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367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1
멕시코에서 캐나다로 왔다.
지난 6월 19일,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에서 멕시코시티로 들어와 과달라하라까지 35일간을 버스로 이동하며 스페인 식민지 이전의 아즈텍 및 토착 문명과, 이후 스페인 식민 통치 아래 융합된 다양한 문화유산의 흔적을 더듬었다.
멕시코시티Ciudad de México_산후안델리오San Juan del Río_케레타로Santiago de Querétaro_산미겔데아옌데San Miguel de Allende_과나후아토Guanajuato_레온León_아과스칼리엔테스Aguascalientes_과달라하라Guadalajara_테킬라Tequila까지, 멕시코 4번째 입국의 중서부 여정은 몇 개월을 할애해도 모자랄 만큼 풍부하고 강한 특색을 지닌 문화자원의 구시가지와 주요 구역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매력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무엇보다도 도시 간 대중교통이 발달되어 많은 버스 회사들이 각기 다른 시간대의 버스를 운행 중이라 저렴하고 편리하게 이동이 가능했다.
정해된 캐나다행 비행 편에 맞추어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지나칠 수 없는 다양한 문화를 탐색하느라 나누지 못한 여정은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에 저장되어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등장할 것이다.
#2
우리는 7월 22일 늦은 밤, 과달라하라 미겔 이달고 이 코스티야 과달라하라 국제공항(Miguel Hidalgo y Costilla International Airport)를 떠나 23일 새벽 밴쿠버 국제공항(Vancouver International Airport, YVR)에 닿았다.
우리를 초청해 주신 분은 지난 15년 전에 이 도시로 이주한 분이었다. 모든 이민자들이 그러하듯 이주지에 뿌리를 내리느라 치열하게 살아오신 분이다. 이주 직후 500권의 영어책을 독파하며 정착의 길을 모색한 덕에 이제는 생존을 위한 삶이 아니라 스스로 사위를 살필 감정적 겨를과 경제적 여유가 생겼다.
그때 내 글을 접했다고 했다. 우리가 막 미국 동부 캠핑카 여행을 마치고 뉴욕시에서 생활할 때부터였다. 그 즈음 그분이 메시지를 주셨다.
"What is your next step for visiting? You can visit Vancouver anytime. I’m inviting you to share your wisdom."
이 과분한 메시지를 가슴에 담아두고 밴쿠버의 여름이 오기를 기다렸다.
'종교, 성, 나이를 넘는 삶'을 지향하는 이분은 경제적 목적이 아닌, 삶의 문제를 고민하는 스스로의 비전과도 일치한다는 판단으로 우리를 초청해 주셨다.
그분은 새벽 5시, 집 앞에서 우리를 기다려 맞아주셨고 독립된 방을 내어주셨다.
밴쿠버의 여름은 관광객이 가장 찾고 싶어 하는 도시이다. 밴쿠버 관광청에 따르면 2019년에 1,100만 명이 넘는 여행자가 방문했고 팬데믹으로 인해 감소했던 방문객은 2023년에 950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는 크루즈 방문객만 약 1,200만 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숙박 수요의 증가로 여행자들이 등을 온전히 침대에 누일 곳을 찾기도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밴쿠버의 7, 8월에 우리에게 독립된 공간과 삶을 나누는 기쁨을 허락한 은혜와 환대의 깊이를 가늠해 본다. 우리는 새로운 인연들과 함께 청명한 하늘, 원시림 공원을 거닐며 존재의 가치, 삶의 본질을 함께 가늠하는 열락의 시간을 누릴 것이다. 더불어 나눔, 성찰, 그리고 삶의 다음 걸음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