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마주한 '특별한 사람들'

Ray & Monica's [en route]_33

by motif


"야자나무야, 이 분주한 도시에서 한 세기 동안의 사랑과 침묵, 그늘에 감사해!"


우리가 한 나라를 방문할 때 그 나라의 삶과 사고들을 이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한다.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화를 알아야 하고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 사회, 경제, 정치 등 어느 한 분야를 떼어버리거나, 그중의 하나만을 선별하는 것으로 불가능하다. 별개가 아닌 맥락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나를 그들에게 이입시키고 그가 겪는 개별 사항을 통해 그것에 연결된 근원의 역사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두려운 것은 한 나라에 머물면서 편견으로 그들을 보고 오해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멕시코로 온 지 보름째다. 멕시코의 외면과 내면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노력에 그간의 시간을 썼다.


그 첫째는 많이 방문하는 것이다. 아침에 숙소를 나가 저녁에 들어오는 시간들로 매일 몸을 고단하게 했다. 유적과 박물관뿐만 아니라 대로와 골목과 시장을, 그리고 그들이 매달리는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다음은 대화이다. 의문 나는 점은 묻고 또 물었다. 짐짓 얕은 지식과 상식으로 판단하는 것이 오류의 시작이고 그들의 오랜 관습 속 미덕을 곡해할 수 있다.


작년 '파세오 데 라 레포르마(Paseo de la Reforma)에 있던 100여 년 된 야자나무(Glorieta de la Palma)가 병균에 감염되어 죽자 시에서 교체를 발표했다. 시민들은 “그들이 나를 죽게 내버려 두었어(ME DEJARON MORIR)’

”라는 리본을 두른 조화를 보냈다. 제거 전날에 현장에 모여 "야자나무야, 이 분주한 도시에서 한 세기 동안의 사랑과 침묵, 그늘에 감사해(GRACIAS PALMERA, POR UN SIGLO DE AMOR, SILENCIO Y SOMBRA EN ESTA BULLICIOSA CIUDAD)."라는 감사 문구를 들고 나무의 죽음을 애도했다. 이 죽음을 규명하기 위한 '도시의 야자수 감소 및 사망 원인 파악' 프로젝트가 만들어졌다.


우리 부부는 아침에 눈을 뜨면 이런 심성을 가진 사람들의 도시에서 그 일원으로 지내는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지난 보름 동안 이 도시에서 만난 친절과 배려들을 떠올려본다.


알로이시오 슈월츠((Aloysius Schwartz) 신부님의 유지를 받들어 '비야 데 라스 니뇨스(Villa De Las Niñas)'에서 멕시코 전역에서 모인 3500명의 중고등학생들을 돌보고 계신 53분의 수녀님의 삶을 접했다. 기도와 헌신으로 일관된 모든 순간의 삶이 너무나도 숭고해 우리 부부에게 홍수 같은 가슴속 눈물을 흘리게 했다. 그 눈물은 소중한 정화였고 선물이었다.


하늘과 땅, 동과 서, 남과 북, 영혼과 육신, 남과 여의 조화로운 합일을 추구하는 멕시코와 콜롬비아에서 온 사람들의 영성 모임에 우리를 초대했고 그들은 모임이 끝난 뒤 그 화합의 상징인 멕시코 각 지역에서 가져온 물을 섞어 담은 물과 그 에너지의 지속을 도와줄 수정을 주었다.


스페인어를 모르는 저희 부부가 소통에 곤란을 겪으면 주변의 누군가가 곧 나타나 통역을 도와주었다. 이런 경우는 하루에 두세 번 이상 경험한다.


테오티우아칸에서 돌아오는 늦은 시간, 지하도에서 메트로버스의 정류장을 찾기 위해 방향을 가늠하고 있을 때 청년이 다가와 문제를 해결해 주고 내 어깨에 걸린 카메라에 대해 '밤의 이런 지하도에서는 가방에 넣는 것이 좋겠다'는 은근한 조언을 주었다.


프리다 칼로박물관(Museo Frida Kahlo)으로 가는 중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내린 곳에서 어떤 버스로 갈아타야지를 막막해 할 때(버스 번호가 표기되어 있지 않은 버스가 여전히 혼란스럽다) 버스를 함께 타는 분이 우리의 상황을 이해하고 어디에 내려서 어떤 골목으로 들어가야 지름길인지를 3번 우리 좌석으로 와서 알려주고 먼저 내릴 때 다시 주지시키며 우리가 길을 잃을 것을 염려해 주었다.


디에고 리베라 아나후아칼리 박물관(Museo Diego Rivera-Anahuacalli)에서 현장의 직원에게 그 전시물에 대해 질문을 했지만 영어를 못한다,는 대답을 받았다. 그리고 10여 분 뒤 다른 층에 가 있는 나를 큐레이터가 찾아와 말했다. "우리 직원이 당신에게 영어 질문을 받고 대답을 드리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제가 당신의 질문에 답해드리겠습니다."


UNAM대학교 중앙도서관(Biblioteca Central UNAM)을 방문하고 넓은 캠퍼스 밖으로 나와 복잡한 코요아칸(Coyoacán)의 버스 중 무엇을 타야 할지 헛갈려 하고 있을 때 두 여학생은 어떤 버스를 타야 할지를 알려주고 30분을 함께 기다려주었다.


하루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편의점에서 맥주 한 팩을 사고 계산을 하면서 주인에게 물었다. "멕시코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음주가 불법이라고 들었습니다. 또한 길거리에서 술병을 들고 가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이것을 가방에 넣어가야 할까요?" 부인은 '직접 물어보시죠.'라며 내 등 뒤를 가리켰다. 내 뒤에는 두 명의 경찰관이 계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분 중 상관으로 보이는 분이 말했다. "양해해 드리겠습니다. 그냥 들고 가셔도 됩니다. 그러나 저희 입장을 고려하시고 싶다면 품에 안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삶을 이해하는 것. 이 모든 과정이 공부이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곳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뿐인 사람들. 존재조차 몰랐던 이 사람들이 이렇게 마주함으로써 '특별한 사람'이 되었다. 여행은 몰랐던, 몰랐기 때문에 두렵기도 했던 사람들을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공부이다. 그날그날 공부를 마칠 때마다 우리 부부는 함께 다짐한다. 우리도 '특별한 사람'이 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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