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 채 보다 조금 큰 그 별에 대해 이 책은 터키의 한 천문학자가 1909년 소행성 B612를 포착해 천문학회에서 그 행성의 존재를 증명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천문학자의 복장 때문에 아무도 그의 말을 신뢰하지 않았죠.
"어른들은 늘 그런 식이야."
1920년, 터키의 천문학자가 우아한 차림으로
B612를 다시 발표하자 모두 신뢰합니다.
이 천문학자가 소행성 B612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걸린 시간은 11년.
그 사이 달라진 건 '복장'이었을 뿐,
다른 건 없었습니다.
<숫자>
어린 왕자엔 숫자에 집착하는 어른이 등장합니다.
숫자와 자기 자신만 아는 어른들.
그런 어른이 놓치고 있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그들은 중요한 본질에 대해서는 결코 질문할 줄 모른다. 친구가 몇 살인지, 형제는 몇 명인지, 몸무게는 몇 kg인지, 아버지 수입은 얼마인지만묻지..
어른들은 원래 그런 식이다."
<씨앗>
어린 왕자는 B612에서 바오바브나무를 관리하죠. 바오바브나무 씨앗은 나쁜 씨앗입니다, 땅을 황폐하게 만드는 나쁜 씨앗. 나쁜 식물의 싹은 발견 즉시 뽑아 버려야 한다고 책은 말합니다. 조금만 늦게 손을 써도 평생 처치 곤란하게 되고, 별 전체를 뒤덮어버려 땅 속 깊숙한 곳까지 뿌리를 내린다고요. 씨앗만 봐서는 나쁜 씨앗인지 좋은 씨앗인지 모르지만, 자라는 모양이 바오바브나무이면 뿌리째 뽑아 없애버려야 별이 황폐해지지 않습니다.
생각도 좋은 씨앗과 나쁜 씨앗으로 구분하면 어떨까요. 나쁜 씨앗은 발견 즉시 뽑아버리고, 좋은 씨앗은 깊이 뿌리내리게 하려면 어린 왕자가 B612를 부지런히 들여다보고, 바오바브나무 씨앗은 발견 즉시 뽑아 버린 것처럼 우리도 생각의 나쁜 씨앗은 과감하게 뽑아 버려야겠죠.
<길들여지기>
어린 왕자에게 장미란?
어린 왕자에게 여우란?
분명 정원의 수천 송이 장미와는 다른,
지구의 수많은 여우와는 다른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어린 왕자는 장미를 사랑하고 아끼면서도
곧 장미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장미의 입에서 나오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단어를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아주 불행해졌다."
결국 어린 왕자는 장미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상처를 받고 장미를 떠납니다.
시간이 흘러
어린 왕자는 사막에서 여우를 만났고
여우에게 같이 놀며 친구 하자고 제안을 합니다.
이때 여우는 이런 말을 합니다.
"너랑 놀 수 없어.
길들여지지 않았거든.
길들인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야.
길들이면 필요해지고,
그렇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것이니까."
"사람들은 무언가를 알아갈 시간이 없어."
"상점에서 다 만들어진 것을 파는데,
친구를 파는 상점은 없으니까."
"길들여지려면 인내심이 필요해.
아무 말도 하지 마, 말은 오해를 낳거든."
그러면서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자기를 만나려면 어제와 같은 시간에 오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설렐 거야. 4시가 가까워올수록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네 장미가 중요한 존재가 된 건
네가 장미에게 들인 시간 때문이야.
네가 길들인 대상에 대해 너는 영원한 책임을 져야 해."
<수많은 별>
어린 왕자는 고향별을 나와
수많은 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납니다.
누굴 만나든 신하나 백성으로 여기며 '명령만 할 줄 아는 왕'과 자신을 칭찬하는 사람의 말 밖에 듣지 않는 '허영심 가득한 사람', 또 무언가를 잊기 위해 매일 술을 마시는 '술주정뱅이', 자신이 정말 중요한 일을 한다며 5억 1백만 개의 별을 세는 '사업가'에
책상에 앉아 반쪽짜리 지식으로 기록만 하는'지질학자'까지.
어린 왕자가 만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혹시 허영심 가득한 사람이나 술주정뱅이가 나의 모습은 아닌지 생각해봤습니다. 숫자에 열광하느라 계산에 치중하느라 정작 중요한 가치, 본질은 놓치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막은 좀 외로워.
사람들 사이에서도 외로워."
그 외로움의 끝에 어린 왕자와 여우가 만났고,
어린 왕자와 여우의 대화를 통해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고
마음으로 봐야 보인다는 것을 다시 강조합니다.
<급행열차>
"사람들은 허겁지겁 급행열차에 올라타 정작 자기가 무얼 찾고 있는지 알지 못하면서 그냥 불안에 떨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그럴 필요 없는데..."
가끔 퇴근길, 문득 고민했던 지점을
어린 왕자 책에서 마주했습니다. 분명 어린 시절 읽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대목인데,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보니 이 책은 어린이가 아닌 미련한 어른을 일깨워주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물론 속도도 중요하지만, 속도보다 중요한 게 방향이죠.
목적지가 부산인 사람이 급하다고 먼저 도착한 목포행 열차에 올라탄다면, 열차가 아무리 빨리 달린 들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별의 의미>
"누구나 별을 보지만 같은 의미가 아니다.
누군가에겐 그저 작은 빛에 불과하지만 여행자에게 별은 안내자이고, 사업가에게 별은 금이고..."
어린 왕자는 여러 별을 둘러본 뒤 고향별에 살고 있는 장미에게 돌아가기로 결심하죠.
"나는 그 꽃을 책임져야 해. 장미는 너무 약하거든.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진 가시 네 개가 전부야."
우린 장미를 사랑하고, 장미를 아름답다 말하지만, 장미의 가시는 불편해합니다.
장미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시를 품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가진 것이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마지막에 어린 왕자가 장미에게 돌아가기로 결심하며 말하는 대목에서 부모가 자식에게 느끼는 감정과도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 왕자>
어린 왕자는 눈에 보이는 것을 쫓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알아보는 눈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합니다. 이 책이 2차 세계대전 중에 쓰인 책이란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저자인 생택쥐페리의 삶을 훑어보면서
1935년 생택쥐페리가 모스크바에 체류하며
1년 동안 탐방기사를 썼다는 대목도 참 반가웠습니다.
내가 살았던 모스크바에 생택쥐페리가 살았었고,
그도 나처럼 기자로 일했던 시간이 있었다는 게
마냥 신기했습니다.
제주도.
내 인생에서 어린 왕자라는 책을 처음 접했을 무렵, 가족여행으로 처음 비행기를 타고 여행 갔던 곳이 제주도였습니다. 꿈 많던 시절, 행복했던 소중한 추억이 묻어있는 섬 제주에서, 40대 중반을 향해 걸어가는 한 직장인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