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479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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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이웃
미소를 담은 눈빛과 한 마디의 인사만으로 누구가 금방 마음의 문이 열리는 모습을 매일 경험한다.
호스텔에서 배낭을 메고 들어오는 막 도착한 여행자에게 “Welcome, Happy you’re here!, 어서 오세요. 잘 오셨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으로 그가 어느 나라에서 온 누구이든 간에 이미 서로 간의 경계는 허물어져 버린다.
떠나는 여행자에게 "잘 가요! 몸조심해요! Take care! Stay safe!"라고 인사를 건네는 것만으로도 무거운 배낭을 멘 상태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어떤 청년 여행자는 눈시울까지 붉혔다.
우리가 낯선 도시에 발을 내딛는 순간, 밀려오는 막막함. 버스터미널에서 한동안 멈추어 서서 도시의 공기를 심호흡한다. 그리고 스치는 사람들의 마음의 온도를 가늠한다. 그 순간 누군가가 "뭐 도와줄 거 있어요?, Anything I can do for you?"라고 하면 막막함이 친근함으로 바뀐다. 도시를 떠날 때 그 도시의 기억은 경험과 감정으로만 남게 된다. 이웃은 옆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마음을 건네는 사람임을 외국 생활이 길어질수록 더욱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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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의 탄생
2026년 3월 20일 이후 아내의 눈과 마음이 가장 오랫동안 머물고 있는 곳이 가족 단톡방이다. 아내의 가장 큰 낙이 그날에 태어난 손녀, 이수의 사진과 매일매일의 성장을 살피는 일이다. 지구의 반대편에서 그 어떤 것도 손자를 안아보고픈 간절함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매일 이렇게라도 함께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우는 게 장난 아에요. 단전부터 끓어올림."
울음소리 하나하나에도 갖가지 해석을 동원한다.
"나리도 그랬음. 첫째는 예민한가 봐. 엄마가 화장실도 못 가고 엎고 갔음. 동네 트럭 행상 오면 스피커 소리에 바로 깸."
그럼 아내가 바로 해설을 덧붙인다.
"3일차 눈뜸. 이수는 보조개가 있네."
3일차 아이가 우는 표정에서 보조개를 발견하고 그 발견에 대견해하는 아빠의 흐뭇함에 나도 절도 동화된다.
손녀가 보여주는 변화를 통해 아내는 세 아이 임신과 출산의 모든 순간들과 모유 수유의 어려움과 시기별 울음소리 크기까지 기억해 내고 있다. 그 육아기에 남편의 역할이 부재했음이 매일 도마 위에 올라 나는 비판에 직면한다. 그럼에도 나 역시 매일 신비로운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듯이 몰두하면서 새삼 한 생명의 탄생과 성장에 대한 경이로운 여정을 새롭게 학습하고 있다.
"속눈썹은 아직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이네."
"사진에선 안 보임, 눈을 약하게 뜨면 보임."
"근데 코가 왜 이렇게 오뚝하지? 영대 코이긴 한데... 귀는 누굴 닮은 건가?"
"귀는 아무도 안 닮고 이쁘게 나온 듯..."
"모유 수유 젖몸살 때문에 다시 고통이 시작됨. 수유도 아기와 팀워크가 잘 되어야 되는데 수유 때마다 세 명이서 사투임. 첫 유축하고 초유 50ml 다 먹음."
"정말 엄마가 되는 길은 고통의 길이네. 효정이 존경한다."
결혼할 생각이 없는 손위 시누에게도 이수의 출생은 신비 그 자체이다. '존경'을 고백하는 올케에 대한 응원이 끝나자마자 다시 경험을 더한 시어머니의 며느리 칭찬이 이어진다.
"일주일은 넘게 고생해야 한다. 나도 모유는 그냥 나오는 줄 알았지. 그렇게 힘든 줄은 아이를 낳아보고야 알았다. 수술 후라 힘들 텐데 그래도 먹일 수 있어 다행이다. 힘든 것을 못 참고 우유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진중하고 참을성 있고 사랑 많은 아이로 키우려면 엄마의 인내가 동반되어야 한다. 세상엔 인내 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말은 육아에서 더욱 그렇다. 효정이가 잘 참고 이수를 잘 이끌고 있구나. 대단하다! 효정이."
