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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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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더티브 Jul 08. 2020

"즐겁게 일하는 엄마들의 이야기가 많아지면 좋겠어요"

[마더티브X위커넥트] 이수영 키튼플래닛 인사 및 조직개발 담당자


경력보유여성들의 커리어 성장을 돕는 채용 플랫폼 '위커넥트(Weconnect)'와 마더티브가 만났습니다. 위커넥트 파트너 인터뷰에 실린 다시 일을 시작한 엄마들의 소중한 경험담을 마더티브 '엄마의 일' 기획 시리즈에도 싣습니다.



이수영 키튼플래닛 인사 및 조직개발 담당자


외국계 기업 인사팀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던 이수영 님은 지난해 8월, 예방 중심 덴탈케어 서비스 스타트업 키튼플래닛으로 이직했다.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벗어나 진심을 다해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가 그녀를 스타트업으로 이끈 것이다. 관리해야 하는 조직의 규모는 10분의 1가량으로 줄었지만 이수영 님에게 이직은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키튼플래닛에서 아름다운 조직문화를 만들며, 즐겁게 일하는 워킹맘의 선례가 되고자 한다.




키튼플래닛에서 인사총무 담당자로 근무하신다고요. 수영님이 하는 일을 소개해주세요.


저는 예방 중심 덴탈케어 서비스 스타트업 키튼플래닛에서 인사 및 조직개발 업무를 맡고 있고요. 경영지원과 회계 파트도 함께 담당하고 있어요. 이전에는 외국계 중소, 중견기업에서 8년 정도 근무를 했습니다.


그럼 결혼과 출산은 언제 하셨나요?


올해 결혼 9년차이고, 2015년에 딸을 출산했어요. 사실 저는 경력단절 기간이 없었어요. 이전 회사에서 만삭 때까지 일을 했고, 출산한 뒤에도 4개월만 쉬고 복직했거든요. 그 후로 계속 회사에 다니다가 작년 8월에 키튼플래닛으로 이직을 했어요.


출산휴가가 끝나자마자 복직을 하신 셈이네요. 복직을 서두른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경력단절 기간이 생기는 게 두려웠거든요. 그리고 저는 집에 있는 것보다 일하는 게 훨씬 좋더라고요.(웃음) 아이를 낳고 집에 있는 동안 제 이름이 없어지는 게 힘들었어요. 저희 남편은 늘 제 이름을 불러주는데, 하루는 시부모님께서 "이제 아이를 낳았으니 누구누구 엄마라고 호칭을 바꿔야 한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대외적으로도 종종 비슷한 일들을 겪으면서 막연히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출산휴가로 집에서 지냈던 날보다, 복직 후의 만족도가 더 높았어요.(웃음) 근무하는 동안은 '이수영'으로 살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조심스러운 질문이지만,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나요?


복직을 앞두고 제가 가장 걱정하고 고민했던 것도 그 부분이었어요. 양가 부모님이 다 지방에 살고 계셔서 아이를 맡길 곳이 없었거든요. 다행히 복직을 반대하진 않으셨지만, 걱정스러운 마음에 올라와서 아이를 봐주겠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이미 가정을 꾸린 이상, 저희 부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 아이 출생신고와 동시에 어린이집부터 알아봤죠. 복직 한 달 전까지 순번이 돌아오지 않아 안절부절 했는데, 다행히 한 어린이집과 연이 닿아서 저희 딸은 생후 90일경부터 어린이집을 다녔어요. 등원 첫날에 아이 보내고 와서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나요.


아기는 기억을 못 하겠지만, 수영님에게는 무척 힘든 날이었겠네요.


