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홍 『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상처 많은 어른에게 건네는 가장 다정한 위로

by motifnote

일홍의 『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는 행복을 ‘언젠가’로 미루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도착한 한 통의 다정한 편지 같은 책이다. 나는 늘 내 어깨에 걸린 짐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고 믿어왔고, 누군가에게 기대는 방법도, 약한 모습을 꺼내는 법도 잘 몰랐다.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를 조이고 다그치며 자라면서, 끊임없이 내 마음을 후려치던 사람이 결국 나 자신이었다. 그렇게 살아오다 보니 행복은 어느 순간부터 ‘나중에’로 밀려났고, 지금 내가 행복한 지조차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채 계속 앞으로만 뛰어가던 때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1부 ‘행복은 불행을 이길 수밖에 없으니’를 읽을 때 가슴이 묵직하게 흔들렸다. 문장 하나하나는 거창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데 이상하리만큼 지금의 나에게 정확히 꽂혔다. 불행이 자꾸 나를 흔들고, 어른이 되어서도 마음은 쉽게 부서지고, 남들 앞에서는 괜찮은 척하면서 밤이 되면 나만의 파도에 휩쓸려 허우적대던 시절들— 그 모든 시간을 누군가 조용히 알아주는 느낌이었다. 이 책은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너는 이미 너무 오래 버텼고, 그 버틴 날들 위에 이제 행복이 놓일 차례라고.”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내 마음에 남긴 파동들을, 조금 서툴고 조금 진실하게 이 글에 기록해 두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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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 알면서 못 하곤 한다.
하다 보면 하게 되고, 일어서다 보면 걷게 되고,
잘하기 전까지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 안다.
사는 동안, 살아 있으면, 살아가다 보면
또 살아지게 된다는 것을.
아는 대로 배운 대로 해 오던 대로
이겨 내면 된다는 것을.
결국 잘 이겨 내리란 것을 안다.
p.13


내가 나에게 넌 왜 이것밖에 못 하냐
꾸짖던 날들로부터 잘 맞서 왔다고.
영영 미숙할 나의 처음들.
종종 안타깝고 자주 대견했던 처음을
계속해서 힘껏 지나오려 한다.
p.15


타인의 시선도, 바깥의 소음도,
당장의 고난도 다 소용없다.
지금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그게 행복이다.
그게 오늘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p.23


나는 어린 시절부터 늘 나를 채찍질하며 살았다. 남들이 모르는 내 가정환경이 드러나는 게 너무 두려웠고, 그 사실이 밝혀졌을 때 겪은 안 좋은 기억들이 지금의 나를 거의 틀어쥐고 만든 셈이었다. 그래서 나는 타인에게는 늘 넉넉했고, 스스로에게는 끝없이 엄격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겉으로 보이는 나는 “밝고, 성격 좋고, 착하고, 뭐든 잘하는 사람”이었지만 그 이미지를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썼던 건 정작 아무도 몰랐다. 큰 파도가 한 번 밀려올 때마다 나는 중심을 잃고 허우적댔고 그 모습이 너무 싫어서 더 나를 몰아붙였다.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도 못 해서 속으로만 곪아가던 시절이 있었다. “영영 미숙할 나의 처음들.” 책의 이 문장을 보는데, 문득 ‘그동안의 나는 얼마나 잔인했을까’ 싶었다. 모든 처음은 원래 미숙한데 나는 그걸 못 견디고 ‘왜 이것밖에 못 하냐’고 나를 몰아세우던 사람이었다. 돌이켜보면 그 처음들을 버티고 지나온 나 자체가 좀 안타깝고… 근데 또 생각해 보면 꽤 대견하기도 하다. 그걸 나만 몰랐던 거겠지.


