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 하는 TRE

사랑하는 혜주선생님, 고맙습니다:)

by 김예림

의대생활을 시작하기 전, 한국에서 TRE 프로바이더 과정을 밟고 있었다.



TRE® is an innovative series of exercises that assist the body in releasing deep muscular patterns of stress, tension and trauma.


TRE®는 데이비드 버셀리 박사(트라우마 조정을 통한 스트레스 감소와 회복탄력성 강화 분야의 전문가, 현재 트라우마 회복과 인식에 대하여 30여 개의 나라에서 가르치고, 본인이 설립한 비영리 단체를 통하여 전세계의 인재와 자연재해의 피해자들을 돕는 일에 힘쓰고 있음)가 창안해 전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운동이다. TRE®의 자율신경계의 반사적 떨림을 통해 체내에 축적된 긴장이 해소되면, 우리의 뇌는 '안전'의 신호를 감지하고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멈추면서 본연의 안정감을 회복하게 된다.



TRE®는 신체적 운동일 뿐 아니라 삼중구조로 이루어진 우리의 뇌를 통합해 조화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신경계(Neurologic)운동이다.


TRE® 프로바이더 과정을 밟으면서 내가 느꼈던 것은, 그 동안 심리학적 치유나 정신과적 치유를 넘어서 많은 말이 필요 없이, 몸과 나의 관계를 회복하고, 몸의 반응을 알아차리는 것 만으로 감정의 패턴이 안정되고, 안전하게 그라운딩이 가능한, 일종의 소매틱 자기치유가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의대 유학생활을 시작하면서 아쉽게도 TRE와 잠시 멀어졌는데, 이번 학기, 나의 멘토셨던 박혜주 트레이너님께서 먼저 제안을 주셨다.


"예림님, 혹시 시간이 괜찮으면, 매주 한번정도, 함께 TRE 를 해보는 것 어때요? 지금 잠시 멈춰있더라도, 결코 느리게 가는 것이 아니에요. 프로바이더 과정을 시작하고, 실제 프로바이더로 활약하기까지 8년이 걸린 사람도 있었어요. 제 생각에는 예림님께도 필요한 과정일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한 제안이었다. 잠시 TRE® 를 배우면서 과거의 쓰라린 기억이 몸에 남겨둔 응어리들이 하나 둘 격하게 풀려나가는 경험을 했었다. 당시에는 무드스윙에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TRE®의 두 가지 핵심 요소, 안정화 (grounding)와 자기 조절(self-regulation)자기조절을 배우고 난 후부터는 내가 힘들다고 느끼면 이내 멈추고 휴식하는 것도 배울 수 있었다.


오늘은 몽골에서의 TRE® 두 번째 시간이었다. 아침부터 설렜다. 아침에 수업시간에 겪었던 기억이 퍽 고달팠다. 선생님과의 만남까지, 다양한 감정이 오가고, 한편으로는 선생님을 뵙고 이렇게 오가는 감정을 바라볼 안전한 그라운딩을 할 수 있을거라는 기대를 했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지난주엔 잠이 많이 늘었어요 선생님. 공부하는 시간은 많이 없었는데, 수면 패턴을 바꾸려고 하다보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려고 했는데... 일찍 자고 평범하게 일어나는 시간이 되어버렸어요.>


"감정은 좀 어떠셨어요?"

<막 요동치는 감정은 없었는데, 그렇다고 딱히 편안하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가벼운 근황으로 지금의 상태를 나누고, 고달팠던 수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한결 안정이 됐다.

"예림님, 학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예림님같은 학생을 내려놓는것이, 학교로서 결코 이익이 아니에요."

나도 안다. 단지 공부를 하고 있는데도 잘 머릿속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속상하고 아쉬울 뿐. 자꾸만 자기신뢰가 떨어지는 답답함이 마음을 졸이게 한다는 것도.


"가볍게 TRE 를 시작해 볼까요?"

편안하게 선생님의 가이드를 따라 누웠다.

"두 발을 마주한 상태에서 나비자세로 누웠다가, 예림님이 편안할 때 슬개골을 조금씩 올리며 가장 편안한 곳을 찾아보세요."


<선생님, 속상한데 웃음이 나요. 그런데 제 웃음 반응은 회피라는 걸 제가 알아요>

"... 지금 여기에서만큼은, 웃을 필요가 없어요.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세요. 지금은,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흘려보내줘도 돼요. 얼굴의 긴장이, 다리로 흘러나간다고 느껴보세요. 얼굴에서부터 다리까지, 빛의 길을 내서 흘려보내주셔도 좋아요."


선생님은 면밀하게 내가 호흡을 하고 있는지, 어디가 긴장되어 있는지, 어느 곳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운지, 얼굴의 편안함까지 살피며 내가 나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가이드해주셨다.


