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2020년 컴퓨터의 컴자도 몰랐던 나는 유튜브의 세계로 발을 디뎠다. 이유는 단 하나. 나의 능력을 알려서 안정적인 수익을 얻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던 일이 교육이었고 또 한자를 좋아했기 때문에 한자 영상을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렸지만 결국 실패로 끝이 났다. 아르바이트 생을 고용해서 영상을 만들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는 손실이 제법 컸다. 실패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제작자의 니즈만을 생각했을 뿐 시청자의 니즈를 생각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고 판단했다. 엄마들이 유아들에게 영상을 보여주는 이유는 잠시라도 마음 편하게 육아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일 텐데, 그러려면 영상도 교육적이어야 하지만 아이들이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영상의 퀄리티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나의 영상은 지나치게 소박했다.
하지만 그만둘 수는 없었다. 이유는 똑같았다. 안정적인 수익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였다. 너무 성급했다는 생각이 든 나는 다시 다이어트 요리채널을 만들었다. 수많은 실패 끝에 결국 찾은 다이어트 한식 요리로, 고도비만에서 완전히 탈출한 나의 찐 경험이, 다이어트에 성공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고, 무엇보다 매일매일 해 먹는 다이어트 요리를 영상으로 찍는 일은 쉬울 것 같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업로드를 했고 구독자도 점점 늘어갔다. 어느 순간 구독자 2천 명이 넘어서고 있었고, 방송작가들의 섭외연락이 왔다. 방송작가들이 섭외를 요청한 이유는 나의 다이어트 방법이 독특해서라고 말했다. 그런데 나는 방송작가들의 섭외에 응하지 않았다. 섭외에 응하고 촬영을 하는 동안 나의 주 수입원에 지장이 생길 것 같아서였다.
구독자 2천 명. 컴퓨터의 컴자도 모르고 유튜브를 즐겨보지도 않는 나라는 사람도 2천 명을 모을 수 있다는 생각에 용기를 얻어 영어문법 채널을 또 만들었다. 이유는 또 똑같았다. 지금 내가 잘하는 일을 알려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버리고, 돈을 안정적으로 벌 수 있기를 바라서였다. 영어 단어를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외울 수 있게 해 주고, 중간중간 영어문법쇼츠를 올려주는 방법으로 6개월 만에 구독자 1만 명을 달성했다. 1만을 달성한 후에도 유튜브로 수익이 나지도 않았고, 강의제안도 들어오지 않았지만, 단시간에 이 정도의 구독자를 모을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 유튜버로서의 능력을 입증받았다 생각했다.
그러던 중 2024년, 4년 동안 함께했던 유튜브편집자와 갈라서며 선택을 해야 했다. 새로운 편집자만 구하면 되었지만, 나는 구하지 않았다. 유튜브에 들인 시간과 돈과 노력에 구독자수만 따져보면 아까워서 버릴 수 없는 유튜브들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내 마음에는 유튜브를 계속하고자 하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더 이상한 건 유튜브를 하지 않는 시간이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오히려 삶은 더 가벼워지고 즐거워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 자신도 이런 나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해되지 않을 만큼 삶이 편안해졌다.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왜 내 마음은 더 편안해졌을까?
한 달 전, 내가 주수입원으로 하고 있던 일을 불가피하게 그만두는 상황이 생기면서 내 마음이 편안해졌던 이유를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내 마음이 편안해졌던 이유는 하기 싫은 일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어서였다. 유튜브일도 내가 주수입원으로 삼았던 일도 내가 하기 싫은 일이었다. 안정적인 돈을 얻기 위해 내가 했던 선택들이 오히려 그것을 원하는 만큼 얻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나로 만들었고, 기존의 삶에 얽매이게 만들었던 것이었다. 원하는 돈이 들어오지 않아도 잘 살아졌다. 그것을 조금씩 확인하면서 전전긍긍하던 나에게서 서서히 벗어났다. 마음이 자유로워지고 한결 편안해졌다.
돌이켜보니 난 항상 이렇게 살아왔다.
불안이 지나치게 많았던 나는 내가 가진 것들을 계속 움켜쥐고 싶어 했다. 하지만 움켜쥐려 하면 할수록 내 마음은 더 고통스러웠다.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움켜쥐고 있던 것을 놓는 순간, 나에게는 마음의 편안이 조금씩 더 찾아왔다. 그리고 지금 나는 남들과는 조금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다른 삶을 살기를 꿈꿨던 적이 한 번도 없지만, 내 마음의 편안을 찾아가다 보니 어느새 제법 다른 길이 내 앞에 펼쳐지곤 했다. 돈 벌기를 멈추고 브런치에 글을 쓰는 지금도 그렇게 얻어진 나의 편안한 행복이다.
돈 벌기를 멈추고 난 지금 이후의 내 삶은 어떻게 펼쳐질까? 알 수 없는 미래에 불안을 느끼지만 하나 알고 있는 건, 내 마음을 얽매이게 만드는 욕망을 움켜쥐려 할수록 삶은 나를 더 괴롭힌다는 사실이다. 부디 나의 글이 새로운 시작을 하는 나에게도 힘을 주고 매일이 불편한 누군가에게도 닿기를 바라본다.
“괜찮습니다. 멈추고 조금은 더 마음 편하게 살아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