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어떻게 할까
초등 3학년을 앞둔 초등 2학년 엄마의 고민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나는 열혈맘이었다.
남편의 상사로부터 얻은 가베 교구를 가지고 아가때부터 같이 놀아주었고,
팩토슐레, 팩토, 소마셈, 밤비노루크, 주니어루크, 몬스터매스, 쌓기나무, 등등
엄마표 수학으로 다양한 교구와 사고력 수학을 놀듯이 즐겁게 노출해주었다.
그 덕분이었는지, 아니면 타고난 어떤 것이 좋았는지,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수감각이 좋은 편이었고, 숫자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많았다.
구구단의 원리를 유치원때 깨우쳐, 10단, 11단은 금방 이해하고 2,5단도 스스로 외웠으니까.
유치원에서 구구단을 미리 노출해준 덕분도 있다.
갖고 있는 것을 잘 이끌어내는 후천적 교육이 참 중요하다.
잘 하는 것을 더 잘 하게 해주고 싶은 것이 엄마 마음이다.
7세 때 KAGE영재원에서 실시한 웩슬러 검사 결과 IQ133으로 상위 1%영재 판정을 받고
3%이내 아이들만 들어갈 수 있는 부산 학술원반에 들어가 소수정예 영재수업을 받았다.
사고력 수학 수업과 독서토론논술 수업이었다. 울산에서 부산까지 왕복 2시간을 오가면서
수업을 들었고, 열정적인 선생님들과 함께했기에 수업의 만족도도 높았다.
8세는 초등 입학과 맞물려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했고, 영어에 집중 몰입해야 하는 시기여서
수학은 단순연산과 1031사고력 교재를 엄마표로 진행했다. 영어학원에서 내어주는 숙제의
양이 많아서 수학에 크게 신경을 쓰지 못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아직 공부 몸이 만들어지기 전이라,
기본 개념과 연산 훈련만 되어 있었다. (연산도 실수가 잦은 편이어서 진도가 빠르지 않았다)
주변에 열심히 하는 친구들을 보며 자극을 받을 필요가 있겠다 싶어,
초등 2학년이 되어서 수학학원을 보냈다. CMS와 시매쓰. 둘 중 어디를 보낼 것인가 고민하다가
시매쓰 학원을 선택했다. 둘 다 대형학원이긴 하지만 결이 조금 다르다.
아이에게 사고력 수학 문제집을 엄마표로 진행해 본 결과(와이즈만/1031/팩토),
아이는 교과와 직접적인 연계가 있는 사고력 문제를 더 좋아했다.
그렇기에 시매쓰 학원의 교재가 아이에게 더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열정적인 학원의 분위기와 선생님의 세세한 피드백이 마음에 들어 현재까지도 학원에 잘 보내고 있다.
아이는 처음에 레벨테스트를 받았을 때, 교과 수학 점수는 잘 나왔지만 사고력수학 점수가 낮게 나왔다.
틀린 문제를 보면, 문장을 해독해서 수리적으로 사고하여 풀 수 있는 문제들을 틀렸고,
그나마 쉬운 문제들은 계산실수였다. 집에서 1031로 문제집을 풀긴 풀었으나, 솔직히 아이는 의욕적이지 않았다. 나 또한 당장 급한 영어 숙제나 받아쓰기, 교과연산을 해야 했기에 사고력 문제를 등한시 했고,
또 이전에는 교구로 즐겁게 공부를 했던것과는 달리, 학습식으로 많이 전환이 되었던 것도 아이가 사고력수학을 잘 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였다.
조금 낮은 반을 배정받아 수업을 듣게 되었다. 낮은반이다보니 숙제는 별로 없지만, 반 분위기는 떠들썩했고 우리 딸은 그 분위기에 금방 휩쓸려 자신의 실력을 100% 끌어올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이의 현재 위치를 알아보고자, HME 해법수학경시 대회에 나갔고, 아이는 88점으로 최우수상을 받으며 울산지역 7등이 되었다. 학원쪽에서 실시한 학력평가 시험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아, 곧바로 레벨업이 되어 현재 최상위수학문제집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반에 배정되었다. 높은 반이어서 풀어야 할 수학문제는 어려웠지만, 다들 열심히 하는 분위기에 맞춰 아이도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수학은 다 해결된 듯 싶은데,,
3학년이 된 3월부터, 이곳 시매쓰 학원은 주2회 각각 2시간씩 수업을 진행한다.