<선생님, 시험의 결과보다도, 제가 저에게 실망하는 것이 너무 속상했던 것 같아요. 이런 결과가 다른 사람에게 실망이 될까봐 불안했어요.>

"지금 그 말씀을 하고 나니 몸과 마음이 어떠세요?"

<...이해 받은... 느낌이 들어요>


"머리를 쓰지 말고, 이유를 생각하지 말고, 잠시 쉬어볼까요? 쉬면서, 뱃속으로 쑤욱 들어가보세요. 내 뱃속엔 무엇이 있는지, 어떤지."

<선생님, 잘 모르겠어요>


"예림님 몸이 예림님 집이에요. 몸의 중심부로 들어가서, 뱃속에 예림님이 좋아하는 것들이 있는지 한번 보세요. 꽃이라도 하나 가져와보면 어떠세요?"


꽃. 요즘의 명상 수행으로 줄곧 해왔던 신체 장부에 빛꽃 심기가 떠올랐다. 수행에서의 빛꽃 폭발. 우리 집이 내 몸이라고 생각하고 배 속에 뭐가 있을까를 보니 대략 거실 정도다. 안락한 분위기의 뱃속 거실을 상상하면서 빛꽃을 잔뜩 심었다. 편안하게 하품이 났다.


<선생님, 꽃을 잔뜩 가져왔어요>

"어떤가요?"

<환해졌어요>


"예림님, 어디서나 중심을 잘 잡고 있으면 되어요. 예림님 몸 속 중심에 그라운딩을 단단하게 하고서, 그 안에서 오는 것들을 만나면 되어요. 그러면 불안할 것도, 어려울 것도 없어요. 자꾸 밖으로 나다니면 힘들어요. 예림님 몸이 예림님 집이고, 그 집이 우주의 중심이에요. 잊지 마세요. 언제든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


<선생님, 제가 준비되지 않은 저를 너무 보호하지 못했어요>


중심을 못 잡은 이유를 굳이 머리로 찾을 필요가 없다. 다음번에 그러지 않으려고 내 머리는 분주하게 자꾸 이유를 찾았다. 습관처럼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프고 태양신경총이 답답해졌다.


"예림님, 이유를 찾는 머리를 조금 쉬게 해줄까요. 손가락 4개는 두피에 고정시킨 채로, 엄지 두 손가락으로 편도쪽 부분을 마사지 해보세요. 30번 정도, 충분히 마사지 해주세요."


마사지하면서 연신 하품이 나고, 조금 전 나를 돌봐주겠다며 먹은 식사가 소화되는 느낌이 났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으레 뭉치는 느낌이 느껴지던 명치다.


<선생님, 감사드려요.>


"TRE 를 꾸준히 하면, 직관이 향상되고, 그라운딩이 잘 되면서 집중력이 향상되어요. 아마 틈틈이 잘 활용하면, 공부에도 도움이 될거에요. 농담이 아니라, 사격을 하는 제 딸에게도 TRE가 큰 도움이 되었어요. 예림님에게도 그렇게 도움이 될 거라 믿어요. 가능하다면 혼자서도 녹화하면서 해보시는 것을 권해요."


가장 필요한 순간에 가장 필요한 도움을 받는 것. 우주로부터 오는 모든 도움들에 감사함을 느꼈다. 내면으로의 여정은 오로지 홀로 마주해야 하는 고독한 길이지만, 그 길로 들어가는 여정에서 만나는 도움의 손길들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꽤나 든든하고, 감사한 도움이다. 이전엔 그러한 도움을 받으면서도 잘 해내지 못하면 어떡하나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그만큼 이완이 안되고 경직이 가득한 상태였던 시절이 있었는데, 잘 해내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별 시덥잖은 걱정은 내가 내 중심 안에 있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신호라는 것도.


일주일 동안의 숙제는, "내 중심을 짧게라도 틈틈이 찾아들어가 보기". 그동안 TRE 로 몸 속에 응어리진 감정의 에너지를 정화하고 흘려보내 배출시키는 것이 나의 화두였다면, 이제는 틈틈이 순간 순간, 그라운딩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도구로 쓴다. 나름대로 TRE 활용에 대한 진도가 하나 더 나간 느낌이랄까.


앞으로의 화두도 역시, 나는 그라운딩과 이완이다. 내 안에서 더 집중하고, 더 잘 알아차릴 수 있게 되기. 조금 더 자신을 믿기. 내 몸의 집에 언제든 들어가 중심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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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신 분들은 여기로 정보를 찾고 문의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trelife.co.kr/index.html


About TRE for Life

티알이 라이프 아시아 (TRE Life Asia)

대표 : 박혜주

tre4lif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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