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라 불안할까요, 불안해서 시험을 마주하지 못하는 걸까요
하나님, 오늘은 몽골의대에서 처음 시험을 치른다고 예고된 날이에요. EKG(electrokardiogram) 심전도에 대해 구술로 시험을 본대요.
시험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마음이 두근두근 떨렸어요. 그것도 구술시험이라니. 많은 몽골아이들과 동기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아무것도 대답하지 못하고 더듬거리며 얼굴이 빨개지는 제가 떠올랐어요. 그리고, 이어 떠오른 마음은, “그래, 그렇게 못해도 돼.” 였어요.
이제 개강한 지 고작 일주일이 지났고, EKG에 대해선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PreMED수업을 들을 때 한두 시간 강의로 접한 것이 전부였는 걸요. 세 살이 아장아장 걷고, 다섯 살이 자기 손으로 서툴지만 운동화끈을 겨우 매는 것처럼(그것도 다 풀리도록), 새내기 의대생은 딱 새내기 의대생만큼만 할 수 있는 거라는 걸 받아들일 수 있다면 두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이 시험은 첫 시험이지 의사가 되는 마지막 관문이 아니잖아요.
“못해도 돼”, 아니 “못하는 것이 어찌 보면 자연스러워” 하는 마음을 먹고 나자, 못하지만 어떤 도움을 주변에서 얻을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계획이 떠오르더라고요. 선배들에게 자료를 여쭤보고, 유튜브와 블로그에서 관련된 지식을 찾고, 하나씩 하나씩 이해해 보자고 마음을 다잡기 시작했어요. <영어로 구술> 은 가장 어려운 관문이지만, 한국어로 설명할 수 있으면 천천히 어휘만 잘 맞춰서 영어로 설명할 수도 있을 거고, 유창하진 않아도 천천히 더듬더듬 설명하는 내 모습에 스스로 조급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느꼈어요.
그러면서, 조금씩 몰입하고 있는 저 스스로에 감사와 기쁨을 느꼈어요. 한국에선 와닿지도 않고 이해도 잘 되지 않던 내용들이 하나씩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고요. 더욱 감사하게도 선배들, 동기들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자료들을 하나씩 찾아서 나눠주기도 하고, 모르는 걸 물어오는 동기도 있고. 잘 몰라도 하나씩 알려주다 보니 저도 정리가 되어가고 있었어요.
하나님,
하나님께서는 늘 할 수 있는 일을 과제로 주시지요.
과제를 받는 시점에 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하게 되는 과정까지도 과제로 주신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EKG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상태에서 시험이라는 말만 들으면 바로 실패하는 모습이 떠오르고, 지금의 상태에서는 할 수 없을 거라며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 제 모습에 직면하면서, 하나님께서 제게 건네주신 과제를 받을 때는, 당장은 보이지 않지만 그 일을 해낼 자원과 몰입력, 가능성까지도 주신다는 것을요.
다만 제가 계속해서 무의식적으로 타고 가는, 가능성과 몰입의 마법을 믿지 못하고 습관처럼 사로잡혀버리는 ‘감정’을 조금 더 친절하게 봐야겠다고 느꼈어요. 저를 힘들게 하는 감정이라 해도, 여기에 있고, 인정하고 경청해 주어야 정화된다는 걸 알아요. 저는 제 스스로 제법 도전적인 사람이라 느끼지만, 저는 아직도 낯선 도전엔 불안하고 조급해져요. 이런 때 알아차리고, 스스로를 위한 바운더리를 세우고,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것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지혜를 선물해 주셔서 고마워요.
지금은 아침 5시 22분이고, 곧 11시 반이 되면, 대략 정리된 자료를 외우며 학교에 갈 거예요. 제가 차분하고 흔들림 없이 잘할 수 있게 지켜봐 주세요.
언제나 고마와요, 하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