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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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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더티브 Sep 23. 2020

'회사 밖 동료'가 주는 의외의 힘

[ICW 5기 온라인 설명회] 팟캐스트 '할 일 많은 여자들' 뒷이야기

안녕하세요. 마더티브 에디터 홍입니다.


저는 지난 1년간 성수동에 있는 헬스케어 소셜벤처에서 콘텐츠 에디터로 일했는데요. 젊은이(?)들로 가득할 것만 같은 소셜섹터에 의외로 저 같은 엄마들이 많더라고요. 저녁 시간 모임은 꿈도 못 꾸는 엄마들을 위해 에디터 인성과 함께 성수동 소셜섹터 엄마 런치 모임을 열기도 했어요.


성수동 모임에서 유독 자주 들을 수 있는 단어가 있었는데요. 바로 ICW. 임팩트 커리어 우먼의 줄임말이에요. ICW는 임신·출산·육아와 가족돌봄 등을 이유로 경력 공백을 겪게 된 경력보유여성과 소셜섹터 조직을 연결해주는 공동채용 프로그램인데요. 2018년 시작해 이번이 무려 5기째랍니다. 지난해 마더티브 에디터 인성이 ICW 4기 설명회를 취재하기도 했죠.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설명회가 열렸어요. 1부는 ICW를 통해 소셜섹터에서 내-일을 다시 찾게 된 마영진님(루트임팩트), 안지혜님(진저티프로젝트), 이혜진님(학생독립만세) 세 분이 나와서 ‘슬기로운 리턴’을 위한 꿀팁을 대방출했고요.


2부에서는 다시 일하고 싶은 여자들을 위한 팟캐스트 ‘할 일 많은 여자들’ 진행자 효경, 우정, 혜영님이 나와서 할많녀 뒷이야기를 들려줬어요.



할 일도 할 말도 많은 여자들


할일 많은 여자들 진행자 3명


할많녀 진행자 3명은 2년 전, ICW 2기 동기로 만났어요. ICW를 통해 채용이 되면 ‘디스커버리 캠프’라는 이름으로 앞으로 일하게 될 소셜섹터 생태계를 이해하고, 일에 대한 관점과 태도를 점검할 수 있는 워밍업 시간을 갖게 돼요. 취업 후에는 ‘커뮤니티 아웃리치'를 통해 서로의 일 경험을 나누고요. 세 분은 ICW에서 마련한 디스커버리 캠프와 아웃리치가 끝난 후, ‘이대로 인연을 끝내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에 ‘여성과 일’을 주제로 1년 넘게 북클럽을 운영하다 팟캐스트까지 제작하게 됐다고 해요.


 

세 분은 결혼, 육아로 인한 5~7년의 경력 공백을 깨고 ICW를 계기로 다시 내-일을 찾게 됐는데요.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해요.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뒀던 효경(자람패밀리 프로젝트 매니저)님은 경력공백 기간이 길어질수록 다시 사회로 돌아갈 수 있을까 불안감도 커졌다고 말했어요. 재취업을 고민하는 많은 엄마들이 그런 것처럼 혹시 내가 스펙이 부족해서 떨어지는 건 아닐까 생각에 자격증 공부도 열심히 하고 토익, 일본어 시험도 다시 보고 심지어 컴퓨터 활용 능력 자격증 준비까지 했다고요.  


“면접을 가면 ‘아이가 4살이네요? 아이는 누가 볼 수 있죠?’ 이런 질문을 들었어요. 사실 아무 도움도 못 받는 상황인데 시어머니가 봐주실 거라고 거짓말 하기도 했어요. 너무 붙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시행착오 겪고 있을 때 ICW 채용 공고를 보게 됐어요. 아이가 어린이집 가 있는 동안 일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시간제로 일할 수 있는 직군이 많더라고요. 아이 키우면서 일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직무도 기존 경력을 살릴 수 있는 교육 기획 분야가 있었고요.”  


씨닷에서 임팩트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는 우정님은 긴 경력공백 끝에 다시 회사에 들어갔을 때 나만 혼자 동떨어지면 어쩌지 두려움이 있었다고 했어요. ‘경력단절 있는 여자가 나이도 많으면 어디서 뽑아주겠어'라는 마음도 있었고요. 사회적 편견을 스스로 깨고 나오기까지 힘들었다고 해요.


“나를 표현하고 제 안에 있는 콘텐츠를 키워보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 했어요. 예전에 직장 다닐 때는 면접 보러 갈 때 그렇게 열심히 준비 안 했는데 이번에는 절실히 원하니까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소셜섹터 용어들이 낯서니까 밤을 새면서 입에 붙게끔 연습하고요. 최선을 다 했으니까 안 돼도 괜찮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면접을 보러 갔더니 회사에서도 이렇게까지 열심히 면접 준비한 사람은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10년 넘게 대기업 해외 마케터로 일했던 혜영(진저티프로젝트 팀장)님은 육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는 순간 커리어도 끝났다고 생각했다고 해요. 회사에서 열심히 일했고 나름 유능한 직원이라 평가 받았지만 5년의 경력 공백 후 다시 일을 시작하려 하니 남은 건 영어와 엑셀밖에 없는 것 같았다고요.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게 없었다고 말했어요.

