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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계 실습

허용 포용 수용 인내 배우기

by 김예림

어제는 호흡기계에서 실습을 했다. 실습 담당을 해주셨던 Prof.Myagmartseren 은 실습파트로 나를 안내해주면서 한국에서 함께 프로젝트를 했던 기간이 있었다며 한국 사람들의 친절함을 좋아한다고 하셨다. 어색하고 긴장되는 실습에서 선생님의 말씀이 용기가 됐다. 단정하고 말끔한 외모의 Pulmonology 교수님께서는 환자를 볼 때도, 진료 내용에 대해 실습생들에게 설명할 때도 오픈 마인드로 임하셨다.


몽골에서의 실습은 답답함의 고충이 있다. 의사가 환자에게 뭐라고 이야기하고 있는지, 환자는 뭐라고 대답하고 있는지, 몽골어로 소통할 때 내용을 파악하긴 어렵다. 그럴 때, 시각장애인 동반주를 생각한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데도 더 섬세한 감각으로 끝까지 완주했던 주호오빠, 은지, 지영언니, 김상용선생님, 박종호선생님, 우열삼촌,우리 어울림크루. 잘 보여야 잘 달릴 수 있다는 건 그들 앞에선 선입견일 뿐이다.


보이는 능력 대신, 그들은 가이드와의 진한 소통능력, 유머, 상황을 받아들이고 대비하는 수용력과 포용력을 갖췄다. 가이드러너 역시 함께 달리며 잘 달리는 능력 뿐 아니라 함께 달리는 능력을 배웠다. 아마 의사가 되어서도 꼭 필요한 능력일 것이다.


답답한 만큼, 몰입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천식 환자든, COPD환자든, 감기 환자든, Spirometry 검사를 한다. 주로 처방되는 약도 항생제, Beta-bloker, ICS, LABA, Anti-histamine 등 다양해 보이지만 패턴이 있다. 내용보다는 의료진이 환자와 교감하는 에너지 흐름을 배운다. 조심스럽게 영어로 알려달라고 하면, 그들은 때로는 영어로 충분히 알려주지 못할 때도 있지만(내가 충분히 알아듣지 못할 때도 있다 물론), 온 몸으로 알려주고 있다고 느껴본다. 그럼에도 너무 아쉬운 부분들은 유학원에 건의를 해본다.


Spirometry 검사를 3-4회 거듭 반복하며, 몽골어로 검사 안내를 하는 노무나와 보루치의 에너지를 엿본다. 학생들이 배운 대로 차분하게 안내를 할 때와, 교수님이 환자를 향해 “있는 힘껏 들이쉬고 한번에 훅, 내쉬어보세요!!” 하고 설명하실 때 환자들의 검사 결과가 조금씩 달라진다. 최대치를 끌어내는 건 명확한 인지보다는 역시, 에너지다.


첫 주 실습을 마치고 교수님께서는 한 사람 한 사람, 실습 노트를 가져오라며 한줄 한줄 꼼꼼히 읽어보시고, 했던 내용들과 이해한 부분들에 대해 하문하셨다. 답변을 들으며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한번 더 리뷰해주시느라 시간이 제법 걸렸다. 굉장히 꼼꼼하고 정성스런 피드백이었다.


확인 도장을 찍어주시며, It’s a good note, you did good job. 하실 때, 조금 더 많은 것들을 이해하고 남길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어쩌면 시간이 조금 지나서, 지금의 어색함과 긴장감이 머나먼 옛 이야기가 되면 웃을지도 모른다. 유용하고 유능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욕망은 잠시 내려놓고, 기꺼이 병풍이 되어서 보고 듣는 모든 것들을 배움이라 느껴 본다. 지금 배우고 있는 건, 어쩌면 허용, 수용, 포용, 그리고 인내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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