3년 전 할머니의 죽음은 내 삶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았다. 이걸 어떻게 버텨야 할지 몰라 그동안 쌓아 올린 모든 기지가 와르르 무너지고 처음으로 ‘나는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했을까’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만들었다. 그때 깨달았다. 삶은 생각보다 덧없고 행복이라는 건 거창한 게 아니라 진짜 딱 지금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이라는 걸. “타인의 시선도, 바깥의 소음도, 당장의 고난도 다 소용없다. 지금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그게 행복이다.” 이 구절을 읽고 나는 한참을 멈춰 있었다. 행복은 누가 승인해 줘야 생기는 게 아니고, 조건을 하나씩 채워야 완성되는 것도 아니고, SNS 피드에 올라가는 장면으로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지금 이 순간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면 그게 그냥 진짜 행복이더라. 나는 이제야 조금씩, 정말 조금씩 나에게 관대해지는 연습을 하고 있다. 아직도 서툴고, 가끔은 또 나를 몰아세우지만 이제는 알아차리고 멈추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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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었던 바다로 떠나
쌓였던 근심을 흘려보내고,
혼자 남은 새벽에 짓눌리기도 하며,
울고 싶은 만큼 울고, 참아질 때까지 참아 보면서.
그렇게 살아가고 살아 내다가
기꺼이 사랑하고 또 사랑하며,
흘러가듯 살아가는 것이다.
p.29


온 마음을 다해 살아온 당신아,
또 좋아질 거라 믿어야 한다.
좋아지고 좋아지면서
결국 다 좋아질 거라 믿어야 한다.
그렇게 기뻐질 내일을 믿어야 한다.
당신을 울게 만든 일, 사람, 설움.
반드시 지나갈 것이다.
p.32


당신 어깨 빌려준 만큼
다른 사람에게 손 내밀며 살아가도 되는데.
그래야 살아갈 수 있는데.
당신 등에 업은 무거운 짐,
가끔 내려 두고 편히 기대길 바란다.
혼자 버티며 서 있기엔
우리는 너무 약하고 다정한 존재들이다.
p.42


나는 항상 어느 날 훌쩍 어딘가로 도망치듯 떠난 적이 많았고, 새벽에 혼자 남아 짓눌리기도 했고, 참아지지 않아 울어버렸던 날들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살아내는 건 늘 깔끔하지 않았다. 때로는 버티듯이, 때로는 버거워서 휘청이며. 근데도 이상하게… 결국 살아지더라.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살아가고 살아 내다가 기꺼이 사랑하고 또 사랑하며, 흘러가듯 살아가는 것.” 그게 진짜 우리가 계속해온 일인지도 모르겠다. “온 마음을 다해 살아온 당신아, 또 좋아질 거라 믿어야 한다.” 이 문장은 위로라기보다 마치 오래 알고 지낸 누가 내 등을 쓸어주는 느낌이었다. 좋아지고 좋아지다가 결국 더 좋아질 거라는 말— 그게 이렇게 현실적으로 다가온 적은 처음이었다. 지금의 눈물, 지금의 상처, 지금의 설움도 “반드시 지나갈 것이다.” 이 단정적인 어조가 이상하게 나를 숨 쉬게 했다. 넘어져 본 사람만 아는 그 말의 힘이 있었다.

책의 문장들을 읽고, 내 지난 시간을 떠올리고, 바다와 새벽과 울음과 사랑의 파동을 생각해 보면 결국 삶은 이런 것 같다. 밀려오는 걸 밀려오게 두고, 떠나는 건 떠나게 두고, 흘러가는 건 흘러가게 두는 일. 그리고 그 과정에서 또 한 번 사랑하고 또 한 번 다치고 또 한 번 다시 일어나며 오늘이라는 하루를 살아내는 것. 이제야 조금 알겠다. 행복은 ‘잘 버티는 사람’에게 찾아온다는 걸. 나는 여전히 흔들리고, 여전히 미숙하고, 여전히 어설픈 인간이지만 이제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너는 이미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거야. 그리고 조금 무너져도, 울어도, 잠시 멈춰도 괜찮아. 그게 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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