는 데 최적인 사람은 나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처를 지우고, 제대로 일을 해보자고 발동을 거는 순간, 나는 그 회사를 나오고 말았다. 회사가 갑자기 황당한 인사방침을 실시한 것이었다. 모든 자격증 소지자는 그 자격증과 관련된 업무를 10년 이상 했으면, 전혀 다른 업무를 하는 부서로 보낸다는 방침이었다. 이건 말하자면 보일러 공을 뽑아서 10년간 보일러 관리를 맡기던 직원에게, 10년이 지났으니, 구내식당으로 가서 주방장을 하라는 것과 비슷한 황당한 방침이었다.


과거에는 아니다 싶으면 바로 회사를 그만두던 야성이, 나이가 들면서 줄어들어서, 나는 어떻게든 원래 하던 일을 계속하는 방법을 찾다가 결국 벽에 부딪혀 포기하고 그 회사를 나오고 말았다. 나중에 알게 된 황당한 진실은 이거다. 그 회사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인사방침을 실시한 것은 생산성을 높이거나 하는 실용적인 목적에서가 아니라, 회사의 한 임원이 자기 부서의 다루기 힘든 전문직 직원들을 쫓아내기 위해, 전문자격증 소지자는 무조건 로테이션을 해야 회사에 도움이 된다는 건의를 한 것이 회사 사장에게 먹혀들어서 벌어진 일이었다. 나는 전쟁터 옆에 있다가 유탄을 맞은 셈이었다. 그리고 그 유탄이 결과적으로 나를 아마존 출판대행 프리랜서로 만들었다. 스티브 잡스의 'Connecting the Dots"를 생각하면 어쩌면 그 인사방침 건의를 한 사람에게 나는 고마워해야 할지도 모른다. 조직의 톱니바퀴 또는 임금 노예로 살던 나를 (하루하루가 스릴 있는) 자유인으로 만들어 주었으니..


아마존 출판 시작


회사를 나오기 전부터, 아니 이미 그전에 수십 년 전부터, 나는 책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이제 자유로워진 순간 나는 아마존에 책을 출판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큰돈을 벌어서 경제적 자유를 얻어 보자는 꿈을 실현하기로 했다. 이미 사직하기 1년 전부터 틈틈이 써두었던 나의 전문분야에 관한 책이 있었기 때문에 그 책을 바로 완성해서 아마존에 출판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그 책의 주제를 한 달에 검색하는 사람의 수는 글로벌 기준으로 100명이었다. 팔릴 수가 없는 책이었던 것이었다. 그 후에도 나는 내가 수십 년 동안 관심을 가져왔던 시간관리, 글쓰기 관련 소프트웨어 등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썼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성공하지 못했다. 시간관리의 경우에는 검색량은 많지만 너무 경쟁이 치열해서 나의 책이 노출될 수가 없었고, 글쓰기를 위한 소프트웨어 (Book Writing Software)에 대해서는 내가 10년 넘게 운영해 온 관련 블로그가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쓴 포스트를 다듬어서 책을 냈지만 역시 결과는 좋지 않았다. Book writing software (글쓰기 소프트웨어) 역시 그다지 검색이 많이 되는 키워드는 아니기 때문이다.


1년간 일곱 권의 책을 아마존에 출판한 결과는 참담했다. 베스트셀러로 돈을 벌기는커녕, 생활비를 걱정해야 할 지경이 되었다.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것이 나의 모든 책들은 잘 팔리는 책들이 다루는  돈 벌기, 애인 만들기, 건강해지기라는 3가지 주제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말콤 글래드웰과 같은 수준의 논픽션 작가였다면,  그런 주제가 아니더라도 잘 팔리는 책을 쓸 수 있었겠지만, 나는 그런 훌륭한 작가의 재목은 아니었다. 2019년 한 해를 완전히 말아먹고, 2020년 봄에 나는 다른 각도로 아마존 출판을 접근하기 시작했다.


아마존 로우컨텐트북  (Low Content Book)


파이썬 (Python) 프로그래머이면서 그래픽 디자이너인 나의 사촌에게 내가 아마존 로우컨텐트 북을 같이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을 때, 그는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형님, 그게 뭐 포르노나 야설을 아마존에 출판하는 건가요?"


낮은 컨텐트(Low Content)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저급한 내용의 책인가 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 아마존에서는 로우 컨텐트 북은 엄연한 하나의 장르다. 여기서 Low라는 단어는 내용의 수준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책 안에 들어간 글자가 적은 책을 뜻하는 것이다. 로우 컨텐트 북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는 줄만 들어가 있는 공책이다.

