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월칠만원 실험 11]

결혼식 전날, 그리고 신혼여행 다음날

by 월칠만원러


회의 중이었다.

대표가 12월 워크숍을 빙자한 차기년도 사업기획 PT 날짜를 정하고 있었다.

"결혼식이 언제죠?"

"12월 13일입니다."

"신혼여행은?"

"14일부터 26일까지입니다."

"26일에 복귀하는 거네요?"

"네."

대표가 말했다.

"29일 날 바로 진행하면 되겠다."



계산해보니


회의가 끝나고, 달력을 펼쳤다.

12월 13일 토요일: 결혼식
12월 14일~26일: 신혼여행 (12박 13일)
12월 26일 금요일: 신혼여행 마지막 날, 귀국
12월 27일 토요일: 주말
12월 28일 일요일: 주말
12월 29일 월요일: 워크숍

신혼여행 마지막 날인 26일 금요일. 비행기 타고 돌아와서, 집에 도착하면 밤. 짐 풀고 정리하다 보면 새벽.

27일 토요일, 28일 일요일. 시차 적응하고 짐 풀기에도 벅찬 이틀.

그리고 바로 다음 날 29일 월요일. 차기년도 사업계획 워크숍.

내 일정을 다 알면서도, 29일로 확정했다.

"이게... 맞나?"



준비하라고?


워크숍 내용도 함께 왔다.


차기년도 KPI 설정

월별 운영 계획

핵심 KPI 관리 계획

인력 관리 계획


준비 자료도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입사 3개월. 이미 중기 사업계획, 컨설팅 프로젝트, 캠퍼스 실적 분석까지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다.

여기에 차기년도 사업계획 워크숍 준비까지.

"언제 준비하지?"

신혼여행 가기 전? 결혼식 준비로 정신없는 상황에서?

아니면 신혼여행 다녀온 주말에? 26일 복귀해서 27~28일 이틀 동안?

12박 13일 여행 다녀와서, 주말 이틀밖에 못 쉬고, 월요일에 전략 회의 준비.

시차 적응도 안 된 상태에서.



말할 수 없었던 이유


바꿀 수 있을까? 물어볼 수 있을까?

입사 3개월 차. 아직 시용 기간도 안 끝났다.

"신혼여행 직후라 힘들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면, 어떤 평가를 받을까?

"회사보다 개인 일정을 우선시하는 사람"

그렇게 찍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말하지 못했다.



이게 정상인가?


새벽에 잠이 안 왔다.

계속 생각했다.

"나만 예민한 건가?"

"모두가 이렇게 일하는 건가?"

"결혼은 그냥... 지나가는 이벤트일 뿐인가?"

입사 3개월 동안, 이미 많은 것을 경험했다.

야근, 주말 근무, 끊임없이 추가되는 업무, 명확하지 않은 R&R.

하지만 이건 달랐다.

결혼식은 평생에 한 번. 신혼여행도 마찬가지.

그리고 그 직후, 쉬지도 못하고 바로 회사 일.



AI에게 하소연했다.


다음 날, 클로드를 켰다.

"이 일정, 객관적으로 봤을 때 합리적이야?"

상황을 설명했다. 결혼식, 신혼여행, 복귀 날짜, 워크숍 날짜.

클로드는 명확하게 답했다.

"신혼여행 복귀 후 바로 다음날 중요한 워크숍은 일반적인 기업 관행에서 벗어난 일정이에요.

보통은 최소 3~5일 정도 적응 기간을 두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특히 전략 회의처럼 집중력과 창의적 사고가 필요한 회의는, 충분한 컨디션과 준비 기간이 필요해요. 이런 일정은 직원의 개인 생활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조직 문화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화면을 보며, 피식 웃었다.

AI가 같이 욕해주니까, 그래도 화가 좀 풀렸다.

기쁨은 나누면 2배,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던가? 욕도 같이 하면 씹는 맛이 2배다.



그래도 준비는 해야지


결국, 나는 준비하기로 했다.

신혼여행 가기 전, 최대한 자료를 정리해두고.

복귀 후 주말 이틀 동안, 최소한의 준비를 마무리하고.

29일 월요일, 워크숍에 참석한다.

왜냐면, 나는 프로니까.

회사가 나를 배려하지 않더라도, 나는 내 일은 제대로 한다.

하지만 동시에, 깨달았다.

"이 회사에서 오래 있으면 안 되겠구나."



배려의 부재


이건 단순히 일정 문제가 아니었다.

배려의 문제였다.

입사 3개월 차 직원에게, 신혼여행 일정을 직접 물어보고 확인한 다음, 복귀 바로 다음날 워크숍을 잡는 회사.

"급하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29일로 세팅해!"라고 확정하는 회사.

직원의 인생 이벤트보다, 회사 일정이 우선인 회사.

이게 정상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건,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았다.



AI 월칠만원 실험의 의미


이 실험을 시작한 이유 중 하나가 이거였다.

"회사에만 의존하지 않기."

브런치를 쓰고, 인스타툰을 그리고, 유튜브를 시도하고, 앱을 기획하는 이유.

월 7만 5천 원으로 시작한 작은 실험이지만, 그 의미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단순히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AI를 쓰고, 연습하고, 익히는 것.

그게 나를 발전시킨다.

브런치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을 다그쳐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배우고, 인스타툰을 만들면서 이미지 생성을 익히고, 유튜브 쇼츠를 시도하면서 영상 도구를 다뤄본다.

이 모든 과정이, 미래의 나에게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준다.

내년에 이직할 때, 나는 "AI 활용 가능한 PM"이 되어 있을 것이다.

다음 회사에서도, 그다음 회사에서도, 나는 계속 쓸모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회사 밖에서도 먹고살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신혼여행 일정 확인하고도 바로 다음날 워크숍을 잡는 회사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12월 29일


그날, 워크숍에 참석할 것이다.

KPI를 논의하고, 운영 계획을 세우고, 차기년도 전략을 짤 것이다.

프로답게. 준비한 만큼. 최선을 다해.

하지만 동시에, 내 안에서 결심도 굳어질 것이다.

"내년에는, 더 나은 곳으로."

결혼식과 신혼여행 직후에도 일을 시키는 회사가 아닌, 사람을 배려하는 회사로.

그리고 그 전까지, AI 월칠만원 실험은 계속된다.

지금 내가 배우고 익히는 모든 것이, 미래의 나를 더 강하게 만들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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