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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경희 Jul 19. 2024

돌로미테-또 다른 행성

라가주오이, 친퀘토리

동부 돌로미테에서 숙소는

도비아코이다

트레치메와  브라이에스 호수에 

가기 편하다

뚜벅이 여행자의 숙소는 

무엇보다 이동하기 편해야 한

버스 터미널은

집에서 5분 거리다


하지만 라가주오이와 친퀘토리에 

려면 코르티나까지

한 시간을 가야 한다

코르티나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40분쯤 산길을 오른 후

케이블카를  타야  

라가주오이를 만날 수 있다


버스 배차 시간문제다.

도비아코에서 코르티나까지

두 시간마다, 코르티나에서

친퀘토리와 라가주오이를

운행하는 버스도 두 시간

간격이다. 잘못 삐끗하면

산 위에서 잘 수도 있으니

버스 시간에 엄청 신경이 쓰인다



케이블카가 보통 5시쯤 끊기니까

일찍 서둘러도 충분히 즐길

시간이 부족하다.  

동부는 렌터카가

훨씬 유리할 것 같다.

버스 배차 시간을 

간과한 것이 실수였다.


터미널에서 젊은 한국 여성이

행선지를 묻더니 자기와 같다고

좋아한다. 어제 산 위에서 버스가

갑자기 운행을  안 해서 지인이

택시를 부르느라 애먹었단다


산악 마라톤 대회의 힘은 막강하다

기찻길에서의 우리 고난하고

비할 수 없는 고생을  했단다

시  돌아올 때 버스가 운행하지

않으면 함께 택시를  타자고 한다

역시 젊은 사람이라  똑똑하다 

서로 전화번호를 교환한다.


코르티나 도착했는데

유튜브에서 익히 봤던 터미널이

아니다.  터미널에서 Passo

Falzarego행 버스를 타고

라가주오이에 가야 한다.

원래의 터미널을 찾아가려고

했더니 어제부터 이곳이 임시

터미널이라고 현지인이

알려주신다


2026년 코르티나 담베초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릴 예정이다 

터미널을 크게 짓느라  휑한

공터인 이곳이 임시 터미널이

 것이다. 나중에 오신 분들도

모두 우왕좌왕 난리. 

하루 전에 바뀌었으니

그러는 것이 당연하.  항상

변수를 염두에 둬야 하는 자유여행.

그럼에도 걸을 수 있을 때까지

자유여행을 고집하고 싶다



이번 차를 놓치 오늘 스케줄은

꽝이

무사히 다음 버스에 올라 

라가주오이 입구까지 간다

여기7일 중 5일 사용 가능한

슈퍼 썸머 패스를 산다

이 패스로 동, 서부 돌로미테

지역의 케이블카나 푸니쿨라,

리프트등을 무한정 탈 수 있다


케이블카 타고 가파른 산을

단숨에 오르는 행위는 언제나

신나고 설렌다

라가주오이 산장에 도착하니

소문대로 엄청 춥다

요즘 들어 부쩍 추위를 많이 타는

병태를 위해 두툼한 바람막이를

꺼내 준다 

영자는 방풍재킷을 걸친다

일단 산장에서 뜨끈한 국물로 

몸을 덥힌 후, 차가운 바위산과

마주 선다


십자가 상까지 눈 덮인 길이

바람이 몹시 불고 구름이  

가득하다  

아까  만난 한국분 

이런 것을 곰탕 속이라 한단다

안개밖에 안 보이다가

살짝 모습을 드러내 주는 그곳은...





지구 구석구석  많이 다녔지만 

처음 느껴보는 냄새와 색깔이다.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온 듯한

착각 속에 반쯤 넋을 놓는


이곳에서 오래 머물고 싶다.

최초의 우주인이라도 된 듯

유영하듯 허우적거리며

이 거대한 계곡을 품고 싶다.


현실은  시간 맞춰 내려가  

시간마다 오는 친퀘토리행

버스를 타야 하므로 눈물까지

찔끔거리며 발길을 돌린


버스로 십 분정도 이동한 뒤

도착한 친퀘토리 입구에서

리프트 타고  한참 올라가니

다섯 개의 봉우리, 친퀘토리가

위용을  드러낸다



많은 사람들이 돌로미테를

극찬한 이유는 첫날부터 너무나

극명하다.


여기에서도 허락된 시간은

한 시간이다.

짧게라도 한 바퀴  돌고 싶었다. 

서둘러 걸으면 충분할 것 같아

걷기 시작한다   하지만

트레킹 루트가 너무 다양하다

우리가 가야 할 방향,

리프트 정거장 쪽이 잡힐 듯

보이는데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는다.


버스를 놓치면 산에서 자야 한다며

병태가  또 서두르기 시작한다.

영자도 다급하긴 마찬가지다.

병태의 빨리 와 소리를

백 번쯤 들으며 뛰는데

운동기구에서 뛰는 것 같이

제자리걸음이다


겨우 리프트 승강장에 도착하여

막차 버스에 오른 후에야 마음이

놓인다.


아쉽다

패키지여행처럼  점만 찍었다

왕복 6시간가량 이동하여 겨우

한 시간 정도씩 머물다 오기엔

너무 미안한 곳이다

오랫동안 눈에 어른거리며

그곳이 여전히 그립다

내년에 렌터카로 꼭 다시 와야지.

그땐 그랬다.


지금은ᆢ

세상은 너무 넓고, 보고 싶은 곳은

여전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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