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월칠만원 실험 8]

"기대는 안 하는데"라는 말의 진짜 의미

by 월칠만원러


좋은 리더란 어떤 것일까?

그리고 나는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지난주 목요일, 영업팀 동료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 동료도 나와 비슷하게 이직한 지 3개월이 채 안 된 상황이었다.

"컨설팅 의뢰가 들어왔는데, 우리가 할 수 있을 것 같아?"

회사는 신규 파이프라인이 절실했다. 충분히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대표에게 보고했다.

대표의 반응은 냉담했다.

"기대는 안 하는데, 한번 해봐."


정말 맥 빠지게 하는 말이다.



첫 번째 신호


"기대는 안 하는데"라는 말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신뢰가 없다는 뜻이었고, 딱 "시험 삼아" 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나는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월요일, 16단계로 정교하게 설계한 프로젝트별 세부 내용을 담은 타임라인을 들고 대표에게 설명했다.

대표는 똑같이 대답했다.

"기대는 안 하는데, 한번 해봐."

그리고 덧붙였다.

"금요일까지 제안서 보내기로 했다며, 수요일까지 나한테 가져와서 검토받아."

모순이었다. "기대 안 한다"면서 촉박한 일정을 던지는 것. 하지만 어쨌든 나는 움직였다.



AI와의 협업


아직 적응 단계니까 도움이 필요했다. 그리고 시간이 촉박했기에 효율을 극대화해서 빠르게 일을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AI를 활용했다.


타임라인의 논리적 구조 검증

산업 표준 관행과 협상 조건 연구

컨설팅 제안서의 체계적 구성

비밀유지협약의 법률적 타당성 검토

환경 분석의 업계 표준 방법론


어떤 시장분석 프레임이 현실적인가? 어떤 협상 구조가 우리에게 유리한가? 대표의 주장이 정말 맞는가?

이 모든 질문에 나는 현장의 로직으로 대답했다.



불편한 진실


이직 후 업무를 하면서 느끼는 불안감들이 있었다.

신규 사업 모델을 구상할 때도 기존 사업 모델을 점검할 때도 언제나 분석을 했다.

데이터를 모았고, 검증했고, 논리적으로 정리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환경 분석을 왜 했나 싶을 정도로, 분석한 데이터에 상반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려고 했다.


나는 매번 말했다.

"데이터가 여기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표의 반응은 항상 비슷했다.

데이터보다는 "느낌", 분석보다는 "직관", 현실보다는 "이상"을 우선했다.

의견 충돌이 계속 발생했다.


기존 사업 중 실적이 매우 저조한 부분이 있다.

대표는 나에게 이 부분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매번 말한다.

개선을 위해 해당 사업을 분석하면 할수록 도대체 왜 이렇게 사업 구조를 짰는지 이해가 안 갔었다.


하루는 팀 동료가 조용히 지나가면서 말했었다.

"그거... 대표님이 직접 기획하고 밀어붙여서 진행한 거예요. 그래서 쉽게 접지도 못해요....."

내가 느끼는 불안감이 뭐였는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수요일 저녁 회식


수요일 저녁, 겨우 완성한 제안서를 들고 대표에게 보였다.

피치덱과 상세 제안서, 두 가지 형태로 준비했다.

대표는 바쁘다며 내일 보자고 하며 회식을 하자고 했다.


그날 저녁, 대표는 바쁘다고 했으면서 회식을 강제했다.

회식 자리에서 대표는 말했다.

"이 컨설팅으로 신규 파이프라인을 꼭 확보했으면 좋겠다."

앞서 "기대는 안 한다"던 사람이, 이제는 "꼭 확보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모순이었다.



목요일 오후, 모든 게 무너진다


오늘 오후, 대표가 부르더니 말을 했다.

"더 중요한 일이 있고, 그거 하라고 뽑은 거니까 그거나 해. 왜 자꾸 다른 일을 하려고 하냐?"


그리고:

"계약 성립돼도 문제야, 인력 어떻게 뺄 거야?"

"관련 업무에 인력 지원은 절대 안 한다. 너 혼자 일 다하고, 너네가 다 책임져."

"제안서 만들 시간에 다른 업무나 할 것이지. 뭐가 중요한지 몰라?"


나는 처음에 혼란했다.

월요일엔 프로젝트 보고했었고, 수요일까지 제안서 검토받으라더니 뭐지?

수요일 회식에선 한 말은 뭐였지? 하루 사이에 뭐가 바뀐 건가?

생각해 보면, 대표는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이 아니면, 듣지 않고 건성으로 대답한다"라는 게 다시 생각났다.



자책과 깨달음


그 순간, 나는 자책했다.

"나는 뭐 한 거야?"

"당황해서 대표 앞에서 말도 못 했고, 방향도 못 바꿨는데, 내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사실 난 자신이 있었다.

문제를 정의한 건 나였다 "데이터 분석 체계가 없어 시스템을 설계했었다. " - 이 기본 틀을 제시한 건 나

의사결정을 내린 것도 나였다 어떤 방향이 현실적인지 회사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한 것도 나

책임을 지는 건 나다 이 제안서를 고객사에 보내고, 그 결과를 마주하고 노력할 각오를 한 것도 나



더 큰 깨달음


아직 3개월도 안 되었지만, 확실하게 느끼는 게 있다.

지향하는 바가 확실하게 다르다는 점. 일을 행하는 방법도 다르다.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도 다르다. 모든 게 맞지 않는다. 하루 사이에도 몇 번이나 의사 걸정이 뒤집힌다.


대표의 말이 맞는 부분도 있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왜 월요일에는 금요일까지 하라고 했고, 수요일 회식에선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를 원했나?"

이건 설명이 안 된다.


관심 있는 업종으로 전환하며 이직을 했기에

매일 새벽 1 ~ 2시까지 자진해서 공부와 일을 해왔던 것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선택 앞에서


나는 회사에 맞지 않는 사람인 것 같다.

회사의 문화와 맞고, 리더와 같은 그림을 그리고, 호흡이 같은 사람이 있어야 시너지가 난다고 생각한다.

물론 리더가 그리는 방향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기에 반대의 의견도 필요하지만

내 포지션은 그것보다는 손발이 되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나를 위해서도, 그리고 회사를 위해서도, 내가 이곳을 계속 다녀야 할까?

이 질문을 고민하게 된다.

선택지는 세 가지였다:

계속 다니며 이직 준비한다 → 현실적이지만 지치는 길

그냥 나간다 → 깔끔하지만 위험한 선택

그냥 계속 다닌다 → 가장 안전하지만 소모적인 길



통찰


잃은 것:

이 회사 대표에 대한 신뢰


남은 것:

새로운 업종의 세부 프로젝트 로드맵 및 액션플랜을 짜며 업계의 공부를 빠른 시간에 공부한 점

해당 업계의 법률 공부를 하고 문서를 작성한 경험

환경 분석의 실무 기준을 적용한 경험

가장 중요하게, "맞지 않는 곳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의미가 없다"는 냉정한 깨달음



에필로그


AI는 도움이 됐다. 타당성 검증도, 법률 검토도, 데이터 정리도.

하지만 결국:

대표 앞에서 "이건 아닙니다"라고 말해야 하는 것도 나였고,

"이 회사, 나랑 안 맞는 것 같다"라고 깨닫는 것도 나였고,

"이직해야 하나?"를 고민하는 것도 나였다.


이직한 지 3개월 차. 월 7.5만원으로 빠르게 새로운 업계의 제안서는 완성했지만

더 중요한 걸 샀다. 경험을 통한 업계의 빠른 공부와 적응. 그리고 "여기는 아니다"는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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