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차원에서라면 좋은 얘기를 해드리면 좋아하실테고, 저도 일이 생기니까 이익이지만, 확실하지 않은 답을 드리는 것은 거의 사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서 차마 그러지는 못합니다.
최근에 문의를 하신 어떤 분은 아마존에서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한 마디만 해주면 일을 맡기겠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동일한 답변을 드렸습니다. 최대한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책을 잘 만들어드리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답변과 함께. 당연히 그 다음에 소식이 없더군요. ^^
제가 그런 질문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예라고 말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의 책을 만들어주지 않고 있겠지요. 이미 저 자신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을 테니까. (그러나 저는 문학적 재능이라는 선물을 받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그런 꿈은 꾸지 않습니다.)
책이 아무리 좋은 내용이더라도 책이 다루는 주제가 큰 시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성공을 해도 책이 많이 팔릴 수 없습니다.
여기 두 가지 주제가 있습니다.
1. 살 빼는 법 (how to lose weight)
2. 한국 여행가이드북 (Korea travel guide)
두 개의 주제를 구글 키워드 리서치 툴인 ubersuggest로 돌려봅니다.
전세계에서 살빼는 법을 매달 검색하는 숫자가 24만명이 넘습니다. 빨리 살빼는 법을 검색하는 사람은 무려 55만명이네요.
반면에 한국 여행 가이드북에 대한 검색량은 전세계적으로 한 달에 1,000명입니다.
결국 한국 여행 가이드북을 아마존에 올려서 설사 성공을 하더라도 살빼는 법이라는 더 큰 시장에서 소규모로 성공하는 것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것은 살빼는 법 같은 논픽션 주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아마존 마케팅 소프트웨어 Publisher Rocket으로 분석한 로맨스 소설의 검색량입니다.
같은 로맨스물이라 하더라도 팬터지 로맨스에 대한 아마존에서의 검색량이 로맨스 코메디의 10배 정도입니다. 즉 내가 로맨스 작가라면 팬터지 로맨스를 써서 성공하면 더 많은 책을 팔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 달에 아마존에서 검색되는 숫자가 거의 없는 주제라면 책이 팔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논리적인 결론을 내릴 수가 있습니다.
아마존 출판 성공의 변수 2. 책의 메타 데이터
첫번째 변수는 자연스럽게 두번째 변수와 연결이 됩니다. 아마존에서 어떤 책이 검색되는 것은 단 하나의 검색어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아마존에서 한국어 학습서를 검색하면 아래와 같은 키워드들이 자동완성으로 보입니다.
아마존에 한국어 학습서를 출판했다면 위에서 나온 키워드들에 들어간 단어가 책 제목이나 부제목, 또는 키워드 (출판시 넣으며 고객에게 보이지 않음)안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검색 결과에 자신의 책이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책의 제목, 부제목, 키워드 등을 메타데이터 (metadata)라고 하고, 이 메타데이터를 아마존에서 책을 검색하는 고객들의 키워드 입력 패턴, 자신의 책의 주제 등을 고려해서 정교하게 넣어주는 것이 아마존 성공을 위한 두번째 변수입니다.
첫번째 변수를 설명할 때 fantasy romance books라는 키워드가 매달 1만5천번 이상 검색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fantasy romance (팬터지 로맨스)를 검색하면 뜨는 베스트 셀러들의 제목을 보십시오. 2권의 책이 아예 책의 부제목에 동일한 단어를 넣었습니다. 다른 책들 역시 고객에게는 노출되지 않는 키워드에 같은 키워드를 넣었을 가능성이 100 퍼센트입니다.
메타데이터에 검색노출을 위한 키워드를 넣으면 노출이 잘되고, 책이 팔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사실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공책이나 컬러링북을 아마존에서 출판하는 Low Content Book작가들입니다.
예를 들면 출판된지 1개월만에 한 달에 5,400권씩 팔리고 있는 이 컬러링 북의 제목을 보십시오.
제목에 들어간 모든 키워드들이 실제 아마존에서 검색되고 있는 키워드들을 반영한 것입니다.
논픽션이든, 픽션이든 아마존에서의 상업적 성공을 위해서는 책의 메타데이터에 대한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존 출판 성공의 변수 3. 북 디자인
내가 아무리 수 개월에서 수 년동안 심혈을 기울여 쓴 책이라 하더라도 아마존의 검색결과에서는 수백권의 경쟁자들 사이에서 보이는 조그마한 책표지일 뿐입니다.
검색 결과의 첫 페이지에 뜬 책들은 대부분 표지 디자인의 기초를 지키고 있습니다. 썸네일로 보아도 어떤 주제에 관한 책인지가 명확하다는 겁니다. 표지 디자인에 대한 조예가 없는 작가가 직접 표지를 만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인터넷에서 많이 알려진 최악의 아마존 책표지 몇 개를 소개합니다.
내가 만들어도 이 정도는 아니다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작가님들이 가장 많이 쓰시는 방법이 아마존이 무료로 제공하는 표지 디자인 툴을 써서 직접 표지를 만드시는 겁니다.
1번 변수 시장에서 소개한 살빼는 법을 주제로 작가들이 직접 아마존의 무료 툴을 사용해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 표지 3개를 보십시오.
디자인에 아무런 조예가 없는 일반인이 봐도 정말 성의없이 만들었다는게 느껴지는 표지들입니다. 당연히 이런 표지를 보고 책을 살 사람은 없겠지요.
아마존 출판 성공의 변수 4. 책의 내용
지금까지 말씀드린 시장, 메타데이터, 북디자인 같은 변수들보다 더 결정적인 변수가 바로 책의 내용이 얼마나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는가입니다. 맷 데이몬이 주연으로 출연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마션"의 원작인 같은 제목의 책이 처음으로 아마존에 출판되었을 때의 표지입니다.
앞서 소개한 못생긴 표지들보다는 낫지만 대단히 훌륭하다고 볼 수는 없는 표지입니다. 그러나 마션의 저자 앤디 위어가 성공한 이유는 책의 내용이 참신하고 독자들의 호응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우주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프로그래머 위어는 2009년에 화성에 관한 공상과학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NASA(미국 항공 우주국), 우주선의 항로 공학, 심지어 식물학까지 공부해서 화성에 남겨진 우주인의 소설을 썼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수십번 퇴짜를 맞고 나서 자신의 블로그에 소설을 무료로 공개했습니다.
위어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온라인 커뮤니티인 Reddit에 자신의 소설을 공개했습니다. 그의 책을 읽은 독자들이 위어에게 아마존 전자책으로 출판해서 쉽게 읽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 이후에 아마존에서 그의 책이 성공을 거두면서, 주류 출판사인 랜덤하우스가 위어와 출판계약을 맺었고, 영화화까지 되는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결론은 책의 내용이 훌륭하고, 온라인 채널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검증을 받는다면 앞에서 소개한 다른 변수와 상관없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