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초의 벽, 그리고 깨달음
드디어 영상이 만들어졌다.
8초짜리 영상. 강아지가 집 안을 돌아다니는 모습. 새벽 늦게까지 프롬프트를 열 번도 넘게 고쳐서 얻은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현실이 보였다.
영상 길이는 8초. 유튜브 쇼츠 최소 길이는 15초. 그리고 내가 원했던 60초짜리 짧은 드라마는... 불가능했다.
"여러 클립을 이어붙이면 되지 않을까?"
제미나이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8초짜리를 여러 개 만들어서 이어붙이면, 60초 쇼츠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시 노드로 돌아갔다.
첫 번째 클립: 강아지가 알람 소리에 일어나는 장면
두 번째 클립: 강아지가 세수하는 장면
세 번째 클립: 강아지가 밥 먹는 장면
각각 8초씩. 총 24초면 쇼츠로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첫 번째 클립 생성. 성공.
두 번째 클립 생성. 성공.
"어?"
두 번째 클립의 강아지를 보니, 뭔가 달랐다.
첫 번째 클립의 비숑은 새하얀 털에 동그란 얼굴이었는데, 두 번째는 털에 베이지색이 섞여 있었다.
"같은 프롬프트를 썼는데, 왜 달라?"
혹시나 해서 세 번째 클립도 만들어봤다. 역시나, 또 다른 비숑이었다. 얼굴형까지 달랐다.
제미나이에게 물었다.
"Veo는 각 클립을 독립적으로 생성합니다. 이전 클립의 시각적 특징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결국, 캐릭터 일관성은 보장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앉아서 생각했다.
내가 원했던 건 이게 아니었다.
"노드만 짜면 자동으로 쇼츠가 만들어진다"는 게 시작이었는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건:
클립마다 프롬프트 수정
정책 위반 피하느라 단어 바꾸기
생성된 영상 확인하고 또 수정
클립마다 달라지는 캐릭터 손보기
영상 이어붙이기는 결국 수작업
이건 자동화가 아니었다. 그냥... 일일이 손으로 하는 거였다.
차라리 직접 영상 편집 프로그램 배우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새벽 2시 반. 모니터를 끄고 침대에 누웠다.
생각을 정리했다.
Opal이 할 수 있는 것:
8초짜리 짧은 클립 생성
간단한 장면, 단순한 움직임
실사 스타일 영상
Opal이 못 하는 것:
60초 이상 긴 영상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아직 하지 못한 캐릭터 일관성 유지
스토리가 있는 연속 장면
내가 원했던 건 후자였다. 비숑이 사람처럼 행동하고, 출근 준비부터 회사 가는 것까지 60초 드라마로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Opal로는 불가능했다.
"그럼 이제 어떡하지?"
실패했다고 해서 아무것도 얻지 못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많은 걸 배웠다.
1. 노드 기반 워크플로우
처음엔 노드가 뭔지도 몰랐다. 블록을 연결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데이터가 어떻게 흐르는지.
하지만 이제는 안다.
입력 → 처리 → 출력의 흐름. 한 노드의 결과가 다음 노드의 입력이 되는 구조. 이건 Opal뿐 아니라 다른 자동화 도구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개념이었다.
2.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프롬프트를 열 번도 넘게 고쳤다.
"두 발로 서 있다"가 안 되면 "직립 자세"로, 그것도 안 되면 "서 있는 모습"으로.
단어 하나하나가 결과를 바꿨다.
이 과정에서 배운 건, AI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도 기술이라는 거였다. 정확하게, 구체적으로, 정책을 피해가면서.
3. AI 도구의 한계
가장 중요한 깨달음.
AI 도구는 만능이 아니다.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들에서는 "노드만 짜면 자동"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수작업이 필요했다. 아마 그 부분은 영업 비밀인 것 같다.
그리고 도구마다 한계가 있었다. Opal은 8초까지만, Veo는 의인화가 가능하긴 한데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하고, 캐릭터 일관성은 보장 안 됨.
"도구가 뭘 할 수 있고, 뭘 못 하는지" 아는 게 중요했다.
4. 제미나이와의 협업
혼자였으면 첫 번째 오류에서 포기했을 거다.
하지만 제미나이가 있었다. 오류가 뭔지 설명해주고, 프롬프트를 고쳐주고, 노드를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 알려줬다.
AI가 AI를 도와주는 시대. 이것도 하나의 협업 방식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결정했다.
유튜브 쇼츠는 보류한다.
지금 당장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
브런치는 꾸준히 쓰고 있다. (최근에 일이 너무 많고 결혼식 한 달도 안 남아서 올리기가 힘들지만) 월/목 발행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고, 독자 반응도 나쁘지 않다.
인스타툰도 시작했다. Gemini Gem으로 캐릭터도 만들었고, 첫 작품도 올렸다.
여기에 유튜브까지 하려니까 무리였다. 하나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다 중구난방이 될 것 같았다.
"한 번에 하나씩. 제대로."
1~2개월 뒤, 브런치와 인스타툰이 안정되면 그때 다시 유튜브를 생각해보자. 그때는 Opal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을 거고.
아니면 직접 영상 편집을 배울 수도 있겠지.
8초.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하지만 이 8초의 한계가 나에게 가르쳐준 건 명확했다.
"모든 걸 다 하려고 하지 마라."
AI 도구가 있다고 해서, 모든 게 자동으로 되는 건 아니다.
브런치도 하고, 인스타툰도 하고, 유튜브도 하고, 앱도 만들고...
욕심이었다.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
그게 브런치고, 인스타툰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유튜브는 나중에.
앱도 나중에.
그래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건 너무 재미있다.
Opal 노드를 처음 만져보고, 프롬프트를 고치고, 제미나이와 대화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마치 어릴 때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뭔가 새로운 걸 배운다는 설렘.
앞으로도 이런 실험은 계속될 것 같다. 실패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고. 그게 뭐가 됐든, 배우는 과정 자체가 즐겁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지금은,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제대로.
유튜브 쇼츠 자동화 도전기는 마무리 되었다.
짬짬히 시간내서 Opal로 업무 자동화도 도전해보고 시간이 되면 다시 하번 쇼츠 자동화를 도전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