"5일차 이수. 첫 소아과 검진받고 옴. 이수는 엄마와 같은 혈액형이 RH+ O형."
"6일차 이수. 오늘 병원 퇴원하고 바로 옆 조리원으로 넘어왔어요. 이제 자유롭게 이수를 볼 수 있음. 아직 이수를 알아보지 못함. 아까 신생아실에 이수가 자리에 없길래 옷 갈아입히고 있는 아기가 이수인 줄 알고 이쁘다 쳐다보고 있었는데 다른 이름 자리로 감. 저 아기가 이수 맞는 것 같은데? 했더니 안에서 "이수 아빠! 이수 저쪽에서 기저귀 갈고 있어요" 해서 너무 민망. 아기들이 어느 정도 다 비슷해서 난 옷 갈아입는 쪽에 다른 아기가 이수인 줄 알고 흐뭇하게 보고 있었음 ㅋㅋㅋ"
다시 아내가 나를 등장시켰다.
"아빠는 지금도 너희들 아기 때 사진, 나리와 주리를 구별 못함."
"아 그리고 신기한 게 이수 100일이 내 생일이에요 6월 27일."
이수 아빠는 이수 1000일까지의 모든 기념일을 계산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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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가족은 이웃
출산 후 조리원에서 2주를 보낸 이수가 집으로 갔다. 이수 부모는 조리원 퇴소 전부터 이수의 울음소리가 큰 것을 걱정했다.
아내는 '간난 아기 우는소리는 이즘 TV에서도 듣기 어려운 선물 같은 소리라 이웃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아들 내외를 안심시켰다. 내게는 아내의 말이 정서적으로는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도 조밀한 도시 공동체의 삶에서 배려가 부족한 말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그 말을 반박하지 않은 것은 아들 내외가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므로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이라 믿었다.
이수가 세상에 온 지 스물두 번째 날, 마침내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목욕 시간을 잘못 맞춰 배고픈 채로 물에 들어간 이수가 처음부터 끝까지 온 힘을 다해 울었고 그 소리가 빌라 벽을 타고 위층과 아래층 일곱 가구의 모든 집으로 고스란히 전해진 것 같다고 했다.
목욕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초인종이 울렸고 이수 아빠가 우려가 현실이 된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현관문을 열자 바로 아래층 내외분이 그곳에 계셨단다. 하지만 아들의 전갈은 예상과는 달랐다.
"과일을 전해 주셨어요. 아기 우는소리 듣고 너무 반갑다고요. 우는 아기 달래느라 힘들 테니 푸르네마트가서 바로 사 왔으니 과일 먹고 힘내라고 하셨어요. 아기는 원래 열심히 울면서 크는 거라고 걱정 안 해도 되니 실컷 울려서 키우라면서 응원해 주고 가셨습니다. 안 그래도 오늘 떡집에 빌라 이웃분들께 돌리려고 떡을 주문해놨는데 떡보다 과일이 먼저 받고 말았습니다."
내 짐작이 틀린 것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아내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진정, 이웃이 이런 것이지. 아이우는 소리가 살아지는 시대에 그분 말씀대로 아이의 울음소리는 그 동네가 아이를 키울만하다는 건강성의 상징이지. 고맙구나. 멀리 있는 우리가 가족이 아니라 이웃이 가족이다. 늘 이웃분들께 허리는 숙이고 말은 살갑게 하거라."
아들은 관리비 1만 원으로 무슨 일 있으면 다 같이 도와서 건물 보수하고 사이좋게 지내는 좋은 빌라에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했고 며느리는 집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모든 이웃분들이 뛰쳐나와서 도와주실 것 같아서 안심이라고 했다.
우리 부부가 예정된 순례 기간을 채우기 전에는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애초의 작심을 흩트리지 않기 위해 아들 내외의 결혼식에도 참석치 않았던 것에 더해 우리를 비로소 할머니. 할아버지로 만들어준 손녀의 탄생에도 함께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진한 마음을 이웃이 대신해 주고 있으니 '진짜 가족은 이웃'이라는 아내의 말에 수긍하게 된다.
