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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기 Sep 19. 2024

거룩한 길

이사야 35장을 읽고

먼지가 펄펄 나는 연휴 끝 첫 출근입니다. 연휴가 끝나고 출근하는 길, 메마른 땅과 사막 같은 삶에도 백합꽃이 활짝 피어날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런데, 명절 후유증인지 마음은 가라앉았습니다.  가족과의 만남은 풍성한 꽃처럼 아름다웠지만, 이별 후에는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레바논, 갈멜, 사론의 아름다움이 회복되듯, 저의 삶도 새로운 영광을 맞이하기를 바랐으나, 기쁨 대신 온종일 마음이 무겁기만 했습니다.


내 삶, 광야는 변하지 않았고 그냥 눅눅한 슬픔이 내 마음을 채웁니다. 


오늘은 월례 발표가 있는 날이었고, 무거운 마음을 안고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쉬는 중간에 이사야 35장을 읽으며 약한 손을 강하게, 떨리는 무릎을 굳건히 하려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발표 차례가 되어서는 형식적으로 말을 이어갔고, "힘을 내라,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씀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두려움에 사로잡혔습니다. 너무 피곤했는지, 긴장했는지 왼쪽 눈밑에 약간의 경련이 옵니다. 심장이 갑자기 더 급하게 뜁니다.


맹인의 눈이 밝아지고, 귀먹은 이의 귀가 열리길 기대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마음의 광야에서 물이 솟고 사막에서 시내가 흐르기를 기도하며, 혹시 모를 좋지 않은 관계가 나아지길 바라며 기도했습니다. 발을 저는 이는 사슴처럼 뛰고, 벙어리의 혀는 노래할 것을 체험하고 싶었습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마음에 허전함이 계속 밀려옵니다. 


부들을 좋아하는 저는 가족의 아픔이 있는 곳에서도 풀과 갈대, 부들이 자라나길 소망했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잠시 걷는 동안, 거룩한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가족에 대한 생각이 계속해서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눅눅한 슬픔이 마음을 짓누릅니다. 마음이 스펀지 물먹은 것처럼 무거우니 발걸음도 무겁습니다. 


거룩한 길을 걷고 싶었습니다. 거룩한 길은 평안하고 하나님 찬양이 나오고 안전하고 순결한 길이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마음이 무겁고 가족에 대한 미안한 생각이 자꾸 듭니다.


광야에서 물이 솟고, 사막에서 시내가 흐르는 것으로 내 마음이 변하기를 기도해 봅니다. 좋지 않은 관계가 더 좋아지도록 기도해 봅니다. 오늘은 그 사람을 위해 기도를 많이 합니다.


오늘 그 사람과 제 머리 위에 영원한 희락이 있기를 바라며, 슬픔과 탄식이 사라지고 기쁨과 즐거움이 찾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오늘도 약한 손을 강하게 하고, 떨리는 무릎을 힘들게 굳건히 세우며 거룩한 길을 걸어가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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