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CHAEG BAR 방문기
마시다 만 한잔의 압생트. 저는 그 영원히 보상받지 못할 상실감을 혼자 그렇게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 -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
인간실격의 요조가 즐겨마셨다는 술. 압생트를 고집부려 주문했다. 한 순간의 쑥스러운 마음을 이겨내니, 특별해진 공기에 명치가 울렁거린다.
잘생긴 책바의 주인은 싫어하는 분이 90%라고 힘주어, 따스하게 조언했다. 확-부끄러워지는 마음 이 한 모퉁이. 그렇지만 오늘은 이 술을 마시기로 마음먹었으니 나는 마셔야했다.
감상에 젖어 있는 스스로가 자연스레, 공공연히 허가되는 것이 이 곳에 발걸음을 하게 되는 이유 일까. 눈길에 걸리는 모든 물건이 특별한 아우라를 뿜어낸다. 나즈막히 깔리는 라라랜드의 OST가 웅얼거리며 의식을 지배한다.
압생트의 첫모습은 평범한 유리잔에 평범하게 담겨있는 모습이었다. 90%가 싫어한다는 압생트의 위용이 지나치게 평범해서 비범해보였다. 무슨 맛일까. 나는 과연 맛있다고 느낄까. 요조와 같은 취향을 공유하고 있을까. 생각이 맴돌았다. 한참을 기다려 숨을 고르고 한 모금 마셨다. 이상하게 친숙한 맛에 이상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다가 곧바로 깨달았다. 아 물이구나. 물 맛이네. 아무도 보지 않았을 내 내적과정이 스스로 우스워 실소가 터졌다.
바에서 내올 법한 예쁜 잔에 예상한 대로의 오묘한 빛의 압생트가 나왔다. 다시 야무진 결심을 하고 한 모금 머금었다. 압생트에는 풀 맛이 났다. 잔디를 씹었을 때 예상되는 맛이었다. 목 뒤로 넘기고 나니 어린시절 갖고 놀던 풀장난감의 취가 감돌았다. 실컷 손으로 장난치다가 벽에도 던지다가 땅바닥에 굴러다녀 검어져버린 그런 끈끈하고 끈적한 것의 냄새가 났다. 단물이 다 빠져서 질겅질겅한 껌의 맛도 났다. 자연이 만들어낸 맛이 아닌 것 같았다.
한 모금을 마시니 다시 한 모금을 마시지 못하겠더라. 요조와의 취향공유는 멋지게 실패. 맛과 향 모두 고약하다. 이 괴짜 같은 압생트는 마니아만을 부를 것이다. 대중, 혹은 일반인과의 격리가 요조를 연상시킨다.
요조가 왜 이 술을 사랑했는지- 상상이 꾸물꾸물 펼쳐진다. 지나치게 심신이 피로한 요조에게 이 술이 어떤 종류의 편안함을 준 것은 아니었을까. 대놓고 인위적인 맛을 풍기는 압생트가 자연스러움을 가장한 그 어떤 술보다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추하지만 감추지 않고, 그래서 아무도 속이지 않아도 되는 것. 그래서 인간다운 것. 매일매일 모두를 속이지만 지나치게 순수한 요조의 성정에 딱 맞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소설을 쓰기를 꿈꾸던 예전의 나는 인간실격을 읽고 그 꿈을 단박에 접었었다. 내 안에는 다자이 오사무 같은 천재성의 영역이 없다. 나는 마티니가 맛있고, 피치크러쉬는 달다. 취향이라도 공유해보고자한 내 작은 시도는 나름 느낌있고 씁슬하게 끝이 났다.