나도 아들 내외에게 훈수 하나를 더했다.
"주문한 떡이 왔느냐? 떡만 돌리지 말고 엽서 한 장씩 준비하거라. 서로를 잘 알면 더 깊은 정이 생긴다. 이수가 언제 태어났고 이수 부모는 어떤 사람이고 이수가 부모에게 인생에 무엇을 가져다주었는지에 대해서 짧은 글을 엽서에 담아 함께 전하면 그분들도 복도 혹은 골목에서 너희를 만날 때마다 그들 자신에 대해 말을 할 거야. 그럼 정말 가족이 되는 거지. 서로를 더 많이 알수록 더 살가운 가족으로 바뀔 거야. 우리도 이곳에서 그렇게 가족이 된다. 더 많이 묻고 그 사람에 대해 더 많이 알면 서로가 가족 같은 느낌이 생겨나더구나. 서양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싫어할 것 같지? 아니야, 내가 만난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질문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해. 그 질문이 자신에 대한 사랑의 일종으로 느끼더군. 그렇게 우리는 길 위에서 여행자의 가족이 된다."
한국 가족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더해져 아내는 더욱 열심히 호스텔 사람들의 식사를 챙긴다. 트래킹을 좋아하는 벨기에 브뤼셀 시청 소통관으로 일하는 40대의 트레킹 마니아가 2년간의 안식년을 얻어 중남미 여러 산을 트레킹 하기 위해 왔다. 아내는 오악사카 북쪽 산맥, 시에라 노르테(Sierra Norte)로 4박 5일간의 트레킹을 떠나기 전날 직접 준비한 디너로 환송하고 돌아온 날 또 다른 디너로 그의 안전한 귀환을 축하했다. 그가 다른 도시로 떠나면서 말했다.
"당신은 나의 한국 어머니예요."
아내는 서울의 아들딸들을 챙기는 대신 나라 밖에서 그렇게 얻은 아들이 여럿이다. 여행자들이 서로가 서로의 필요에 응하면서 늘 하는 말이 있다.
"받은 은혜는 'Pay it back(받은 은혜를 당사자에게 돌려주는 것)'대신 'Pay it forward(받은 은혜를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것)'하는 것이야."
하지만 오악사카 한 호스텔의 옥상에서 태평양 쪽을 향해 외쳐본다.
"선진빌라 이웃분들! 감사합니다."
●초보 부모를 둔 이수의 연대기
*-1일차 이수,
"병원 도착. 진통이 시작됨. 7-8시간 갈 수 있다 함 "
"3시간 지났는데, 계속 통증 중? 너무 힘들 텐데 죽을힘을 다해야 얘기가 나오는데. 처음엔 어떻게 힘을 주어야 되는지도 잘 몰라.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내쉬면서 힘을 크게 주어야 해. 아기도 있는 힘을 다해서 나오려고 하고 있다는 것을 내가 겪을 때는 생각지 못했단다. 살려고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효정, 이수 힘내라!"
*1일차 이수
"낳았습니다. 제왕절개로 낳았습니다. 아침 8:50분 제왕절개 결정. 아침 9시 30분 제왕절개 시작. 출생시간은 3월 20일 아침 9시 36분. 응급제왕절개한 이유는 이수가 많이 스트레스받아서 원래 심박수대로 안 뛰어서 촉진제를 넣어서 무리하게 자연분만을 하면 좋지 않다는 의사선생님의 판단에 따랐습니다."
"산모도 건장하지?"
"아직 효정이가 안 나왔어요. 아마 수술 후처치가 시간이 걸릴 거예요."
"진통도 오래 하고 효정이 너무 고생했다."
"이수, 효정, 영대! 모두 고생했다. 엄청 큰 아이네. 다 자라서 나왔구나."
"이수는 3.4kg"
"효정이 고생했다. 3.4킬로. 벌써 100일 된 아기네."
