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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의 뜰 Apr 15. 2024

내가 견뎌낸 것들이 바로 나 입니다

복분자 농사를 시작하며


고창은 복분자로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농가마다

아슬아슬하게 농사를 짓고 있어요


지난겨울 잦은 비와 비 온 후의 강추위로 얻은 습해와 냉해가 겹쳐서 복분자나무들이 다 시들었고, 묘목을 구하기도 어렵답니다.

농민들 속을 어지간이 태운답니다.


이런 와중에 남편이 복분자 농사를 본격적으로 해보겠다고 팔을 걷어붙입니다


몇 주전 이웃의 도움을 받아 밭에 로터리를 쳐서 땅을 보슬보슬하고 평평하게 해 주며 고랑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주말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손을 사서

복분자 1300 주를 심었답니다.

이제 남은 작업은 물과 비료를 줄 수 있도록 점적호수를 깔고 연결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지요.

잠깐 얼굴만 본다고 내려갔는데, 한 달 사이 살도 빠지고 얼굴도  검게 그을렸어요


복분자는 지금 심으면, 내년 6월쯤 수확을 하게 되는데요. 올여름의 폭풍과 습기, 겨울의 한파와 냉해를 잘 견디지 못하면 열매를 얻을 수 없게 됩니다.

복분자뿐만이 아니지요

내 삶을 관통하며 견뎌낸 것만이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되어주지요.

결국 아무리 좋고 귀한 것이라 해도 먼 곳에 있는 건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니까요.


저도 다시 일을 하게 되었는데요

새로운 직장에서 일할 때, 첫 번째 마음가짐은요

29년 간호사 경력이나, 과거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이제 잊어야 해요.

대접받으려는 마음은 버려야 해요

그래야 버틸 수 있거든요


살아가는 모든 순간 모든 경험들이

다 거름이 되어 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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