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더티브 Nov 26. 2018

흑인 주인공, 주부아빠, 입양...이 만화 무엇?

아이와 함께 봐도 죄책감 없는 애니 추천 <꼬마의사 맥스터핀스>


첫째 딸과 둘째 아들을 낳고 기르면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고정관념이나 편견에서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을지 가장 고민하고 있다. 그 해답을 찾아가는 길에서 우연히 반가운 만화를 하나 만났다.


첫째 아이 28개월 즈음 TV 만화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디즈니 주니어 채널에서 마주친 만화 <꼬마의사 맥스터핀스>. 디즈니 채널은 가녀린 공주와 미키 마우스만 줄곧 나올 것 같아 일부러 더 찾아보지 않았더랬다. 그런데 흑인 여자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놀라움에 잠시 머물렀는데 한창 병원놀이에 빠져있던 아이는 이 만화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출처 : 디즈니 주니어)


이 만화의 주인공 소녀 닥 맥스터핀스(이하 닥)는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마법의 청진기로 인형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다. 만화는 닥이 살아난 인형들을 진찰하고 치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이 만화, 보면 볼수록 뭔가 범상치 않았다. 아이도 아이이지만 도리어 우리 부부가 충격과 깨달음을 받을 만큼 신선했다. 그리고 지금 난 아이보다 더 이 만화를 사랑하게 됐다.


<마더티브>의 아이와 함께 봐도 죄책감 없는 애니 추천! <꼬마의사 맥스터핀스>가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도 꼭 함께 봐야 할 만화인 이유 세 가지.




1. 유색인종, 입양아, 성소수자... 사회적 약자 캐릭터 전면에


이 만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닥의 가족이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는 것. 흑인 여자아이인 닥은 더 이상 주변 인물이 아니라 주인공이다. 더불어 입양아인 닥의 막냇동생과 레즈비언 부부 등도 등장시켜 다양한 가족 형태를 보여준다.


유색인종, 입양아, 성소수자 등 이른바 '사회적 약자'로 일컬어지는 이들을 에피소드 전면에 등장시켜 그들이 주변인이 아닌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주체적인 존재임을 강조한다.


'아기 동생이 생겼어요!' 시리즈에서 세 번째 아이를 맞이하게 되는 닥의 가족. 놀랍게도 엄마, 아빠는 막냇동생을 입양한다. 엄마, 아빠가 닥과 닥의 동생에게 "동생은 다른 엄마가 낳지만 우리와 함께 살 것"이라고 입양을 설명하는 장면에선 입이 턱 벌어졌다.


"우린 아기를 입양할 거야!"


엄마만 두 명인 가족이 등장하는 '긴급상황에 대비해'는 다시 돌려 봤을 정도다. 처음엔 설마 하며, 다음엔 관련 기사를 찾아보고 감탄하며 보았다. 두 엄마는 실존 인물인 미국 유명 배우 완다 사이키스(Wanda Sykes)와 포티아 드 로시(Portia De Rossi)를 모델로 했다. (실제 둘은 커플 아님 주의)


엄마만 두 명인 가족이 등장하는 '긴급상황에 대비해'


만들어질 때부터 팔 하나가 짧은 원숭이, 두 다리를 잃고 휠체어를 타게 된 탐험가, 항암치료를 받느라 민머리가 된 아이 등 장애와 질병을 가진 캐릭터가 주요하게 등장하기도 한다.


이들은 특별하고 용감한 캐릭터로 그려져, 아이들이 선천적 혹은 후천적 장애와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친구들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포용하도록 돕는다.


이렇듯 입양아, 성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캐릭터들을 전면에 내세워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에게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 인정과 더불어 그들에 대한 존중과 포용 또한 자연스럽게 익힐 기회를 마련하는 만화다.



2. 주부 아빠, 의사 엄마... 성역할 고정관념 깨기


닥의 엄마는 내과 의사고, 아빠는 닥과 남동생의 식사를 챙기며 등하교를 돕는 등 육아와 가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닥은 엄마처럼 의사가 되고 싶고, 아빠처럼 주방 놀이를 한다.


집에 있는 아빠가 익숙하지 않아 굳이 직업을 찾아보겠다고 구글링을 해봤더니 닥의 아빠는 stay-at-home dad (자녀 양육을 위해 직장에 다니지 않고 집에 있는 아빠)란다. (feat. 위키피디아) 쉬운 말로 주부. ‘집에서 가사와 육아를 도맡는 엄마’, ‘일 때문에 늘 바쁘고 가사에 서툰 아빠’와 같은 뻔한 설정만 보아온 우리에게 주부 아빠와 의사 엄마라니, 신선하지 않은가. (콩순이, 보고 있나?)


"아빠는 네가 너만의 주방을 가지면 좋아할 거라 생각했어, 아빠처럼!"
엄마는 일하러, 아빠는 저녁 준비하러 갑니다~


신박한 주인공 가족 캐릭터 설정 외에도 이 만화에는 성 고정관념을 뒤집는 캐릭터와 에피소드가 자주 등장한다. 예를 들어 ‘축구하는 멜린다’와 '새로 온 간호사' 등이 그렇다.


'축구하는 멜린다'에서 멜린다는 인어공주라는 이유로 테이블 축구 경기에 나갈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친구들의 응원으로 대체 선수로 뛸 기회를 얻은 멜린다는 선전하고 마침내 정식 선수가 된다.