생후 100일도 채 되지 않았으니 아기가 목을 잘 못 가누잖아요. 속싸개에 아기를 싸서 선생님께 안겨드리고 집에 왔는데 가만히 있질 못하겠더라고요. 괜히 일부러 막 청소하고 집안일을 만들어서 했어요. '내가 이렇게까지 하면서 회사에 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어린이집 선생님들께서 너무 좋은 분들이었어요. 다른 사람에게 종일 아이를 맡기고 일하는 엄마의 마음은 말로 다 표현하기가 힘들잖아요. 선생님들께서 그런 제 마음을 꿰뚫어 보신 듯 아이가 커가는 매 순간을 사진으로 담아 주시고, 아이에 대해 자세히 묘사한 알림장을 늘 써주셔서 마치 여러 명의 친정 어머니께 손녀를 맡겨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그곳이 4세까지만 다닐 수 있는 어린이집이었는데, 덕분에 4세를 꽉 채우고 졸업했죠. 아직도 어린이집 원장님, 선생님들과 연락하며 지내고 있어요. 저에게는 이 동네의 친정 같은 존재예요.


와, 제가 다 울컥하네요.(웃음) 선생님들께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요.


저희 아이가 그 어린이집을 제일 오래 다녀서 졸업식날 제가 대표로 앞에 나가 편지를 읽었거든요. 편지지를 펼치는 순간부터 눈물바다였어요.(웃음)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날 것 같네요. 덕분에 복직 후 남편과 종종 '나 일하라고 이렇게 주변에서 도와주나 보다'라며 우스갯소리도 할 수 있었죠. 만약 아이가 적응하지 못했거나, 시설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지도 몰라요.


정말 다행이에요. 안정적인 회사에 다니고 계셨는데, 이직을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제가 다닌 회사는 비교적 규모가 있는 외국계 회사였기 때문에 업무 시스템과 체계가 잘 잡혀 있었어요. 그게 장점이었지만, 반대로 일의 의사결정 방식이나 업무 방식이 굳어져 있어 변화가 쉽지 않더라고요. 저는 인사 업무 중에서도 조직문화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이전 회사에서는 상대적으로 그런 부분에는 큰 가치를 두고 있지 않아서 일을 하는 동안 늘 아쉬움이 있었어요. 이제 연차가 쌓였으니,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일자리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우연히 키튼플래닛 채용공고를 보게 된 거예요. 제가 원하는 걸 이루어나갈 수 있는 회사라는 생각이 들어서 과감히 지원했죠.


키튼플래닛의 첫 인상은 어땠나요?


사실 스타트업이라는 점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당시 재직 중이던 제 상황을 배려해서 퇴근 이후 시간으로 면접을 잡아주시고, 제 말 한 마디에도 진심으로 귀 기울여주시는 모습에 적잖이 감동을 받았죠. 면접 때 감동을 받는 경우는 흔치 않잖아요?(웃음) 무엇보다도 경영진의 생각과 제 생각이 통한다는 게 참 좋더라고요. 현재 키튼플래닛의 임직원은 12명이거든요. 이렇게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 인사담당자를 뽑으려는 것만 봐도, 조직문화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진정성이 느껴졌어요. 사실 대부분의 소기업에서는 인사담당자를 '없어도 괜찮은 포지션'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채용이나 보상 등은 대표가 결정하면 그만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튼플래닛에서는 구성원들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키튼플래닛다운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려고 한다는 점이 멋있더라고요. 면접 때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기서는 내가 하고 싶은 걸 충분히 설득해 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사팀 업무는 회사 규모에 따라 굉장히 많은 차이가 있는 걸로 알아요. 그동안 줄곧 중소, 중견 규모 회사에서 근무를 했는데 작은 회사에서 일해 보니 어떤가요?


쉽지 않아요.(웃음) 사실 인사 영역이 굉장히 넓거든요. 이전 직장에서 제 업무는 채용 및 인사제도 운영 담당자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는데 지금은 채용에서 퇴직, 평가보상, 조직개발을 비롯해 경영지원 파트까지 모두 아울러야 하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죠. 경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키튼플래닛에 와서 처음 접하는 일이 종종 생겨서 새롭게 공부한 것도 많아요.


채용 담당자로 일하셨다면, 워킹맘 또는 경력 보유 여성을 채용하며 느낀 점도 많았을 거 같아요.


