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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Oct 30. 2024

길 위에 있거나 아니거나 모두는 여행자

Ray & Monica's [en route]_247



뉴욕의 인연들, 단지 있는 자리에서 나의 최고의 버전이 되기 위해 노력할 뿐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 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1


낯선 곳에서 지내다 보면 늘 근심이 있기 마련이다. 치한에 관한, 곤경에 빠지는, 도움을 어디에서 구할지 등 친숙하지 않은 것에서 비롯되는 불안한 마음이다.


이번 뉴욕에서는 마치 외갓집에서 지낸 것 같았다. 구석구석 알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호기심이 파릇하게 살아있으면서 외할머니와 외삼촌이 든든하게 나의 뒤를 돌보고 있는 안심. 과거의 인연과 현재 막 만들어진 인연들이 우리의 사위를 호위하고 있다는 안도였다. 그것은 외갓집 동네를 거닐면서 느꼈던 방심해도 괜찮을 것 같은 것이었다.


우리가 짧지 않은 동안 맨해튼 빌딩들보다 높게 치솟은 물가에도 불구하고 뉴욕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부부의 연금으로도 견딜만한 숙소를 소개받았기 때문이었다. 어르신 부부가 자녀의 부름을 받고 비운 집을 소개받았다. 2층의 듀플렉스 하우스 전체를 사용하는 분수에 넘치는 생활이었다. 덕분에 한국을 떠난 후 처음으로 아내는 1층 거실에서, 나는 2층 침실에서 자신만의 공간이 허락되었다. 너른 집의 가장 큰 수혜자는 아내였다. 서로를 배려해야 했던 좁은 방에서 불가능한 일들이 가능해진 것이다. 아내는 큰 소리로 마음껏 발성하면서 어학공부를 할 수 있었고 때때로 영화 한 편도 이어폰 없이 시청할 수 있었다. 나 또한 호사스럽기는 마찬가지로 모든 조리도구가 모두 갖추어진 부엌에서 아내가 해주는 한식들로 포식할 수 있었다.


이 집을 떠나야 하는 마지막 날, 청소와 세탁을 끝내고 그동안 뉴욕을 외갓집같이 느끼게 해주었던 모든 분들께 전화를 하거나 메시지를 드렸다. 결코 살며 사랑하는 일을 멈추지 말자는 다짐과 함께 한량없는 배려에 감사를 전했다. 그곳이 어디일지, 또한 그 때가 언제일지 모르더라도 불쑥 다시 조우하는 희망은 놓지는 말자고, 하지만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닿아있으니 그 간격을 견디자고...


#2


여행을 막 떠나는 분도 있었다.


"저는 지금 비행기에 막 올랐습니다. 전화 끄기 전에 메시지를 봅니다. 저는 피렌체로 갑니다. 선생님의 글을 보며 함께 여행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좋은지 몰라요. 간절히 소원하는 것은 다시 만나 행복과 감사를 나누는 것입니다."


한 분은 뉴욕에서 열심히 산 시간의 보상으로 일본을 여행 중이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일본에서 좋은 시간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제 친구가 남미에 있으니 선생님 도착하실 때 저도 남미로 가겠습니다. 꿈의 삶을 사는 모험을 계속하자구요."


한 분은 음식과 건강을 염려해 주셨다.


"부디, 물은 꼭 가려서 드세요. 그리고 꼭꼭 씹듯이 드세요."


여전히 젊지만 조기 은퇴를 결심한 분도 있다.


"두 분의 여행 이야기를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저희 부부도 4년 후 은퇴하면 두 분처럼 2년 정도 세계를 여행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두 분의 여행기를 더욱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멕시코에서 우리와 삶을 나누었던 은퇴한 교장선생님께서는 아드님과 함께 소원하던 한국과 일본 여행을 마치고 멕시코로 돌아가시기 위해 공항에 계시다고 했다.


"Ansoo y Minji los saludo con cariño yo ya de regreso a la CDMX desde Narita Tokio. Realmente superó mis expectativas y su gente muy muy amable con nosotros.(안수와 민지에게 따뜻한 인사를 보냅니다. 우리는 멕시코시티로 가기 위해 도쿄 나리타에 있습니다. 한국은 정말 제 기대를 뛰어넘는 곳이었어요. 사람들 또한 너무나 친절했습니다)."


브루클린의 변호사는 나를 '삼촌'이라 불렀다.


"Dear Uncle, Thank you so much for your kind words. I cannot express the joy that it brought me seeing you again, being able to meet your wife, and to share an afternoon with you in one of my favorite places, beneath the trees of Fort Greene Park. Sending you both my love and wishes of safe travel. I look forward to seeing you again.(삼촌께, 좋은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포트 그린 파크의 나무 아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에서 삼촌을 다시 만나고, 숙모를 만나고, 함께 오후를 보낼 수 있어서 그 보다 더 기쁠 수 없었습니다. 제 사랑을 보냅니다. 더불어 안전한 영행하시길 바래요. 다시 뵙기 바랍니다."


정체성에 대한 의문과 혼란 속에 있었던 교포1세는 '순수한, 또는 고유한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을 통해 마침내 좀 더 자유로워지고 더 자신감을 가지고 영어뿐만 아니라 한국어로도 글쓰기가 가능할 것 같았다.