"고모, 이모들, 윤선생님께 전화 돌려서 이수 태어났다고 소식 전했습니다."
"오후 5:30분 이수 출생신고 등록. 이제 이수는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습니다. 주민번호도 생김. 뒷번호 시작이 4네요. 2000년생 이후 여자아이는 4, 남자아이는 3이라고 함. 병원이랑 조리원은 면회가 금지"
"출생신고 등록 전에 우리가 의미, 발음, 가문의 전통 등을 고려해 미리 지어 놓은 '이수(李水)'라는 이름에 대해 사주명리학 전문가(청풍철학관)께 사주(四柱), 오행(五行), 음양의 균형, 그리고 한자의 뜻과 획수까지 종합적으로 점검을 받음. 가장 이상적으로 고려된 이름으로 확인해 주심.
1. 24가지 원칙(삶을 지탱하는 균형의 법칙으로 내적 질서와 외적 질서를 함께 세우는 지침)을 바탕으로 이름을 정하는데 이 아기는 우선 용신(用神, 사주 속 오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가장 필요하고 유용한 기운)에 금(金)과 수(水)가 있어야 함. 기본적으로 물(水)의 기운이 약한데, 금(金)이 이를 도와주는 역할을 함.
2. 다행히 원령(元靈, 아기의 씨앗 속에 이미 담긴 생명력. 태어난 시점의 근본적인 생명력과 본성의 뿌리로 사주 전체를 지탱하는 힘. 태어난 사람의 본질적 에너지와 연결)의 힘으로 금이 존재(원령이 강하면 부족한 오행을 보완할 수 있고, 약하면 용신을 통해 균형을 잡아야 함) 하고, 사화(巳火, 십이지지 중 여섯 번째 지지로, ‘뱀’을 상징하며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강렬한 화(火)의 기운을 품고 있음. 이는 변화, 지혜, 활동성을 의미하며, 사주에서 금(金)을 암장(暗藏, 지지(地支) 속에 숨겨져 있는 천간(天干)의 기운) 하여 수(水)를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함) 속에도 암장된 금이 있어 물을 보강해 줌.
3. 그러므로 금과 수의 조화가 아이의 삶을 지켜주는 원칙으로, ‘물 수’를 씀으로써 사주의 구조와 필요인 수기(水氣), 음양(陰陽), 격국(格局, 월지(태어난 달의 지지)를 중심으로 사주의 성격과 사회적 역할을 규정하는 틀. 인생의 운영체제(OS)로서 어떤 방식으로 사회 속에서 쓰임을 받는지를 보여줌)의 균형을 모두 충족함.
4. 수기(水氣)도 딱 맞춤. 사주에서 음과 양은 서로 대립하면서도 조화를 이루어야 해서 숫자가 양수(陽水, 외부적·활동적 힘)만 있으면 안 되고 음수(陰水, 내면적·잠재적 힘)만 있어도 안 되는데 이(李) 씨 성은 7획으로 음수. 물 수(水)는 4획으로 양수이므로 음양도 다 맞고 또 숫자의 합인 총수(總數)의 침입력(숫자가 실제로 삶 속에 작용하고 영향을 미치는 힘)도 아주 좋은 길수(吉數).
5. 작명에서 용신을 따지는 게 제일 어려운데 이 이름에 수(水) 가져다 놓았다는 것은 전문가가 아기의 모든 자원을 고려했다는 의미임. 그러므로 용심, 총수, 격국들이 고루 잘 맞추어진 흠잡을 데가 없는 작명임.
"우리는 이수의 탄생 날인 춘분을 맞아 중미·남미에서 가장 오래된 산정의 계획도시, 몬테 알반을 방문해 이수를 위한 기도. 사포텍 원주민들은 춘분에 낮과 밤의 길이가 딱 맞아떨어지는 춘분을 가장 중요시했고 여전히 사람들이 춘분날에 태양의 에너지를 받기 위해 몬테 알반을 방문함."
