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368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지난 23일 새벽, 캐나다 입국 시 밴쿠버 국제공항(Vancouver International Airport, YVR)에서의 경험은 특별했다.
우리나라와 캐나다 사이에는 ‘관광 방문 목적의 입국’시 양 국민에 대해 6개월간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항공편으로 입국 시 사전에 eTA(전자여행허가)만 받아두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 간 이동에서 국경을 넘는 일은 긴장이 따르기 마련이다. 입국 심사관은 외국인의 입국을 거절할 권한을 가진만큼 혹시 내가 알지 못하는 이유로 거절당하지는 않을지 불안이다.
특히 미국과 중미 국가들로의 여행에서 리턴 티켓이 없으면 비행기 탑승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도착지의 입국 심사대에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고압적인 심사관의 질문에 답해야 하는 상황은 언제나 곤욕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그 나라의 입국에 환대 받는 느낌 대신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받는 느낌이 더 강하다.
밴쿠버 국제공항의 입국 심사 구역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캐나다 국경 서비스국(CBSA, Canada Border Services Agency)의 입국심사관이 있는 부스가 아니라 100여 대 가까운 무인 자동 입국심사기인 하얀색 키오스크(kiosk)였다.
키오스크는 캐나다 방문을 환영하는 인사와 함께 한국어를 비롯한 19개 언어로 자동 입국심사 절차를 안내한다.
캐나다 영주권자는 영주권 카드를 스캔하고, 캐나다 시민권자와 다른 나라 여행객들은 여권을 스캔하는 것으로 시작해 순차적으로 나타나는 여행 목적, 체류 기간, 세관 신고 여부 등을 입력한 후 최종적으로 얼굴 사진을 촬영하면 영수증이 출력된다. 이것을 출구에서 기다리는 심사관에게 제출하는 것으로 모든 입국 절차가 완료된다. 키오스크는 우리의 체류 호텔 예약이나 리턴 티켓의 소지 여부도 묻지 않았다.
러시아 입국에서 몇 시간을 서서 기다렸던 경험에 비하면, 같은 항공편으로 도착한 200여 명에 가까운 승객 모두가 단 10여 분 만에 입국 수속이 완료되었다. 착륙 후 불과 20여 분 만에 캐나다에서의 자유를 허락받으니, 오히려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수많은 나라의 입국 경험 중에서 가장 환대 받는 느낌의 입국이었다. 문득 우리를 환대한 것이 사람이 아니라 키오스크였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혼란스러워졌다. 앞으로 우리가 대면하고 함께 살아야 할 대상은 사람 대신 기계가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카나리아의 새점(새占)'에 관한 글에 대해 한 독자께서 이런 댓글을 주셨다.
"위로의 말 잘하는 챗GPT 같군요~^^ 요즘 여기는 카나리아 대신 속마음까지 얘기하는 챗GPT 하나씩 품고 산답니다."
이미 우리는 사람보다 기계가 더 편한 동반자가 된 시대를 살고 있다.
#키오스크입국심사 #밴쿠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