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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시간. 나만의 키다리 아저씨에게

나의 키다리 아저씨 하나님.

by 김예림

거기 계세요, 하나님?

몽골에 와서 처음 하나님을 찾을 여유가 생겼어요. 10여일이 지났고, 저는 참 감사하게 오자마자 저를 성장시킬 많은 일들을 겪었어요.


낯선 경험과 새로운 도전 앞에 누구나 두려움을 겪는다는 걸 알아요. 제가 두려울 때는 스스로 한없이 나약하게만 느껴졌는데, 막상 도전을 마주하고 보니, 이 도전을 함께 맞서는 이들이 함께이다 보니, 내가 겪었던 풍파가 지금의 의연함을 만드는 데 큰 자양분이 되었구나 싶기도 해요.


“하나님, 제가 겪는 이 일이 제게 맡겨진 것을 가장 잘 할 수 있게 하는 수업이라는 걸 믿어요. 그저 제가 잘 이겨낼 수 있게 도와주세요.”


어제, 몽골에서 홀로 있을 숙소를 마련했어요. 너무 답답해 마음을 털어놓을 곳으로 어머니를 찾았고, 속상한 마음을 하나 하나 털어놓으며 엄마를 힘들게 한 것 같아 많이 마음이 무거웠지만, 감사하게도 엄마는 끝까지 경청해 주셨어요. 아프고 속상한 마음 한 자락,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으며 스스로를 미워하는 마음 한 조각, 잘 해낼 수 있었으면 좋겠는 기대까지도 하나 하나 들어주며 진심으로 온 마음을 들어주는 엄마에게 사실 저는 많이 고마워요. 언제나.


막상 혼자 있는 시간이 되니, 홀가분하면서도 해외에서의 의대 생활이 흠칫 두렵기도 해요. 온 세상 사람들이 어렵다고 하는 공부를 나는 잘 할 수 있을까. 한글로도 외우기 어려운 걸 영어로 잘 해낼까. 사실 이 두려움은 저 뿐만 아니라 이 길을 겪는 사람들이 다 겪었을 거라고 느껴요.


때로는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이 감사한지 알면서도, 저는 자꾸만 사소한 두려움을 크게 키워서 마음이 무거워져요. 사춘기 때처럼, 잘 할 수 있을까, 적응을 잘 할까, 사람들이 좋아해줄까. 소울메이트가 해준 조언을 다시 한번 되새겨봐요.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거라고 생각해. 그렇지만, 딱히 좋아하지 않더라도 그럴 수 있는거야. 어떤 오해로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더라도, 그 오해마저도 이유가 있고, 나는 그렇지 않으니까 그냥 저 사람은 그렇구나 하는거야. 그리고 그냥 나대로 하면 되는거지."


"조급하지 않기, 서두르지 않기, 자신을 믿기"


제가 어려워하는 코치님이지만, 한편으로 코치님이 진심으로 전해주신 메시지도 제게 다시 한번 불러오기 해봐요. 지금은 시작이고, 서투니까, 조금 적응이 될 때까지 저는 조급하지도, 서두르지도 말고 나를 믿으면 되는데, 자꾸 불안해져 스텝이 꼬이지 않도록, 조급하지 않게, 서두르지 않게 저를 믿어 보자고 다시 한 번 다짐했어요. 잘 될거라 바라는 것보다, 오늘 하루 잘 보내보려고요. 대체로는 아무 일도 없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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