사실 경력 보유 여성 지원자의 서류를 키튼플래닛에 와서 처음 봤어요. 이전 직장에서는 서류 통과조차 되지 않았거든요. 경력 보유 여성을 뽑지 않는다는 공식적인 지침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헤드헌팅 업체 등에 채용 요청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걸러지는 일이 많았던 거 같아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제가 재직했던 한 회사에서는 아예 여성 지원자를 뽑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었어요. 결혼 적령기 여성은 결혼을 할 거라서 안 되고, 결혼한 여성은 언제든 아이를 낳을 수 있어서 안 되고, 아이가 있는 여성은 언제 또 둘째를 가질지 몰라서 안 된다고요. 비슷한 조건이라면 극명하게 남자를 선호했죠. 그래서 경력 보유 여성을 채용해 본 것도 키튼플래닛이 처음이었어요.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격적이네요. 수영님이 복직을 서두르신 이유도 회사의 그런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맞아요. 공식적으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막는 건 아니었지만, 내부적으로 좋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이 없지 않았거든요. 그런 분위기 때문에 미혼 직원과 기혼 직원 사이의 감정적 대립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경영진부터 출산과 육아를 탐탁지 않게 여기니까, 동료 사이에 충분히 배려할 수 있는 일도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키튼플래닛은 어떤가요? 이전 회사들과 다른 점이 많을 텐데요.


입사 당시 제가 유일한 워킹맘이었는데, 그 후 위커넥트를 통해서 두 분의 워킹맘을 더 채용했어요. 사실 저도 보수적인 분위기의 회사만 다녔기 때문에 '경력 보유 여성을 뽑아도 괜찮을까?'라는 의구심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에요. 그런데 두 분 모두 면접 때부터 경력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덕분에 의심의 여지없이 채용을 했고, 지금도 퍼포먼스를 잘 보여주고 계세요.


워킹맘 직원들을 보면 뿌듯하시겠어요. 동질감도 느껴질 테고요.


저를 포함해서 이 분들이 키튼플래닛의 선례가 되는 거잖아요. 저희가 잘 해야 회사에서도 워킹맘을 고용하는 게 전혀 무리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될 테니까요. 처음 하는 경험이라 사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두 분께서 기대 이상으로 너무 일을 잘 해주셔서 뿌듯해요. 덕분에 저도 일을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게 돼요. 최소한 '애 엄마라서 뭘 못 한다'는 말은 듣지 않았으면 하거든요. 그래서 입사 초기에는 퇴근해서도 새벽까지 일을 한 날이 많았어요.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인데도, 워킹맘에게는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곤 하잖아요. 조금도 미숙해 보이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했던 거 같아요.


인사담당자로서 느끼는 워킹맘 직원의 장점도 있을까요?


안정감이요. 육아가 그 어떤 일보다 힘들고 어렵잖아요.(웃음) 열 달 동안 아이를 뱃속에 품고, 키우는 과정을 거치면서 기본적으로 인내심이 내제되나 봐요.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단순히 일반화해서 생각을 한다면, 여러 사안을 겪을 때 워킹맘 직원들은 좀 더 안정적으로 대처하는 경향이 있고 '그럴 수도 있지'라며 물 흐르듯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수영님의 하루 일과는 어떤가요?


남편이 새벽에 일찍 출근하기 때문에 제가 아이 아침 챙겨 먹이고 씻겨서 유치원에 보내요. 그리고 회사에 와서 종일 열심히 일하다가 7시쯤 퇴근해 아이를 데리러 가는 일상이에요.


아이에게는 엄마가 일하는 게 당연하겠어요.


네,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서 지금까지 떼를 쓰거나 회사에 가지 말라고 투정을 부린 적이 거의 없어요. 다만 늘 1등으로 유치원에 가서, 꼴찌로 하원 하다 보니 가끔은 "엄마 좀 일찍 오면 안 돼?"라고 물어볼 때가 있죠. 그래도 전 쿨한 엄마라서 "엄마 회사 안 가면 너 장난감 못 사는데?"라고 말해줘요.(웃음) 오늘은 인터뷰 덕분에 좀 일찍 데리러 가니까 엄청 좋아할 거예요.


