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땡스 매거진
INTERVIEW ᐧ PHOTOGRAPHY BY WON YOUNGJAE
누땡스 매거진과 이야기 나누었답니다.
벌써 7월도 절반이 지나갔습니다.
1월에 처음 연락이 닿은 누땡스와 첫 인사를 시작하고 벌써 6개월이 지났습니다.
모티프원의 구석구석 아버지와 저의 이야기를 살뜰하게 살펴보시고는 구석구석 들여다본 자만이 할 수 있는 여러 질문을 던져주셨습니다.
누땡스는 원영재 선생님이 홀로 찍고 쓰고 만들어 꾸리는 1인 창작자의 매거진입니다.
이번 누땡스매거진에는 8명의 중점 인터뷰 그리고 사진 연작, 에세이. 그림 연작까지 풍성하게 담겨있습니다.
8명의 인터뷰어를 오랜시간 들여다보고 궁금해하며 질문을 만들어 만남을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창작자에 대한 존경이 생깁니다.
아주 사소할 수도 있는 하루의 일상이 나를 구성하고 일으키는 것을 아시는 걸까요? 인터뷰에는 소소한 이야기들과 공간의 구석구석까지 바라보는 시선의 위치가 다름이 느껴집니다.
각자의 색상을 더욱 진하게 발하며 작업하는 사람들의 구석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 매거진을 눈여겨보아 주세요.
저 역시 한해의 반환점을 돌면서 6개월 전 나의 믿음과 일상에 대해 다시 확인해봅니다._by 이나리
____
-안녕하세요, 나리님. 반갑습니다. 몸은 괜찮으신지요? 처음 연락을 드렸을 때, 독감으로 많이 고생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셨음에도 불구하고 연락에 환대를 해주시고 정성스럽게 답장을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모티프원을 처음 알았던 때가 몇 년 전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부터 언젠가 가보고 싶은 공간 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자연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쉼을 떠올리게 해주었습니다. 나리님께서 생각하시는 모티프원의 공간이 갖는 매력에 대해서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모티프원은 공간 자체가 우리 가족의 정체성과 삶의 지향 방식에 만나있어요.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사유하고 느린 속도로 세상을 바라보며, 책을 통해 지혜를 얻고 글쓰기를 통해 소화하고,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 더 깊어지는 방식이지요.
이런 모든 지점이 오랜 시간을 통하여 모티프원 공간에 수많은 레이어로 축적되어 말하지 않아도 오시는 분들이 모티프원에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요.
우리는 건축물이나 공간에 들어서면 그 자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자연 깊숙이 들어가거나, 여행을 하다가 유럽 성당에, 혹은 절에 우연히 방문했을 때, 오래된 도서관을 찾으면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자연스럽지만 명확하게 나를 삶의 긍정적 지점으로 데려가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모티프원에 오시는 분들이 그런 경험을 만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제가 하고 있는 일이랍니다.
모티프원에서는 우리 가족의 평생에 걸친 삶과 이곳을 다녀간 분들의 다양한 삶, 이 모든 것들이 공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또 다른 휴먼 라이브러리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새롭게 오시는 분들께서는 어떤 도서관에서도 찾아 읽을 수 없는 솔직하고 짙은 삶의 다양한 국면을 읽고 스스로를 반추하고 나아갈 길에 대한 좌표를 더 명확하게 할 수 있답니다."
-모티프원(motif#1)이라는 이름의 의미가 ‘삶의 제1의 동기’를 뜻하다고 들었습니다. 의미와 별개로 여쭤보고 싶었는데, 유치한 질문일지 모르겠지만, 모티프원에 서 숫자 1 앞에 샵(#)이 붙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우리 공간의 정식 명칭인 'motif #1'에서 'motif'는 불어에서 비롯된 단어로 예술에서 작품의 중심적인 '주제'를 의미하지요. '#'은 '숫자 기호(Number Sign)'이고요, 그러니까 '#1'은 '첫 번째'를 의미하는 거고요.