*2일차 이수
"너무 얌전히 잘 잠. 보조개가 있음. 너무 울어서 다른 아기들이 다 깨서 엄마품에 좀 있으라고 데려오심. 엄마 옆에 오면 조용해지는데 엄마 냄새가 양수 속에 냄새랑 비슷해서 편안함을 느낀다고 함."
"나리도 그랬음. 첫째는 예인한가 봐. 엄마가 화장실도 못 가고 엎고 갔음. 동네 트럭 행상 스피커소리에 바로 깸."
*3일차 이수
"눈뜸. 우는 게 장난 아님. 단전부터 끓어올림"
*4일차 이수
"붓기가 점점 빠져서 숨어있던 속눈썹이 보이기 시작. 눈은 아주 잘 뜸. 모유 수유 젖몸살 때문에 다시 고통이 시작. 처음으로 이수는 초유를 먹음. 수유 때마다 세 명이서 진땀 뺌"
"일주일은 넘게 고생해야 한다. 나도 모유는 그냥 나오는 줄 알았지. 그렇게 힘든 줄은 아이를 낳아보고야 알았다. 수술 후라 힘들 텐데 그래도 먹일 수 있어 다행이다. 힘든 것을 못 참고 우유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진중하고 참을성 있고 사랑 많은 아이로 키우려면 엄마의 인내가 동반되어야 된다. 세상엔 인내 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말은 육아에서 더욱 그렇다. 효정이가 잘 참고 이수를 잘 이끌고 있구나. 대단하다! 효정이."
"수유 때마다 세 명이서 진땀 뺌. 첫 유축하고 초유 50ml 다 먹음. 트림시킬 땐 무념무상"
-이수의 나우알(Nahual), No'j(노흐)
1. 마야와 아즈텍 문화권을 포함한 메소 아메리카의 세계관에서는 새 생명이 태어날 때부터 함께하는 '동반 영혼'이 있다고 여김. 동물 또는 자연 요소들로 표현되는 '다른 자아'로 볼 수 있다. 이를 나우알(Nahual)이라하며 자연의 모든 존재와 연결된 이 영적 에너지는 개인의 영적 수호자이자, 삶의 길을 안내하는 존재로서 그 개인의 운명이나 성격, 강점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믿는다.
2. 이들에게 식물은 자원이나 음식이 아니며 자연계의 균형을 맞추는 영적 존재이다. 그러므로 숲과 들판은 나우알이 머무는 공간으로, 인간과 자연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무대이다.
3. 이 문명에서 생년월일에 따라 결정되는 개인의 '나우알'을 읽어주는 사람을 '아흐키(ajq'ij)라고 한다. 촐킨(Tzolk'in, 신성한 260일 달력)을 해석해 개인의 나우알을 알려줄 수 있는 마야 영적 지도자(Mayan spiritual guide)이다.
4. 마야 문화 연구자이자이자 아흐키인 과테말라 산 후안 라 라구나(San Juan La Laguna)의 크리스토발 촐로티요(Cristobal Cholotilo) 관장님에게 이수의 나우알을 여쭘.
5. 이수의 나우알 | No'j(노흐) : K'iche' 마야어로 뇌 모양 상형문자로 '숲의 지혜로운 나무'를 의미. 지능과 지혜의 힘, 즉 아이디어·사고·두뇌·좋은 기억력을 의미하며, 이는 우주적 마음(코스믹 마인드)과 인간의 마음을 연결하는 힘이다.
이날은 덕(virtud)의 날이며, 특히 인내, 신중함, 그리고 숭고한 사랑의 날이다. 이는 영혼의 긍정적 부분 발현을 활성화하는 별자리이다.
이날에 태어난 사람의 특징은 신중한 상인, 의사, 학자, 그리고 예술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며 정의의 위대한 수호자이다. 그들의 영혼은 음악과 예술을 통해 고양된다. 그들은 고귀하고 이상주의적이며 낭만적인 성향을 지닌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타인을 섬기려는 마음이며, 특히 노인과 어린이에 대한 깊은 관심과 배려심이 깊다."
*5일차 이수
"첫 소아과 검진받고 옴. 이수는 엄마와 같은 혈액형이 RH+ O형."