"얼마 전에 'Same Bed, Different Dreams' 라는 소설을 읽었습니다. Ed Park 이라는 코리안 아메리칸 작가가 쓴 글이에요. 한국의 역사를 아주 creative하게 묘사한 신기한 책입니다. One of the points the novel expresses is the ironic fact that both the leaders of the modern Koreas -이승만 and 김일성, of both North and South Koreas- were greatly influenced by Western powers. It made me realize that the idea of a pure Korea or pure Korean is false. And there are many ways to be Korean. 두 분을 만나면서 이런 생각을 더 깨닫게 됐습니다. 언젠가 이런 사상도 한국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만나서 영광이었습니다. 매일 무사히 다니시길 바랍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뵈어요!"


북미의 지인께서는 남편분이 세상을 떠난 안타까움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 남편과 제가 꿈꾸었던 여행을 실현하시고 계시는 두 분 너무 부럽고 아름답습니다."


은퇴해 이제 함께 여행할 날들을 앞둔 때였다. 이 분의 글이 가슴속 통증으로 남았다. 모든 삶에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있기 마련이니 그것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결국 운명의 지배하에 있는 우리로서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더 높은 차원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태도이지 싶다.


퀸즈에서 홀로 사찰을 지키고 계신 노비구니스님과 하루를 보냈던 아내가 스님께 전화를 드렸다. 


"두 분의 여정은 누구나 꿈꾸지만 그것을 이루는 이는 드뭅니다. 그러하니 여정 중의 어떤 경험도 감사할 일입니다."


스님의 말씀은 우리가 초지일관 쥐고 있어야 할 화두를 상기시켜주셨다.


#3


2022년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한 도서관에서 만난 분은 우리가 뉴욕에 있는 동안 뉴욕을 방문해서 만나고 싶다는 기대를 보내주었었다. 우리가 떠날 날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 뉴욕에 오지 못한 사연을 보내주었다. 


"I am sorry I could not meet you in NY. Some adverse situation arise and I have to post pone visiting my sister and NY at a later date . I learn everyday and this time the lesson is that despite having a plan , hazard or life decided otherwise for a reason. I am learning about the reason ….. 

(뉴욕에서 당신을 만나지 못해 죄송합니다.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해 여동생과 뉴욕 방문을 미뤄야 했습니다. 전 매일 배우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제 계획에도 불구하고 인생이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그 이유를 통해 배우고 있습니다.".... 

)"


이분의 미안한 마음을 덜어주고 싶었습니다.


"You have settled in my mind as much as I feel like I have already met you. We are living in unpredictable days all the time. All we can do is make a possible choice today. But the outcome is not mine. My part is just to do my best to make sure that what I have decided is achieved. What we need to find satisfaction is not the outcome, but that I have done my best to make my decision happen.


The opportunity we have to meet is saved for the following: I would like to understand that a lottery ticket is a situation that has higher expectations as if there were no winners this time and the jackpot of this time was added up to the next time.


Above all, I am touched by the fact that you are not the one who despair of the outcome, but the one who uses it as a material for learning and enlightenment regardless of victory or defeat. So what is clear is that your tomorrow will be a wiser person than today. I will also try to make those wonderful advantages mine. May you have a calm and full day today... (나는 당신을 이미 만난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당신은 제 마음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는 늘 예측 불가능한 날들을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늘 가능한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나의 몫이 아닙니다. 나의 몫은 단지 내가 결정한 상황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까지입니다. 우리가 만족을 찾아야 할 것은 그 결과가 아니라 내 결정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만날 기회는 다음을 위해 저축된 것입니다. 마치 어떤 복권이 이번 회에 당첨자가 없어서 이번 차의 당첨금까지 다음번에 합쳐진 것 같은 더 큰 기대를 하게 만든 상황이라고 이해하면 좋지 싶습니다.


나는 무엇보다 당신이 결과에 절망하는 사람이 아니라 승패에 관계없이 그 결과를 배움과 깨달음의 재료로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감동합니다. 그러므로 분명한 것은 당신의 내일은 오늘보다 현명한 사람이 되어있을 거라는 것입니다. 저도 당신의 그 멋진 장점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도 충만한 하루가 되시길...)"


그도 그 점에 동의했다.


"Thank you so much for bringing this peaceful conclusion to my thoughts. You expressed very well what I am going though and added a beautiful moment of lightness and warmth. Maybe the lesson was to connect with you in this way and know that we are sharing the same philosophy of life .


So I remain with the wish and time will tell me when it can be done . In the mean time I will probate myself to become my best version and exchange with you beautiful and constructive thoughts. Thank you for accepting my fate as it is and I am really happy that I have met you that day in the library in Istanbul(제 생각에 평화로운 결론을 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은 제가 겪고 있는 처지를 아주 잘 표현해 주었고 아름다운 순간의 경쾌함과 따뜻함을 더해주셨습니다. 이런 식으로 당신과 연결되고 같은 삶의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 또한 깨달음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을 소원으로 갖고 있고, 그것이 언제 이루어질 수 있을 지 시간이 알려줄 것입니다. 그 동안 저는 나의 최고의 버전이 되기 위해 노력하면서 당신과 아름답고 건설적인 생각을 교환할 것입니다. 제 운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날 이스탄불 도서관에서 당신을 만난 것이 정말 행복합니다."


그는 길 위에 있거나 아니거나 모두가 여행자라는 사실을 거듭 일깨워 주었다.


"No one could have known that the small connection we had just met would continue like this. Therefore, you reminded me once again that there is nothing insignificant in meeting someone. You created ripples in my heart(작은 인연이 이렇게 계속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거예요. 그러므로 당신은 하찮은 인연은 없다는 것을 다시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당신은 제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인연 #거자필반 #뉴욕 #세계여행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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