우리는 공간의 네이밍을 하면서 사람의 삶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삶을 각 개인이 최선으로 창작해 내야 하는 작품으로 바라본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티프넘버원'은 '나'라는 작품에서 '제 1번이 되는 중심 주제'를 의미합니다. 삶의 의미라는 철학적인 주제를 공간 네이밍에 풀어놓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인터넷이 주가 되는 디지털세계에서 '#'가 해시 기호(Hash Symbol)로 사용되다보니 '#'의 사용에 제약이 많아져 지금은 '#'을 생략해서 'motif1(모티프원)'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북스테이라고 불리는 데에 걸맞게 책이 정말 많습니다. 약 2만 여권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이 많은 책들을 따로 분류하여 정리해 두시는 건가요? 자주 찾게 되는 책들을 따로 모아 놓으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 자주 찾는 책들은 책상과 가까운 위치에 모아뒀는데, 이따금씩 생각이 날 때마다 바로 찾아볼 수 있어서 좋더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분류하지 않는답니다. 20년 전 아버지께서는 이 서재의 서가를 만드실 때 소장한 책의 대략적인 분류에 맞추어 4면으로 배치할 요량으로 서가 칸의 높이를 정해서 제작하셨답니다. 그에 맞추어 책을 수납했고요. 그런데 이 서재가 모든 손님들에게 개방되고 나서는 손님들께서 책을 몇 권씩 뽑아 읽으시고 그것을 원위치하는 데 곤란을 겪으시는 모습을 보신겁니다. 그 후 아버지만의 분류와 수납방식을 강제하지 않으셨어요. 원하는 어느 곳이나 두기로 하셨고 그 이후부터는 게스트분들이 두는 위치에 따라 책이 계속 서가를 여행하는 방식이 되었지요.
각 방에도 책이 많은데 게스트분들이 방에 책들을 큐레이팅을 하셨나고 물어보는 경우도 종종 있답니다. 궁금하고 현재의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책들이 방에 많이 꽂혀있다고 하시면서요. 하지만 그건 게스트분들의 손을 거치는 규레이팅이 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비슷한 성향의 게스트분들이 읽고 방안의 서가에 두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공간에 오시는 분들의 취향이 반영된 책들이 모여있게 된 것입니다.
몇 년 전 제가 모티프원에 들어오면서 제가 그동안 모았던 책들을 꽤 가지고 들어왔는데, 그 책들은 갤러리에 많이 있는 편이에요. 저 역시 계속 책을 좋아하고 수집하고 있고, 오시는 분들과의 이야기를 통해서, 또는 제가 하는 작업들을 통해서 궁금하고 읽고 싶은 책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답니다.
모티프원의 분류되지 않는 방식에서 손님들께서는 뽑은 책을 있던 자리에 다시 원위치시켜야 한다는 강박을 느끼지 않으면서 숲을 산책하듯 서가를 탐색하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쉬기 위해서 오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방해받지 않고 독서에 집중하고 싶어서 오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아요. 그들 중에서는 분명 나리님에게 책을 추천받고 싶어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해 드리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진 않으시나요? 워낙 책도 많기에.
"모두의 취향과 관심사와 현재의 고민거리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책 추천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간혹 물어보시면 오랫동안 좋아해 온 책들을 권해드리기도 한답니다. 게스트분의 현재 감정과 상황을 살짝 여쭈어 보고 그를 어루만져줄 수 있거나 쉬게 해줄 수 있거나 혹은 그저 책 읽기를 시작하시기에 좋은 책들도요. 워낙 다양한 책들이 모티프원이 있으니 추천해드 릴 수 있는 책의 종류도 다양해서 참 다행이다 생각합니다.
-다 읽지 못한 게 아쉬워서 책을 빌려 가고 싶으셨던 분도 계시지 않았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책을 빌려드렸던 적도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물론이죠. 가볍게는 산책을 나가시거나 동네에 카페에, 다녀오시면서 빌려 가도 되냐고 자주 물어보신답니다. 책을 챙겨 나가서 읽고 싶을 정도에 마음이 생기는 순간은 오히려 제가 응원하는 일이랍니다."