 

“2년 전, ICW 설명회에 참석할 때도 굉장한 용기가 필요했어요.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제가 지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기까지 또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용기를 내니까 예상치 못한 기회가 열렸고 한 발 더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회사 밖 동료의 힘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으로 진행된 ICW 설명회


재취업 한다고 해서 모든 관문이 끝나는 건 아니죠. 새로운 일, 새로운 조직문화, 소셜섹터라는 낯선 환경. 게다가 최근에는 코로나19라는 상황까지. 할많녀 세 명은 한 달에 한번씩 북클럽을 열고 또 팟캐스트 제작을 하면서 서로에게 든든한 ‘회사 밖 동료'가 되어줬다고 해요.

 

“어렵게 재취업했는데 그후에도 많은 고난이 있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취업했던 회사에서 나오기도 했고요. 그때 ICW 함께 했던 루트임팩트, 위커넥트 그리고 동료들이 많은 도움을 줬어요. 위로도 받고 팁도 받고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고요. 비슷한 시기를 함께 겪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회사 밖 동료의 힘은 가치로 환산하기 어려워요.” -혜영 


“두 분한테 정말 배울 게 많아요. 제 일 선배님들이에요. 저는 ICW 전에는 여성과 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어요. 함께 책 읽고 이야기 나누면서 계속 배우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게 자극제가 돼요. 회사든 가정이든 열폭하는 일 생길 때마다 메시지 남기고, 그때마다 한마디씩 던져주시는 게 삶의 조언이 되고 위로가 되고 그런 경험이 할많녀까지 이어졌어요.” -효경 


할많녀들은 한 달에 한번씩 팟캐스트 녹음을 하는데요. 코로나 때문에 녹음실 빌리기 어려울 때는 아이들이 모두 잠든 새벽 1시에 줌콜로 만나서 녹음을 하기도 했다고 해요. 편집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요. 혜영님은 “왜 이렇게 굳이 고생을 하나 싶을 때도 많다"면서 “우리가 고민했던 시간을 지금도 누군가는 괴로워 하면서 겪고 있을 거니까, (팟캐스트를 통해) 혼자 괴로워하지 말라고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이날 세 분은 채팅창 댓글로 들어온 커리어 상담을 하기도 했는데요.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진심 어린 조언이 인상 깊더라고요. 그중 하나를 소개해요. 


Q. 아이 나이가 5살인데 기관에 맡기면서 제 시간이 생기면서 다시 일하게 됐어요. 지금은 소기업 회계 파트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이직하고 싶은데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어서 고민이에요. 

우정 : 저도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됐을 때 다시 일을 시작했어요. 주변에서는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고 했지만, 저는 그만큼 이전에 아이와 충분히 시간을 가졌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포기할 건 포기하고 아이가 스스로 클 수 있도록 하니까 아이도 알아서 성장하더라고요. 

혜영 : 지금 둘째가 5학년인데 엄마가 나보다 일을 더 좋아한다면서 일을 동생처럼 질투하기도 해요. 육아는 끝이 없어요. 아이와 충분히 대화하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엄마가 모든 걸 다 대신 해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선을 긋고 엄마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니까 아이들도 점점 주체적이고 스스로 하려는 모습을 보이더라고요. 계속 훈련하고 대화하는 게 필요해요. 

효경 : 저도 아이가 5살일 때 재취업을 했어요. 재취업 전에는 아이 두고 일할 수 있을까 고민이었는데 지금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떻게 하지 고민이에요. 재취업 전과 지금 차이점이라면, 나는 일을 계속 할 거고 아이도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세팅(결심)이 있다는 거예요. 두려움 없이 도전해보셨으면 해요. 



접속과 연결 


다시 일하게 돼서 행복하냐는 질문에 우정님은 “워킹맘 자체가 쉽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면서도 “경력 단절 기간이 어땠는지 알기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그 안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커리어를 설계하면서 다시 꿈을 꾼다는 게 굉장한 행운"이라고 말했어요. 효경님은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힘든 부분도 분명 있지만, ‘일의 맛'을 느낄 수 있고 아이도 엄마의 일을 이해하게 돼서 좋다"고 했고요. 혜영님은 “1초도 머뭇거리지 않고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예전에는 막연히 일이 좋았다면 지금은 일의 의미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어요. 


일단 접속해보면 어떨까요?



‘접속'과 ‘연결'. 


ICW 온라인 설명회를 들으면서 떠오른 키워드예요. 성수동 엄마들 가운데도 ICW 펠로우들은 유독 끈끈한 유대감이 느껴졌는데 그 이유를 알게 된 시간이었어요.  


시 일을 시작하려고 하다 보면 고민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닐 거예요. 일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일-육아를 함께 조율해야 하니까요. 걱정도 두려움도 클 거예요.  


저도 이날 알게 된 사실인데 올해가 100일밖에 안 남았다고 해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고민만 하지 말고 일단 접속해보면 어떨까요. 어떤 기회로, 사람으로 연결될지는 아무도 모르잖아요.  



“경력 공백이 있어도 언제든 원하는 길로 돌아올 수 있어요. 
저희도 어떻게 하다 보니까 왔고, 여러분도 올 수 있어요. 
여성들이 연대해서 더 많은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할많녀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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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루트임팩트 임팩트커리어W팀으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받아 작성된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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