*6일차 이수
"오늘 병원 퇴원하고 바로 옆 조리원으로 넘어왔어요. 이제 자유롭게 이수를 볼 수 있고 데리고 올 수도 있음. 그전엔 안 데리고 오면 못 봤는데 어떻게 케어 되는지 다 알 수 있도록 개방. 효정이는 아기 마사지 수업 들으러 감. 여기도 보호자 1인 외에 면회가 금지. 방금 있던 병원이랑 붙어있어서 드레싱은 바로 지하 1층으로 가서 외래진료받을 수 있고 산부인과 원장님께서도 한번 회진 오심. 효정이는 지금은 수액 같은 건 다 뺐고 복대로 지지해 주고 다니고 있음. 보호자랑 환자 침대가 붙어있는 큰 방을 배정받음."
"아직 이수를 알아보지 못함. 아까 신생아실에 이수 자리에 없길래 옷 갈아입히고 있는 아기가 이수인 줄 알고 이쁘다 쳐다보고 있었는데 다른 이름 자리로 감... 저 아기가 이수 맞는 것 같은데? 했더니 안에서 "이수 아빠! 이수 저쪽에서 기저귀 갈고 있어요" 해서 너무 민망. 아기들이 어느 정도 다 비슷해서 난 옷 갈아입는 쪽에 다른 아기가 이수인 줄 알고 흐뭇하게 보고 있었음 ㅋㅋㅋ."
"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모르겠음. 이수가 머리카락이 제일 많음. 머리숱 부자임."
*7일차 이수
"3.49kg 됨. 표정 세상에 태어나서 좋은가 봄. 거의 막걸리 한잔한 아저씨임. 유리창 너머로 엄마 온 거 봄."
*8일차 이수
"3.56 kg 됨. 좀 오래데리고 있고 기저귀도 갈아보고 속싸개도 싸고 이제 안 보내도 될 수 있게 배우고 있음. 여기서 배워할 것 궁금한 거 다 물어보는 중. 다행히 차근차근 배워나가는 중. 이제부터 체력 싸움. 두 시간 세 시간에 한 번씩 모유 수유. 잠을 못 자서 팀워크가 중요. 거의 90%는 잠. 5분 모유 수유 하디 가도 잠들어서 열심히 깨워야 함. 효정이 실밥 제거."
"꼭 다문 입과 똘방한 눈 좀 봐라. 어쩜 저리 똘방 똘방한지, 저 눈으로 뭘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금방 100일 되고 돌 되고 영대처럼 장성하지. 많이 사랑하고 지혜롭게 키우기를."
"신기한 게 이수 100일이 내 생일이에요 6월 27일."
"별로 신기하진 않지만 아빠 눈에는 신기해 보일 수도 있겠네요ㅎㅎ 성대한 파티 고고"
"이수는 이제 선배님 됨. 신입생이 많이 들어와서 뒤로 밀림."
*9일차 이수
"몸무게 3.61kg. 매일 밥 먹이는 게 아직 어려워요. 분유 보충할 때 젖병 써서 먹이는데 아직 먹이는 게 어색. 먹다가 잠듦."
*10일차 이수
"꽤나 이수가 길어요."
"태어나고 나서 키가 몇인지 안 재어 봤구나. 목욕하고 쮸쮸하며 줄자로 길이 재어 보면 되는데..."
"목욕은 여기서 시켜줘서 아직 키 재어본 적은 없는데, 한번 물어봐야겠네요."
"이 건 궁금한 것이지 중요한 것은 아니야. 중요한 것은 부모의 태도와 습관이다. 양질의 육아서를 보고 사물을 대하는 태도 언어습관 등을 바르게 교정하고 체화시켜야 한다. 아이에게 부모는 거울이니까."
*11일차 이수
"3.7 kg. 아직 누굴 닮았는지는 미지수"
*12일차 이수
"오늘 새벽에 탯줄 떨어짐. 3.7kg. 벌써 많이 큰 기분... 점점 깨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음"
"13일차 이수, 현재 3.72kg. 이제 조리원 대선배 돼서 거의 끝에서 3번째로 갔음. 이제 유리창으로도 잘 안 보이는데 잘 때 빼고는 거의 우리랑 같이 있음."