-나리님께서 가장 최근에 읽으셨던 책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가장 여러 번 읽으셨던 책도 궁금합니다. 제가 가장 최근에 읽었던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수 고양 이의 비밀]이고, 가장 여러 번 완독한 책은 르 코르뷔지에의 [사유]로 작년까지 6번 읽었네요. 판형도 작고 페이지도 많지 않아 금방 읽어버릴 수 있기에 여러 번 완독 할 수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책의 내용을 읽을 때마다 크게 공감할 수 있기에 여러 번 읽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클레어 키건의 ‘사소한 것들’, 현재 읽고 있는 책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년의 고독’입니다. 여러 번 읽은 책은 고대 철학서인 ‘우파니샤드’ 입니다. 일상에서 간혹 지치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스스로 흔들리는 느낌이 들 때는 자주 꺼내 들어 읽습니다. 외부의 상황에 의해서 흔들리지 않고 단단한 나를 만들어 나가는데 도움을 받는 책입니다. 다시 완독하지 않아도 생각의 거미줄이 그어나가지는 방향으로 생각나는 책들의 밑줄을 그어났던 부분들은 자주 다시 펼쳐보는 편입니다. 펼칠 때마다 그 문장이 나에게 새로운 감상으로 생겨나는 것도 책 읽기의 즐거운 점입니다."
-어떤 환경에서 독서하시는 걸 좋아하시나요? 예를 들면, 커피나 차와 같은 음료를 곁에 두고 마시면서 독서를 하신다거나 아니면 잔잔한 음악을 틀어 놓고 독서를 하신다거나. 저 같은 경우에는 마실 음료도 곁에 두고, 잔잔한 음악도 들으면서 독서를 하는 편입니다. 또 연필로 마음에 드는 문장에 줄을 그으면서 읽습니다.
"저는 그저 틈이 나면 읽는 편이기에 어떤 환경이 주어져야 하는 건 아닙니다. 워낙 일정한 패턴의 생황을 하지 않다보니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읽는 것도 좋아하고 느긋하게 모티프원에서 차나 커피를 두고 읽는 것도 물론 좋아합니다. 자기 전 침대에서 꼭 몇장을 읽고 자는 순간도 좋아하구요. 매일의 일정이 항상 다르기에 최대한 짬이 날 때 읽는 편이랍니다. 그래서 가방안에는 항상 책이 한권씩 들어있어요.
저 역시 연필로 문장에 줄을 긋고 나중에 다시 잘 찾아보기 위해 귀퉁이를 접기도 한답니다."
-외국에서 오시는 손님들도 많다고 들었어요. 그들도 읽을 수 있는 영어나 다른 언어로 쓰여있는 책들도 많이 있나요?
"부모님도 여행을 좋아하시고 제 형제들은 모두 해외에서 공부하고 오래 일하였답니다. 그렇다 보니 해외 서적이 꽤 있는 편입니다. 또 오셨던 외국 게스트분이 책을 선물하고 가는 일도 종종 있답니다."
-모티프원에서 보내는 가장 좋아하는 계절, 그리고 하루 중에서는 어느 시간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사실 자연이 곁에 있는 이곳에서 머무는 가장 큰 축복은 계절마다의 특징과 아름다움을 가장 뚜렷하게, 그리고 아주 섬세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봄에는 서재 앞 정원에서 땅이 부풀고 있는 모습을 매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여린 연둣빛 잎들이 단단하고 기운찬 짙은 녹색으로 변하면 여름의 초입입니다. 여름의 밤은 한동안 개구리의 울음소리로 가득합니다. 풍성한 억새가 햇빛에 반짝이고, 공른천과 임진강 하류의 황금색 너른 들판이 비어갈 때쯤 모티프원 지붕위로 기러기 V자 편대가 남하합니다. 가을입니다.
서울보다 5, 6도 더 내러가는 겨울 추위 속 산책은 정신을 차리게 하는 죽비같은 느낌을 들게합니다. 하루중에는 해가 서가로 깊게 들어오는 시간부터 노을이 짙어지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집안에 여러 그림자를 만들어 내는데 그것 또한 참 아름답습니다."
ㄴ누땡스의 풍성한 인터뷰는 잡지에서 전문 확인가능합니다. :)
#NUTHANKS #모티프원 #이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