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 가짜를 믿고 있다
이슈가 된 뉴스를 먼저 소개합니다.
링크: https://x.com/dexerto/status/1943852826796417228?s=46&t=QKMlWc4HrLF6vCDQQPKV1g
뉴스 내용을 요약하면 말레이시아의 한 노부부가 AI로 만든 가짜 영상을 믿고 차를 3시간(약 300km/서울에서 울산까지의 거리)을 운전해서 갔다가 사실이 아니어서 충격을 받고 호텔직원을 고소하겠다는 논란이 일었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짜 뉴스가 한참 논란이 되었을 때 미디어 리터러시에 관련된 대중들의 관심이 아주 잠깐이지만 주목을 받은 적이 있어요. 뉴스를 필두로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정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능력, 즉 정보 문해력이 중요해진다는 것을 강조했었는데요. 이제는 여기에 AI라는 아주 그럴싸한 녀석이 새로운 골칫거리가 되고 있고 이 파급력은 이제 우리 손을 떠난 듯 보이기까지 합니다.
유발 하라리가 <넥서스>에서 이야기했던 정보 네트워크 역사의 흐름을 읽어나가다 보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럴듯한 가짜 정보를 만들어내는 물리적 과정이 점점 진화하고 AI를 통해 정교함과 속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버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누구나 마음만 먹는다면 어떤 근거 없는 이야기라도 그럴듯하게 사람들의 주의를 끌고 더 나아가 그것이 한 노부부의 휴가를 망치는 것에서 끝나지만은 않으리란 사실을 깨달아 가고 있는 과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AI 시대 디지털에 취약한 노인들이 당한 단순한 피해라고 이 뉴스를 생각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삶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축적된 능력이 AI 미디어 세상에선 그다지 실제적인 검증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최종소비자가 될 수밖에 없는 개개인이 정보라는 것 자체를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해 나가면서 활용까지 해나갈 수 있는지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죠. 어렵습니다. 복잡한 레이어를 가진 정보를 자신의 전문분야 일지라도 다 알기는 어려운데 사회 곳곳에서 쏟아지는 정보를 온전히 비판적으로 살피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고 이미 그 임계치를 아득히 벗어난 영역도 많아진 것 같습니다.
<넥서스>에서 서술된 내용대로 2016년 미얀마 로힝야 사태에서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이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이유는 사실 너무 간명합니다. 바로 트래픽을 통한 수익이 너무 달달하기 때문에 지구 반대편 사람들이 참혹하게 서로를 죽이는 상황을 방관한 것이죠. 이 사건을 제외하더라도 우리가 항상 정보를 접할 때 경계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 생산 주체(알고리즘)의 선의에 기대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판단기준은 명확합니다.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면 선이라고 명명할 것이고 부합하지 않는다면 악이라고 명명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싹 틔우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할 거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스치듯 소비하는 온갖 정보들이 나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게 마련입니다.
이제 더 이상 공신력(어떤 개인, 기관, 정보, 시스템 등이 사회적으로 ‘믿을 만하다’고 인정받는 힘 또는 정도를 의미)이라는 개념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정보에 대한 주권의식을 높여나가는 것이 개개인의 생존능력을 올려주는 것은 물론 사회 전체적인 시각에서도 불필요한 신뢰자본을 비교적 덜 낭비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