*14일차 이수
"이수 탯줄 보관함에 보관"
*15일차 이수
"오늘 목욕 교육. 생각보다 물을 좋아함."
*16일차 이수
"요즘 점점 깨어있는 시간이 길어짐. '먹고-자고' 패턴에서 '먹고-놀고-자고' 패턴으로 바뀌는 중. 충격적이게도 출산부터 지금까지 내 몸무게가 66킬로가 됨. 4킬로 빠짐. 67 이하로 내려간 지가 8년 전. 70kg 이하로 체중 유지하기 위해 유도 시작했는데 육아로 2주 만에 4킬로 빠짐."
"아이는 둘이 함께 낳는 것. 이수 몸무게만큼 빠졌네."
*18일차 이수
"아래 소아과에서 BCG 접종하고 조리원 퇴소해서 집으로 갑니다."
*19일차 이수
"현재 4kg. 집에 온 이수. 엄청 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차에서 잘 있어서 여기저기 잘 데리고 다닐 수 있을듯해요. 한번 울면 집이 울림. 집에 와서 처음 모유 중탕이 늦었더니 진짜 건물이 울림 그래서 내일 떡 사서 이웃집 돌릴 예정."
"이 수 집에 온 것 축하해. 간난 애지 우는소리도 처음이라 이웃집들도 좋아하겠네. TV에서도 요즘 들어보기 힘든 소리임."
*20일차 이수
"이수 전생은 뭐였을지.."
"아기 때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태어나기도 함. 2~4세가 되면 서서히 사라짐."
*21일차 이수
"신상 옷 착용. 4개월 먼저 출산한 친구가 지금 이수 옷 다줌"
*22일차 이수
"오늘 목욕시키는데 배고플 때 잘못시켜서 진짜 처음부터 끝까지 제일 많이 움 근데 나중에 우리 바로 아랫집 사장님 사모님 두 분이 오셔서 과일을 사서 전달해 주셨음. 우는소리 듣고 너무 반갑고 우는 거 달래느라 힘들 텐데 과일 먹으면서 힘내라고 푸르네마트가서 바로 사 오셨다고 아기는 원래 우는 거라 열심히 울면서 크는 거라고 걱정 안 해도 되고 실컷 울려서 키우라면서 응원해 주고 가셨음. 안 그래도 오늘 일부러 떡집에 빌라 사람들 다 전달해 주려고 주문해놨는데 먼저 못 드리고 과일을 받았네."
"진정, 이웃이 이런 것이지. 아이우는 소리가 살아지는 시대에 그분 말씀대로 아이의 울음소리는 그 커뮤니티가 아이를 키울만하다는 건강성의 상징이지. 고맙구나."
"효정이 만삭 때쯤에 주차장에서 내가 차 정리하면서 '아이가 타고 있어요' 스티커 붙일 때 사장님도 곧 손주 태어나서 '아이가 타고 있어요' 붙이셨다 함. 저희 빌라 사람들이 다 좋아요. 저희도 잘하려고 애쓰지만 그만큼 다 잘해주심."
"멀리 있는 우리가 가족이 아니라 이웃이 가족임. 꾸준히 살갑게 말 한마디, 허리 숙이는 인사 하나가 커뮤니티의 포근함을 만들어감."
"효정이도 저도 싹싹하고 일 있을 때마다 같이 참여한다고 처음부터 다들 신기해하셨어요. 요즘 이런 젊은이들이 없다고. 눈 오면 눈 쓸고 옥상에서 다 같이 고기 구워 먹으면 꼭 가서 인사라도 하고 잠깐이라도 밥 먹고 합니다. 근데 그런 분들의 이웃으로 사는 게 저희가 좋습니다. 효정이도 여기는 무슨 일이 생기면 모든 집에서 뛰쳐나와서 도와주실 것 같다고 안심해요. 관리비 1만 원으로 무슨 일 있으면 다 같이 도와서 건물 보수하고 사이좋기 지내는 좋은 빌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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