수영님은 인사 업무 중에서도 조직문화에 관심이 많다고 하셨는데요. 그 일환으로 키튼플래닛에서 새롭게 도입한 조직문화 사례가 있을까요?


제가 입사하기 전부터 오전 9시~11시 사이에 출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제도가 있긴 했어요. 그런데 코로나19를 겪으며, 신뢰를 기반으로 한 성숙한 구성원들이 모인 만큼 원격근무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모두 공감했거든요.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은 원격근무를 신청해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고요.


직급 체계 및 기능 중심의 팀 체제를 과감히 버리고, 역할 중심의 수평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적극 도입해 운영하고 있어요. 흔히 말하는 구성원의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죠.


또 최근에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직원이 있어서 단축근무도 활용하실 수 있도록 안내해 드렸어요. 엄청난 복지까지는 아니지만,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얼마든지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원하는 근무 조건을 요구할 수 있는 분위기로 만들어가고 싶어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작년에 비해 꽤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노동법은 너무 잘 돼 있는데, 그걸 지키지 않는 회사들이 문제일 때가 많으니까요.(웃음)


맞아요. 꼭 워킹맘이어서가 아니라, 누구라도 유연한 근무가 필요하다면 실천할 수 있어야죠. 사실 지식 노동자가 오전 9시~오후 6시 근무 시간을 지켜가며 정해진 사무실에만 앉아 일해야 한다는 건 너무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해요. 1시간을 일하더라도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게 더 중요하죠. 그런 점에서 키튼플래닛은 자유롭고 편한 분위기를 추구해요.



키튼플래닛에 근무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업무가 무엇인가요?


저는 직원들과 1:1 미팅을 정기적으로 갖고 있어요. 인원이 적어서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여건이 주어지는 게 참 감사해요. 키튼플래닛이 아무리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지향한다고 해도 경영진과 직원 사이에 간극이 없을 수는 없거든요. 제가 입사할 당시, 대표님이 가장 강조하셨던 부분이 경영진과 직원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이었어요. 그래서 1:1 미팅을 시작했는데, 이 자리에서는 비단 일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기도 해요. 그러면서 막연하게 생긴 오해 같은 것들이 풀어지기도 하고, 전보다 훨씬 오픈마인드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어떤 인사담당자가 되고 싶으세요?


어렵지 않은 인사담당자가 되고 싶어요. 때로는 와서 투정을 부릴 수도 있고, 회사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을 수도 있는 인사담당자요. 적정선을 지키는 안에서, 최대한 솔직하게 속내를 터놓을 수 있는 편한 존재가 되는 게 목표예요. 사실 쉽진 않죠. 저는 이 일을 하면서 업무적으로 외롭다는 느낌을 자주 받거든요. 경영진에게도, 직원들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늘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제 직업의 숙명이라고 생각해요.(웃음) 가능하면 인사 담당자가 높은 벽처럼 느껴지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선택에 만족하세요?


