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수고 많았어
2017. 04. 04. 화요일
(의사소통기술 일기장을 쓰다.)
새학년 새학기 3월 한달을 무사히 잘 적응해준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엄마는 아이들에게 불현듯 외식을 제안했다.
3월 마지막날에 제안을 했다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뒤로 미뤄둔 참이었다. 평일이기에 동네에 있는 분식점 겸 이탈리안 음식이 되는 식당으로 향했다.
맘 -
얘들아, 지난번에 못한 3월 적응기념 외식 어때?
딸 -
조오취~! 꺄~!
그런데, 엄마. 나 7시에 성당가야하는데...
맘 -
아, 그렇지. 오늘 복사당번이었지.
마음이 조급하겠네.
그럼 어쩌지?
딸 -
되도록 식당에 빨리 도착하면 될 것 같아.
멀리 가지 말고.
맘 - 그래, 그러면 되겠다.
현관을 나서면서 아들이 제안한다.
썬 -
엄마, 시간이 얼마 없으니까 자전거 타고 가요. 네? 아님 인라인을 탈까?
맘 -
인라인은 안정상 저녁이라서 엄마 생각에는 별로야. 가는 동안 시간도 오래 걸리고 말이야.
썬 -
응. 그럼 자전거 타고 가요. 네?
맘 -
좋아! 자전거 콜!
엄마가 딸 자전거를 운전하고 딸은 뒤에 태웠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성당에 데려다주고 오기 위함이었다. 셋이서 자전거를 모두 타고가면 딸이 성당일을 마치고 어두운 길에 자전거를 타고 오는 것이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식사를 맛있게 하면서 딸은 연신 시간을 물어보았다. 딸이 [문제소유상황]이었다.
딸 -
엄마, 몇 시에요?
(숟가락질을 세 네번 정도 한 후)
엄마, 지금은 몇 분이에요?
맘 -
[문제소유]한 딸을 위해 [반영적 경청]을 하기로 했다.
딸, 마음이 조급한가 보네.
지금은 6시 20분이야.
40분이나 남았어.
천천히 먹어도 괜찮아.
그 후로 두 어번 물었지만 [반영적 경청]을 해주고, 안심을 시켜주었다.
음식을 맛있게 먹고 셋이서 밖으러 나왔다. 딸아이는 잘 먹고 만족스러운 표정이었고 조급해 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아들은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까지 먹고서 아주 행복한 표정이었다.
딸을 자전거 뒤에 태우고 엄마는 페달을 밟았다. 그런데 오르막길과 울퉁불퉁한 길을 지날 때 무의식적으로 신음 및 구령이 터져나왔다.
맘 - 음~악! 뜨! 으랏차차! 으악~! 끄윽~!
딸 - 엄마, 많이 힘들지?
맘 - 견...딜...만 해. 으랏차차!! 끄응~
아스팔트 포장이 움푹 파인 길이 나올 때마다 딸은 짧은 비명을 질렀다.
딸 - 뜨아! 꺄! 뜨헉! 우왓!
맘 - 우리딸, 엉덩이 많이 아프겠다.우짜냐...
딸 - 아니, 견딜만해. 엉덩이살 덕분에. 우힛~~!
맘 -
하하. 그렇군. 쿠션이 있었네. 그랴.
엄마가 되도록이면 편평한 곳으로 달릴게. 미안~
딸 - 네에.
맘 - (오르막길에서)
으짜! 으짜! 하낫 둘! 쒯 뉏! 으차! 영차!
딸 - 키키키...엄마, 너무 애쓴당. 힘내 엄마!
맘 - 헥헥! 응...아...라...뜨..으랏차차차!
맘,딸,썬 - (거의 동시에 )
우와와와아~~내리막길이닷!
딸을 성담에 데려다주고 아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들이 리더를 자처한다.
썬 - 엄마, 내가 리더할께.
맘 - 아라따, 대장!
썬 -
엄마, 우회전! 자자, 이리로! 차 오는 지 잘 보고요!
맘 -
1미터 전방에서 엉덩이를 씰룩쌜룩하며 페달을 밟는 아들의 뒷모습에 웃음이 났다. 엄마는 속으로 생각했다.
기저귀 차고 똥싸고 울고 젖먹던 네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대장한다고 나서고 엄마가 잘 오는지 그렇지 않는지 살펴주는 나이가 되었구나...
썬 - 자자자. 엄마. 잘 오고 있지?
맘 - 응...그래.
아파트 단지로 들어섰는데 순간 아들과 엄마의 길이 갈렸다. 엄마는 평탄한 길을 가고 싶어서 익숙하지 않은 길로 방향을 틀었고 아들은 자기가 길을 잘 안다고 원하는 곳으로 직진했다.
결국 엄마는 화단으로 막힌 막다른 지점에서 아들이 있는 곳으로 방향을 틀 수 밖에 없었다.
맘 -
올~ 우리 아들 길 잘 아네.
썬 -
그럼요! 제가 얼마나 자주 다니는 길인데요.
내가 리더하길 잘 했죠? 히히...
맘 -
그래, 우리 리더. 고마워용.
집으로 들어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들이 엄마에게 하이파이브를 제안했다.
썬 - 엄마, 수고했어요.
맘 -
그래, 우리 리더도 수고하셨수다~
** 수다쟁마미의 따뜻한 수다 몇 줄 ***
가끔은
아이들은 작은 눈으로
세상을 더 예리하게 본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끔은
아이들이 작은 키로
세상을 더 가까이 보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어른이 되고 눈은 커졌지만
자세하게 보지 못하고 놓치는 것이 많아졌고,
나는
어른이 되고 키는 커졌지만
가까이에서 보지 못하고 그저 먼 발치에서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것들이 많아졌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저녁,
나의 아이들과 저녁시간을 함께 보내며
감사거리들을 많이 선물로 받았다.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되고
무난하게 한 달을 잘 살아줘서 고맙고,
새친구들을 사귀고
새로운 담임선생님께 잘 적응해주어서 고맙다.
새학년 공부를 시작하며
많아진 수업시수에도
잘 적응해주어서 고맙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쁜 와중에도
아이들 곁에서
헐크 엄마로 자주 변신하지 않는
나에게도 고맙다.
또한
내남자에게도...ㅎㅎ
(언급 안하면 서운해할라..ㅋㅋ).
학년 올라간 아이들과
저녁시간마다
가족이 함께하기 위해
올해부터 시작한
테이블타임(Table Time)
지키려고 노력해줘서 고맙다.
그간 구독해온 종이 신문이
내남자에도 읽히게 되어서
정말 고맙다. ㅎㅎ
따뜻한 저녁시간을 보내고,
따뜻한 기운을 계속해서 느끼며
잠을 청하는 우리 가족의 모습을 그려본다.
지난 한 달 잘 지내느라 우리는 모두는 정말 수고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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