이런 기준으로 아마존에 출판된 책을 미디엄 컨텐트 북 (단순한 줄보다는 더 많은 내용이 들어가 있는 책, 예를 들면 매일 다른 프롬프트가 들어간 감사 일기장), 그리고 하이 컨텐트 북 (우리에게 친밀한 소설, 논픽션 등 글자가 많이 들어간 책)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미디 컨텐트 북과 하이 컨텐트 북은 아마존의 공식적인 카테고리는 아니고, 아마존 로우컨텐트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분류다.)


대한민국의 검색엔진에서 로우 컨텐트 북 역시 내가 검색결과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결과는 별로 좋지 않다. ㅠㅠ.


한국에서는 로우 컨텐트 북이 뭔지를 아는 사람 자체가 적고, 그런 책이 팔린다는 것을 이해 못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스마트폰으로 처리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아직도 아날로그 방식으로 종이에 무언가를 정리하고, 쓰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로우 컨텐트 북이란 게 돈이 된다는 것을 이해 못 하는 사람들에게 확실한 답을 줄 수 있는 책은 로우 컨텐트 북의 최고봉, 컬러링 북이다. (최근의 아마존 방침에 따라 컬러링 북은 더 이상 로우 컨텐트 북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글자가 안 들어가고 그림만 넣어서 만드는 책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로우 컨트 북의 카테고리에 넣는 것이 맞다.)

컬러링 북중에 탑 셀러인 이 책은 한 달 매출이 4천4백만 원 정도다. 아마존 판매지수(BSR) 계산기에 따르면 대략 한 달에 3600여 권이 팔리고, 가격에서 인쇄비를 뺀 후 인세율 60%를 곱해서 얻는 순수입은 1천1백만 원 정도이다. 미국 소득세 10%를 제하면 990만 원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판매지수로 추정하는 개수보다 더 많이 팔린다고 보기 때문에 대략 1천만 원을 벌어들인다고 보면 된다. 물론 광고비를 얼마 쓰는가에 따라 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 이 책의 내지는 흑백으로 된 색칠하기 이미지 50개가 전부다.


나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 2년간 2천여 권의 로우컨텐트 북을 디자인하고 아마존에 출판했다. 매일 거의 10시간씩 책 표지와 내지를 디자인하고, 디자이너인 사촌에게 디자인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으니 거의 2년간 디자인 수업을 받은 셈이다. 흔한 말로 2년 동안 라면을 끓였으니, 처음 시작할 때보다  디자인 실력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2020년 4월에 내가 최초로 디자인한 노트북 표지다. (나도 안다. 보고 나서 눈을 씻어야 할 정도의 못생긴 표지라는 것을. 그런데 웃기는 건 이 표지를 디자인할 때는 그런 것도 몰랐다는 것이다. 그 정도로 디자인이라는 분야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에..)


아래는 약 1년이 지난 후에 내가 디자인한 노트북 표지다.


그리고 아래는 어제(2023. 9. 30)  디자인한 책 표지다.


표지 디자인 실력을 늘리기 위해 아마존에 올라온 여러 책을 찾아봤지만, 그중에서 가장 도움이 된 것은 이 책이다.

이 책은 3분의 1 정도만 읽고, 디자인을 해도 기존보다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올 정도로 훌륭하다. 위의 형편없는 처음 만든 책 표지가 마지막 표지의 수준으로 올라가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상하게도 아마존에서는 디자인 분야의 탑셀러에 속하는데 한국에서는 거의 안 알려져 있다. 다행히도 한국어 번역본도 있다. 전문 디자이너들은 굳이 안 봐도 되지만, 본인이 주로 글을 쓰는 작가면서 표지도 직접 디자인해서 아마존 출판을 가장 경제적으로 하기 원하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책이다.


그래서 2022년 말까지 매일마다 수 십 권의 로우컨텐트 북을 출판했다. 수입이 좋을 때는 한 달에 순이익이 200만 원에 도달한 적도 있다. 평균적으로는 한 달에 100만 원 남짓한 순수입을 올린 것으로 기억한다.


그중에서 가만히 있어도 한 달에 80만 원 이상을 벌어다 준 나의 로우컨텐트 북 표지와 내지를 소개한다. 표지는 디자이너인 나의 사촌이 디자인하고, 내지는 내가 디자인한 책이다.