이전에는 주1회 2시간 수업으로, 사고력수학이 1시간 30분, 교과수학 30분 이렇게 진행했는데
3학년부터는 주 1회 교과 2시간, 주1쇠 사고력 2시간 이렇게 진행하는 것이다.
교과진도도 빨리 나가고, 또 영재교육원 대비를 위해 사고력 시간도 늘어나는 것이다.
당연히 학원비도 거의 2배가 된다. 2학년까지는 주 1회 2시간 수업 월 18만원이었으나
3학년부터는 주2회 4시간 수업 월 32만원이 된다.
요즘 영어숙제와 수학숙제 하느라, 국어 공부에 시간을 거의 할애하고 있지 않고
책을 읽더라도 학습만화 위주로만 읽고 있어서, 편독이 심한 상태. 글씨도 그렇고 글쓰기 훈련이 이제는
조금씩 시작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3학년부터는 독서토론논술 수업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영어와 수학, 국어를 한번에 다 다니면 사교육비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아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숙제의 양이 엄청 많아져 아이가 공부에 흥미를 잃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과제를 정해진 시간내에 빨리빨리 해결하는 타입이 아니라, 앉아서 세월아 네월아 하는 아이이기에
30분이면 해결될 숙제를 1시간동안 질질 끌 것 같고, 그 과정에서 나도 아이를 들들 볶을 것 같아
벌써부터 탈모가 오는 그런 기분이다....
레벨테스트를 받으면 아이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 문제를 풀고, 테스트 결과는 잘 나오는 편이다.
며칠 전, CMS 레벨테스트를 받아봤을 때, 영재교육이나 심화, 경시를 도전해도 되는 수준의 '우수'를 받았다. 이런 아이를 계속 학원시스템에 맞추어 공부 몸집을 불려나가는 것이 정답일까,
아니면 엄마와 함께 개념을 스스로 독학하는 연습을 하며 자기주도성을 길러주는 것이 정답일까.
이 글을 적으면서 깨닫고 있다. 자기주도성을 길러주는 것이 정답인데, 내가 아이를 믿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와 지지고 볶고 싸우며 감정소모를 하는 것 자체가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학원에 맡기나보다. 요즘 숙제를 봐 주는 학원이 따로 있다고 하던데, 오죽하면 그런 학원이 생겨났을까. 아이와 숙제로 실랑이 하고 싶지 않은 학부모가 얼마나 많았으면 이런 학원이 생겨날까.
글을 쓰면서 깨닫고 있다.
교재를 통해 개념을 스스로 익히고, 문제를 풀어나가며 천천히 단단하게 자기주도성을 기르는 것.
그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정답은 나왔는데, 내 마음가짐이 문제다.
아이를 한 번 믿어보고, 시행착오를 겪어보자. 언제까지나 사교육에 끌려다닐 수는 없고,
이렇게 떠먹여주는 학습 습관이 자리잡으면 이후에 고등학교 가서는 제대로 공부 할 수 없을 것 같다.
솔직히 영재교육원에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그 로드맵을 따라가고 있었는데
수학 학원은 필요할 때, 내가 더 이상 가르쳐 줄 수 없을 때 그때 알아보기로 하고
독서에 집중하며 스스로 공부하는 몸을 만들 수 있게 내가 옆에서 잘 지도해봐야겠다.
아파트 상가에서 주 1회 몬스터매스 교구 수업을 하는 곳이 있는데 여기서 교구를 만지며 도형 감각을 익히고
집에서는 엄마와 개념서와 심화서적을 병행하며 진짜 자기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슬슬 사춘기가 시작되고 있는 우리 딸아이와의 엄마표 수학...
만만치 않은 2025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