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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과 Aug 25. 2020

400번의 구타

난 네가 성장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학기가 시작되면 담임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랜덤으로 섞은 후, 제비뽑기를 통해 자기 반을 뽑는다. 자기 반을 뽑게 되면, 그곳엔 올 한 해 함께 할 아이들의 명단과 더불어, 비고란에 아이들의 특징이 적혀 있다. 주로 빨간 글씨로 써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곳엔 학습부진아, 특수아, 문제행동아 등등으로 적혀있는 경우가 많다. 선생님들은 명단을 뽑자마자 가장 먼저 빨간 글씨 아이들을 확인한다. 빨간 글씨가 적혀 있는 아이들의 수에 따라 한숨을 쉬기도 하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으레 작년 선생님들로부터, 아이들 별로예요, 문제예요 라는 얘기를 듣는다. (물론 이번 올해 아이들 순해요 라는 이야기도 있고,) 그리고 집중적으로 빨간 글씨 아이들에 대해 작년 선생님께 충고 말씀과 더불어 경고의 얘기를 듣는다.


그리고 그런 빨간 글씨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가끔은 나와 너무도 잘 맞아 어떻게 이 아이를 문제아로 볼 수 있을까? 싶은 경우가 있기도 하고, 내가 문제로 삼은 아이가 내년에 여느 아이보다 잘 지내는 경우를 보기도 한다. 몇 년에 걸쳐 이런 일을 반복적으로 보다 보니, 늘 아이를 문제 삼은 어른의 문제였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아이들을 윗 학년으로 올려 보내면서 아이들 탓을 하는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제는, 당신이 문제일 거예요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나 스스로에게도 이런 자조 섞인 생각이 든다.


 400번의 구타는 트뤼포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표현한 영화이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트뤼포는 자신과 생각과 감정을 표현해 낼 수 있는 아이를 찾아낸다. 12살 시절을 자신 있게 안다 라고 말했던 트뤼포 감독은 20대 젊은 나이에 이 영화로 칸 영화제에 입성하며 프랑스 영화계를 선두 하는 새로운 바람의 출발점이 된다. 한 장면 한 장면, 사소하고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차분하게 보고 있으면, 어느새 앙트완을 몰아내고 있는 그 주변 어른이 되어버린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글쓰기에 열심을 보이는 앙트완, 선생님은 앙트완의 글을 표절한 글로 보고 시비를 건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성장하질 않길 바란다. 성장의 과정 없이 그저 그냥 그런 어른이 한순간에 되었으면 하는 것 같다. 아이들은 성장하기 위해 실수로 촛불로 커튼을 태우기도 하고, 친구의 안경을 부러트리기도 하고, 자신의 환상과 현실을 섞은 거짓을 말하기도 하고, 열심히 갑자기 글을 쓰기도 한다.  그런 것들이 없었으면 하는 어른들,  도대체 이런 어른들로 가득 찬 세상을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앙트완은 내치고 내쳐 결국 바다로까지 도망간다. 영화는 그럴듯한 해결책도 잔소리도 하지 않는다. 그저 바다로 본능적으로 도망치고 달려가는 앙트완의 모습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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