아마존 로우컨텐트 북은 그간에 많은 변화가 있어서 (특히 미드저니 같은 인공지능을 모두 쓰기 때문에), 옛날처럼 좋은 니치를 찾아서 책을 무작정 많이 만들면 돈을 버는 것이 더 이상 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나 여전히 아름다운 표지가 매출 발생의 거의 50% 이상의 요인이기 때문에 그래픽 디자이너가 패시브 인컴을 위해 시도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옵션이다.


그런데 아마존은 항상 로우 컨텐트 북을 계륵 같은 존재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마존 사이트는 기본적으로 글자가 많이 들어간 책을 저자가 간단하게 원고를 올려서 출판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그런데 어떤 인간이 그 시스템을 전혀 예상치 못한 용도로 사용해서 로우 컨텐트 출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또는 그녀가 누구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엄청난 돈을 벌었을 것이라는 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결국 2021년 겨울에 일이 터지고 말았다. 아마존이 로우 컨텐트 북을 대대적으로 단속하면서 나의 아마존 계정은 닫히고 말았다. 분명히 내가 직접 디자인한 내지인데, 다른 사람의 내지를 베꼈다는 이유를 대면서 아마존은 나의 계정을 닫아 버렸다. 숱한 항의 메일을 보냈고, 몇 번은 다시 계정이 살아나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다시 닫혀버리고 말았다.  


* 나의 경우는 아니지만 절대로 아마존에 책을 출판할 때  unsplashpexels 같은 무료 스톡포토/이미지 사이트에서 다운로드한 사진과 이미지를 사용하면 안 된다. 아마존의 방침은 인터넷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이미지로 만든 책은 출판을 금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에는 아마존 출판 계정 자체가 닫힐 수 있다. 나의 경험상 안전한 케이스는 저작권이 만료되어 퍼블릭 도메인에 들어간 옛날 이미지를 출처를 밝히고 사용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아마존 출판 시 표지나 내지의 저작권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상업적 사용이 가능한 유료 스톡 포토 사이트를 사용하거나  미드저니 같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유료 버전을 사용하는 것이 제일 안전하다. 유료버전으로 만든 이미지는 상업적으로 사용가능하다고 미드저니 약관에 적혀있기 때문이다.




로우 컨텐트 북 출판이 막혀버리고 나서 몇 달 동안 다른 대안을 찾다가, 2022년 봄부터 나는 크몽에서 아마존 출판대행 서비스를 시작했다.  만들기는 비교적 쉽지만, 위험부담이 큰 로우 컨텐트 북은 잠시 보류하고, 글 위주의 책을 출판하는 아마존 출판대행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는 공교롭게도 수요가 극악하게 적으니, 나의 책을 쓰는 것보다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작가들의 아마존 출판을 돕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는 선택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표지 디자인과 번역, 편집을 동시에 제공하면서 번거로운 아마존 출판과정을 원스톱으로 처리해 주는 아마존 출판 서비스를 원하는 작가들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도 큰 이유였다.


결과적으로 아마존 출판대행은 일이 정기적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는 단점만 제외하면, 내가 지금까지 시도했던 수많은 온라인 비즈니스 중에서 내가 가장 즐기는 일이 되었다.  


여행기, 의학논문, 명상서, 자기 계발서, 동화, 수필, 소설, 실용서, 문학비평 등 다양한 책을 만들었다.


작가의 의도에 맞게 영어원고를 번역하고, 책의 메시지에 맞게 표지를 디자인하고, 책의 카테고리에 적합하게 종이책과 자책을 편집하고, 적절한 타이틀과 키워드를 넣어주고, 책을 출판하고, 마지막으로 저자 페이지를 만들어 책을 연결시키는 일련의 작업들은 다른  온라인 긱(gig)과는 다른 입체적인 만족감을 느끼게 한다.


아마존 출대행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영어로 옮기는데서 오는 지적 호기심의 충족과 전자출판 프로그램 (affinity publisher)을 이용해 책의 형태를 구체화하는데서 느끼는 테크니컬한 만족감이 섞여 있는 독특한 작업이다.


출판된 책에 대해서 의뢰인이 만족할 때 느끼는 보람도 이 일의  좋은 점이다.

 

다음에는 아마존 출판과 관련된 주제들을 시간 나는 대로 써보려고 한다.


P.S. 아침산책의 아마존 출판 대행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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