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못 그리는 직장인의 인스타툰 도전기
브런치 6편을 올렸다.
월 7.5만원으로 큰소리쳤는데, 업무 자동화 툴로만 쓰고 있었다.
기획서 쓰고, 보고서 만들고, 리서치하고. 충분히 값어치를 하고 있었지만.
'AI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더 있을까?'
뭔가 시각적인 콘텐츠를 해보고 싶었다.
'인스타툰을 만들어볼까?'
문제는 하나.
나는 그림을 못 그린다.
제미나이에게 물어봤다
"제미나이야, 내 사진 보고 비슷한 캐릭터 만들어줄 수 있어?"
나, 여자친구, 강아지 모닝이 사진을 올렸다.
제미나이가 만들어냈다.
하얀 비숑 모닝이
검은 머리의 나
갈색 긴 머리의 여자친구
미니멀한 라인 드로잉. 각 캐릭터의 특징을 살렸다.
"오, 이거 괜찮은데?"
다시 요청했다. "이번엔 사무실 배경으로 내 캐릭터 그려줘."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 나왔다. 머리 모양도, 얼굴형도 달라졌다.
"아니 아까 그린 거랑 같은 캐릭터로 해줘야지..."
몇 번을 요청해도 일관성이 없었다. 매번 조금씩 달랐다.
이러면 인스타툰으로 쓸 수 없었다.
고민하다가 클로드에게 물어봤다.
"클로드야, 제미나이한테 일관된 캐릭터로 그리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
클로드가 제안했다. 제미나이 젬(Gem)을 만들어보자고.
"상세한 캐릭터 설명서를 만들어서 젬으로 저장하세요.
그러면 매번 같은 지침을 자동으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제미나이의 젬은 참 유용하다. 지침 설정만으로 최대한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준다.
1. 강아지 "모닝이"
- 하얀색 비숑 강아지
- 곱슬 털로 덮인 얼굴과 몸통
- 검은색 둥근 눈 2개
- 작은 검은 코와 W자 모양 입
2. 남자 "나"
- 검은색 머리
- 둥근 얼굴형
- 주로 검은색 티셔츠
세 캐릭터의 특징을 정리해서 "인스타툰 캐릭터"라는 이름으로 젬을 만들었다.
이제 이 젬을 선택하고 장면만 설명하면, 제미나이가 자동으로 일관된 스타일로 그려줬다.
훨씬 나아졌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훨씬 일관됐다.
웨딩촬영 한 달 전. 여자친구가 내 얼굴을 만지더니 말했다.
"미간 주름 좀 봐! 그리고 턱 주름도!"
그렇게 끌려간 피부과.
38년 인생 처음 보톡스.
의사 선생님이 "턱 근육이 장난 아니네요"라고 하자 여자친구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안 아픈 척하느라 혼났다.
이걸 6컷으로 만들었다. 제미나이에게 각 장면을 설명하고, 1080x1080 크기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
글자는 AI가 못 쓴다
AI가 쓴 글자는 오타투성이었다.
"웨딩촬영" → "웨닝촤영"
"피부과" → "피뷰괴"
도저히 쓸 수 없었다.
결정했다. 말풍선만 그리고 글자는 내가 직접 넣기로.
포토샵을 켜고, 맑은 고딕 Bold로 텍스트를 입력했다. 색상은 소프트 블루(#5B9BD5)로 통일.
프로필 전쟁
그림은 완성됐는데, 문제는 어떻게 사람들이 볼 것인가였다.
프로필부터 고민.
"모닝이와의 추억 저장소"? 웹툰 계정인지 모르겠다.
"38살 직장인의 웹툰"? 너무 진지하다.
클로드와 고민 끝에 정한 프로필
모닝이야기
우리 셋의 일상을 그립니다
직장인 x 결혼준비 x 반려견
#인스타툰 #일상만화
해시태그도 고민이었다.
처음엔 20개를 달려고 했는데, 클로드가 말렸다.
"너무 많으면 스팸처럼 보여."
12개로 정리했다:
#인스타툰 #웹툰 #일상만화 #공감툰 #직장인일상 #30대남자
#웨딩촬영준비 #결혼준비 #예비신랑 #피부과 #남자피부관리 #커플일상
6컷을 업로드하고, 본문을 작성했다.
내가 쓴 일기를 남들이 다 볼 수 있게 쓰다니 기분이 낯설었다.
EP.1 인생 첫 피부과
웨딩촬영 준비하다 보면
남자들도 피부과 가게 되더라...
"턱 근육이 장난 아니네요"
의사 선생님 그 말에 여자친구 표정 심상치 않았던 그날.
안 아픈 척하느라 혼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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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작품이 세상에 나갔다.
이게 될까?
시작일 뿐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해냈다는 것이었다.
그림을 못 그리는 직장인이, AI를 활용해 인스타툰을 그렸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첫걸음을 뗐다.
다음 에피소드는 뭘 그릴까?
아마도 직장 생활의 웃픈 순간들. 밤 11시까지 일하다가 모닝이 산책시키러 나가는 그 순간들.
다음 편 예고
AI로 정말 다양한 것들을 경험해 본 것 같다. 이제는 앱을 만들어볼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