제 커리어에 있어 아주 중요하고,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제 자리가 대표님 옆이어서 인사 업무뿐 아니라, 투자나 시장동향 등 회사의 전반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거든요. 덕분에 제가 더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게 많이 느껴져요. 제가 말한 것들이 회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피부로 와 닿기 때문이죠. 물론 과거에도 제 일에 대한 자부심은 있었지만, 구조화된 체계 안에서의 수동적인 한 사람으로 느껴졌다면 지금은 그 체계를 같이 만들어가는 중심축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일 다운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할까요? 덕분에 이 일의 결과가 실패로 돌아온다 하더라도, 거기까지 가게 된 과정에 나의 의견과 생각이 충분히 반영되었기 때문에 그조차도 가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지금은 제가 인사를 비롯해 경영지원 업무를 모두 아우르고 있거든요. 그런데 조직이 좀 더 커지면, 저는 인사 업무에 집중해 일을 하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또 키튼플래닛만의 조직문화를 잘 만들어서 5년 후, 10년 후에는 이 사례를 큰 컨퍼런스에서 발표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드는 게 목표예요.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워킹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저는 지금도 시한부처럼 생각하고 일을 해요. 만약 아이가 나를 필요로 하거나,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언제든지 일을 그만둬야 할 수도 있다는 걸 늘 되새기며 회사에 가거든요. 하지만 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아이에게 미안해하진 않을 거예요. 종종 면접을 보면 '아이에게 미안해서' '아이가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 해서' 원치 않게 경력 공백이 생긴 여성들이 무척 많더라고요. 그 죄책감 때문에 일을 포기하는 분들도 봤고요. 그런데 엄마의 삶 이전에 나 자신의 삶도 너무 중요하잖아요. 그러니 너무 미안해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저는 아이를 일찍부터 맡기고 일을 지속했지만, 그 시간이 마냥 슬프거나 힘들지만은 않았어요. 워킹맘들이 꼭 생계 때문에 일을 하는 건 아니잖아요. 자아 실현의 목적이 큰 경우가 훨씬 많은데, 슬프게만 비춰지는 게 안타까워요.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즐기며 일하는 멋진 워킹맘들의 이야기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워킹맘 혹은 경력보유 여성이 회사에 지원할 때,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팁이 있을까요?


면접 볼 때 당당하셨으면 좋겠어요. 면접은 회사가 구직자를 심사하는 자리이지만, 반대로 구직자가 회사를 판단하는 자리이기도 하거든요. 그러니 일방적으로 위축될 필요가 없어요. 특히 워킹맘이나 경력 보유 여성들을 면접에서 만나면 뭔가 의기소침하고 회사의 눈치를 살피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해요. 이력서를 보면 충분히 훌륭한 분들인데, 그 의기소침한 태도 때문에 좋은 점수를 드리기가 어려워서 속상할 때가 많죠. 물론 워킹맘의 경우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는 걸 알아요. 가정과 일을 완벽히 분리할 수는 없으니까요. 야근이 어려울 수도 있고, 회식 못 갈 수 있어요. 그런데 그걸 문제 삼고 지나치게 강요하는 회사라면 굳이 힘들게 입사할 필요가 있을까요?(웃음) 워킹맘이라는 이유로 자진해서 약자의 위치에 서지 않으셨으면 해요. '이 회사 아니어도 갈 데 많다'는 마인드로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는 데 더 집중하신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또, 만약 지원하는 회사가 스타트업이라면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다는 걸 어필하시는 게 좋아요. 스타트업은 사실 불완전한 존재잖아요. 그래서 자신의 일뿐 아니라, 회사를 같이 성장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충분히 보이는 지원자에게 더 좋은 점수를 주게 되거든요.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세요?


저는 스타트업 내지는 소규모 기업의 대표님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사실 작은 회사에서 인사담당자를 뽑는 건 굉장한 도전이에요. 키튼플래닛도 그랬을 테고요. 그런데 감사하게도 저희 대표님께서 그때의 도전이 옳았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매출을 올리고, 사업을 안정화 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즈니스를 만드는 건 결국 사람이잖아요. 저는 작은 회사일수록 내부 결속을 다지고, 문화를 만드는 일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를 가능하게 하는 데는 인사담당자의 역할이 굉장히 크고요. 혹시 인터뷰를 보시는 대표님들이 계시다면 과감히 인사담당자를 채용해 보시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웃음) 구성원들이 같은 비전을 공유하고, 일하고 싶은 분위기를 만드는 건 장기적인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니까요!




by. 성소영

다양한 매체에서 글이 중심이 된 콘텐츠를 제작했다. 독립잡지 <나이이즘>의 에디터로 참여했고, <채널예스>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일하는 여성의 삶에 관심이 많은 워킹맘이다.


* 더 많은 위커넥트 파트너 인터뷰는 위커넥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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