남자 모델 인형 데클란은 다른 이들을 돌보기 좋아하는 자신에게 모델보다는 간호사가 '나의 스타일'이라고 노래한다. 여자 모델 인형 데이지가 “여자만 간호사를 할 수 있는 줄 알았다”라고 하자 닥과 친구들은 “누구나 간호사가 될 수 있다”라고 알려준다.


'축구하는 인어공주'와 '남자 간호사'


이 만화, 성평등 의식이 폭발한다. ‘운동선수는 남자, 간호사는 여자’와 같은 전형적인 성 고정관념을 적극적으로 뒤집는 이야기들. 여자든, 남자든 누구나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이야기를 긍정적으로 풀어나가는 점이 인상적이다.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대신, 게다가 재미있게 전해주는 바람직한 만화다. 성평등을 만화 같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면 일부러 어렵게 가르칠 필요도 없을 거다.


3. 유리 천장 깬 롤모델의 등장, Girls can do anything


난 무엇보다 닥이 엄마처럼 의사가 되고 싶어 한다는 설정에 매우 감명받았다. 가까운 곳에 훌륭한 롤모델을 두고 있는 닥은 축복받은 아이다. 닥의 엄마는 흑인인 데다 여성이지만 의사다. 치열한 삶을 살아왔을 엄마의 강인함과 지혜로움을 지켜보며 꿈을 향해 나아가는 닥의 모습은 이 만화를 보는 많은 아이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 미국의 흑인 여성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우리는 닥 맥스터핀스입니다(We Are Doc McStuffins)’ 프로젝트를 펼쳤다. 이들은 이를 통해 <꼬마의사 맥스터핀스>가 아이들에게 새로운 롤모델을 제시해준 것에 대해 감사와 지지의 뜻을 전달했다.


가까운 곳에 훌륭한 롤모델을 두고 있는 닥은 축복받은 아이


또한 이 만화는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비행사 엘리자베스 베시 콜먼, 미국 최초의 흑인 영부인 미셸 오바마, 나이팅게일 등 실존하는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를 에피소드의 주요 인물로 등장시켜 소녀들이 큰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한다. 감독 크리스 니(Chris Nee)는 이 만화가 "미취학 아동들을 위한 격려와 응원"(Cheers for Preschoolers)이라고 밝혔는데 제작 의도가 아주 잘 녹아들었다.


<꼬마의사 맥스터핀스>에 등장하는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




복직 후 일하는 나 대신 아이를 돌봐주셨던 친정어머니의 편의를 위해 아이에게 만화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나름의 기준으로 선별한 만화를 보여주는 걸 위안 삼아야 했다.


교육성, 심미성 등 여러 엄격한 기준이 있었지만 결국 접근성이 가장 고려되곤 했다. 할머니가 보여주기 쉬워야 했기 때문. 그래서 아이는 EBS 채널에서 방영되는 만화 <꼬마버스 타요>, <엄마 까투리> 등을 주로 시청했다. 만화 내용에 아쉬운 부분이 적잖이 있었지만 달리 대안이 없었다. (참고 영상 : 타요와 엄마 까투리가 불편한 이유 https://youtu.be/4mqDYjJpkVQ)


그러다 28개월이 된 아이가 그동안 보던 EBS 만화에 지루해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만화를 찾아야 했고 그러던 중 디즈니 주니어 채널의 <꼬마의사 맥스터핀스>를 만나게 됐던 것.


© Kate T. Parker / Disney #DreamBigPrincess Photography campaign


디즈니는 <뮬란>을 시작으로 <겨울 왕국>, <모아나> 등을 통해 자신의 힘으로 고난과 시련을 극복하는 능동적인 여성상을 그려내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진보적인' 만화를 우연히 먼저 접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전 세계 어린이들이 시청하는 디즈니 만화가 부정적인 사회통념과 고정관념을 깨는 이야기를 다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2012년 미국에서 처음 방영된 <꼬마의사 맥스터핀스>는 미국 사회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올해 초 이 만화를 접하고서야 관련 기사들을 찾아봤는데 많은 미국 매체들도 위에서 부분에 대해 앞다퉈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추천 만화로 꼽았다.


요즘 소수자에 대한 배려나 다양성을 담아내는 한국 만화를 이따금 접하기도 한다. (참고 영상 : 부모와 아이가 함께 보면 좋을 역대급 훈훈 애니 https://youtu.be/ADH6BpXSHF4) 하지만 절대적으로 그 수가 매우 적고 성평등 의식 수준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다양한 설정으로 고정관념을 깨고 한국만화의 진일보를 견인할 신선한 국산 만화도 기대해본다.



마지막으로 <꼬마의사 맥스터핀스>의 테마곡 중 하나인 '진찰할 시간'을 소개하며 마무리. 이 만화는 헌혈, 엑스레이, 주사, 수술 등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하고 보여주는데 이를 통해 아이들이 의료 행위에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돕는다.


이 노래는 그 모든 것이 시작될 때면 꼭 부르는 노래로, 열창하며 병원놀이를 몇 번 하고 나니 우리 아이는 실제 진찰도 즐기게 됐다. (주의! 이 곡은 수능 금지곡으로 지정해야 할 것만 같은, 웬만한 후크송 버금가는 곡으로 아이와 병원놀이를 할 때마다 불러야 할 수도. ㅠㅠ)


<꼬마의사 맥스터핀스>, 이런 사람들에게 추천!

1. 아이에게 다양성 존중과 포용에 대해 알려주고 싶다면
2. 부모도 함께 볼 성평등 만화를 찾고 있다면
3. 아이가 병원놀이를 좋아하거나 혹은 병원을 무서워한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